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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Jul 19. 2018

나비가 아니더라도

남편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보았다. 담비들이 들고양이를 사냥하는 내용이었다. 동영상 댓글에는 고양이 기르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았느니, 고양이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느니 하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그런 것보다는 모두 다 똑같은 생명인데 고양이만 위한다는 댓글이 더 많았다.

내가 아홉살 무렵 교과서에 거미와 나비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었다. 한 선비가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안타까워 나비를 구해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거미도 먹고 살기 위해 한 행동인데 나비를 구해준 것은 거미에게 안 됐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교실에서 내가 가장 나쁜 어린이가 되었다. 다들 나비가 불쌍하다고 했다. 아름답고 불쌍한 나비. 그럼 아름답지 않으면 불쌍하지도 않은 것인가. 나더러 거미냐 나비냐 물으면 나는 거미에 더 가까운 쪽이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나는 이미 매정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도 그랬지만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더더욱 공정과 평등에 대해 더더욱 집착하는 아이로 자라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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