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간별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한별 Feb 14. 2020

인생의 세 가지 열정

단순하지만 매우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이 그것이다. 이 열정들은 마치 거센 바람처럼 나를 이리저리로, 고뇌의 깊은 바다로, 절망의 벼랑으로 휘몰았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랑이 주는 황홀함 때문이다. 그 황홀함은 너무도 큰 것이어서 그 환희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그다음 이유는 사랑이 외로움을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외로움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몸서리치며 세상의 가장자리 너머 차갑고 측량할 수 없는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내가 사랑을 추구한 마지막 이유는 사랑의 합일 속에서 성자들과 시인들이 상상했던 천국의 신비스러운 축소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추구했고,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기엔 너무 좋은 것일지도 모를 그 사랑을 나는 찾아내었다.
똑같은 열정으로 나는 지식을 추구했다. 나는 인간의 가슴을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별들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수가 혼돈을 다스리는 피타고라스적 힘을 이해하고 싶었다.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지식을 나는 성취했다.
사랑과 지식은 가능한 높이높이 나를 천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나를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고통의 절규가 메아리치며 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진다. 굶주리는 아이들,압제자에게 고문당하는 사람들, 아들들에게 미운 짐이 돼버린 무력한 노인들, 그리고 외로움과 가난과 고통에 찬 세계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을 조롱한다. 나는 세상의 악을 줄여보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그래서 나 또한 고통 받고 있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나는 그것이 살아볼 만한 삶이었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그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버트런드 러셀, <인생의 세 가지 열정>


종종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혹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글을 읽는다. 읽고 나면 용기와 힘이 생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 추구, 인간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에 대해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러셀처럼 '살아볼 만한 삶이었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 라고 회고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확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