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일시 : 2019.06.02
남편 덕에 보게 되는 영화가 많다. 나는 텍스트 최고중심주의 인간이라 영상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남편이 가자고 해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그렇다. 하도 인기 영화다 보니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있는데 내가 받은 인상을 하나로 축약하면 너무 사실적이어서 오는 불쾌감이 강했다. 갑자기 너무 선명한 거울을 봤을 때 보이는 일그러진 얼굴과 주름살, 모공, 그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짐승 같은 느낌을 줄 때.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거지만 선명하게 비춰진 이미지가 역겨움을 줄 때.
유머스러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사람들이 하하 웃는 소리도 들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가족도, 극장 내 관객들도 대다수는 기생충에 속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웃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숙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런 데에서 오는 아이러니.
그리고 감독의 취향이 너무나 투리구슬처럼 잘 보여서 좀 민망했다. 내가 느끼기엔 더러운 물의 이미지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 탁류에서 뭔가 느끼는 걸까? 관객으로서 나는 민망했지만 창작자는 본인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야 창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