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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Apr 15. 2019

자기만의 방


추천 여부 : 추천

추천 대상 : 약 백년 전의 여성, 그리고 지금의 여성이 궁금한 사람

메모 : 정말 유명한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아직 과정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약 백 년 전에는 여성이 도서관에 출입도 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계는 느리지만 꾸준히 혹은 격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읽다보면 가슴 아픈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픽션 속의 여성'에서 벗어나 픽션을 창조하는 여성이 되기까지는 오백 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세상 그 어떤 힘도 제게서 5백 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어요. 음식과 집과 요리는 영원토록 저의 것이에요." 라는 외침을 읽으면서 그동안 버지니아 울프가 겪어야했을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저는 주제가 사소하든 거창하든 절대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을 써달라고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어요. 저는 여러분이 무슨 수를 쓰든 충분한 돈을 스스로 마련해서 여행을 하고, 빈둥거리고, 세상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책을 읽으며 몽상을 하고, 길모퉁이를 거닐며 생각의 낚싯줄을 강 속 깊이 드리울 수 있기를 바라요" 라는 호소어린 당부로 끝나는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울프의 상상력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여성용 소설(애초에 소설 수요에 성별을 나눈다는 게 이제 무의미하게 느껴진다)은 여성은 항상 방해 받을 만한 집안일, 육아가 많기 때문에 짧게 끊어 읽어도 되어야 한다든가. 아예 여성이 집안일을 하지 않거나, 육아를 하지 않거나, 아니면 반려자와 분업할 수도 있다는 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는 2019년의 인간이 읽어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뛰어난 문장력과 문학에 대한 이해도-나같은 범인이 읽으면 깜짝 놀라게 되는- 역시 이 책의 미덕이다.)




발췌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들에 좌우돼요.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고요. 그리고 여성은 지난 2백 년뿐만 아니라 세상이 열린 이래 줄곧 가난했어요. 여성의 지적 자유는 고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못했어요. 그러므로 여성이 시를 쓸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하는 까닭이에요.


개개인의 짧은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는 우리들 공동의 삶―매년 5백 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마련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쓰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용기와 자유로운 습성을 갖는다면, 또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서 벗어나 인간을 서로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실성과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하늘이든 나무든 모든 사물을 그 자체로만 본다면, 아무도 떨쳐낼 수 없는 밀턴의 악령 너머를 본다면, 또 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팔은 없으며 혼자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현실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지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당히 직면한다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올 테고, 셰익스피어의 누이동생인 죽은 시인은 스스로 몇 번이나 내던진 육신 속에 다시 깃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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