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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Jun 20. 2019

미피 전시회

관람일시 : 2019.06.11


전시회를 가기 전에는 항상 갈까 말까 고민한다. 나가기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도 70일동안 여행 하면서 사고가 많이 바뀌었고(나가고 나서 생각하자^^)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 현재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에서 하는 전시를 보려면 정말 머리를 비우고 일단 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미피 전시회의 규모는 작았지만 알찼다. 미피 광인이면서도 미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죄송.. ) 창작자의 세계를 알고 나니 미피가 좀 더 좋아졌다. 전세계적으로 8천만부 팔렸고 로알드 달만큼이나 대중적인 작가라고 한다. 딱히 아이들을 위해 그린 건 아니고 본인의 관심사를 그렸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런 거 보면 성공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는데 일단 성공하면 그 방법을 썼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식으로 인과관계를 잘못 판단하는 것 같다. 이분은 그냥 자기 좋은 거 하셨고, 이런 저런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성공하신 거겠지. 전시회장에서는 딕 브루너의 작업 방식와 작품 세계에 대한 약 20분 가량 되는 다큐가 재생되었는데 그것도 재밌었다. 그림에 대한 그림 그리는 사람의 생각은 언제 봐도 흥미롭다. 영향 받은 작가로 마티스와 레제를 꼽았는데, 마티스 그림에 대해 설명하면서 점점 더 색이 ‘평평해지고’ ‘움직임이 없어진다’고 표현했다. 나도 대략 무슨 말인진 알아듣겠는데 그림을 그런 식으로 보진 않아서 그림 그리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도 생각하는구나 감탄했다.


딕 브루너는 미피를 필름지에 그려서 색지를 맞추는 식으로 작업했다(마티스처럼!). 미피로 사회 공헌을 한 것도 멋졌다. 어린이들이 병원을 무서워하지 않게 미피 캐릭터를 사용한다든가. 조금 옛날에 만들어진 캐릭터라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 우려되었는데 딕 브루너가 만든 초기 캐릭터 돼지 뽀삐는 친절하고 유쾌한 중년의 비혼 여성이다! 이게 너무 신기했다. 돼지 뽀삐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이게 네덜란드스러운 캐릭터라는 것도 재밌었다. 네덜란드스러움이란 무엇일까? 내 기억 속의 네덜란드란 감자튀김이 맛있었고 마른 토르들(매우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또 가고 싶다.


추가로 여기저기 전시 다니면서 느낀 건데 한국 전시회에서 영상을 상영하는 경우 소요 시간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 그래서 이걸 언제까지 봐야 하나 전시 시간을 어떻게 쓰지 고민하다가 보다가 자리 떠나곤 하는데 상영 시간 쫌 적어뒀으면 좋겠다. 외국 전시회에서는 전 작품명이 적힌 인쇄물 나눠주고 영상 소요 시간도 적혀 있고 인터뷰의 경우 땡땡은 몇 분 몇 초 그 다음 사람은 몇 분 몇 초 다 써놔서 관람이 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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