추천 대상 : 심리묘사가 섬세한 소설, 감정선이 섬세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추천 정도 : ★ ★ ★
메모 : 한국 현대 작가 중에 내 취향에 맞는다고 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는데 <쇼코의 미소>는 괜찮게 읽었다. 나는 모국어로 적혀진 감성이 기가 센 문장을 버텨내질 못하겠다. 남들이 좋아하는 김연수도 너무나 감상적이라 읽는 내내 속이 뒤집어지고 김영하는 20대 초에 본 거라 이해를 잘 못했다. 김애란의 문장도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쩔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은영 작가의 문장은 담백하면서도 글을 많이 써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감상적이지도 않다.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정선을 잘 이끌어나간다.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 문장들이 꽤 있었다.
다만 서사의 완결성이라고 해야 할까 구조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이 부족해서 다 읽고 나면 전체적인 스토리의 설계도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감정선과 문장으로 밀어올린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서사적인 부분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은 박한 평가를 줄 것이고 문체를 중점적으로 보는 사람은 좋아할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현대 작가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체를 구사하는데 다음 이야기가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동일한 주인공이 껍데기와 환경만 바꿔쓰고 나타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그에게 한지에게 느꼈던 감정보다 더 큰 애정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애정이 사라지고 내 눈앞에 서 있는 그가 커다란 종이 인형처럼 보였다. 그건 사랑이 깨진 것과는 다른 종류의 슬픔이었다.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