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도 그렇게 많은 전시회를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긴 여행을 다녀오면서 마음 가짐이 바뀌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때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고 사고를 바꿨더니 이 전시도 갈 수 있었다. 이 전시는 딱히 큰 기대 없이, 나한들의 얼굴이 모로호시 다이지로 그림을 닮아서 갔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했다.
전시 기획의 승리다. 오백 나한이 빛을 받으며 각각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실 내부에서는 새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나한들의 제목과 표정을 살펴 보면서 사람들은 나한 사이의 길을 거닐 수 있다 게 중에는 '당신 안의 나한을 발견하세요' 같은 푯말이 있고 나한은 없는 전시대도 있다. 당신을 닮은 나한을 내면에서 발견하라는 것이다. 내 안에서 깨달은 이를 발견하라니. 영리하고 멋지지 않은가?
나한을 전부 보고 나면 미디어 아트로 해석한 나한이 있다. 많은 스피커를 이어붙인 거대한 구조물 속에 나한이 들어 앉아 있고, 구조물 앞의 검은 액체를 담은 그릇에 나한이 비친다. 현대 빌딩을 표현한 것이고 그 안에서 나한을 발견하기 라고 한다. 불교뽕을 엄청 맞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행복해져서 집에 있는 숫파니파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