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대상 : 박완서 소설가의 내면이 궁금한 사람
메모 : 어렸을 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나를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는데 그 외의 다른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접하지 못했다. 문득 생각나서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 내 생각보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계셔서 정말 놀랐다. 그리고 나서 <서 있는 여자>를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박완서 작가님이 무척 좋아졌다. 아주 뛰어난 메타인지력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사람이 저렇게 본인이나 본인이 처한 입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나도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내 딸을 공부시키면서 여자라고 건성으로 간판이나 따려고 공부하지 말고 공부란 걸 전문화해서 평생토록 일을 가질 것을 귀가 아프게 강조해왔어요. 여자도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는 남녀평등이란 한낱 구호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었지요. 딸 중엔 남자도 하기 힘든 전문직을 가진 애도 나왔고 큰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어요. 그런데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은 매우 낭패스러운 것이었어요.
요즘 급진적인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에 비하면 제 주장은 미온적이고 답답해 보일지 모르겠는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남녀평등은 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삶 속에서 실천으로 획득해야 할 부분이 더욱 많다고 봐요. 그러므로 어머니들은 그간 남자들에게서 받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 깊이 각성하고 자기 아들이 또 다른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하지 않도록 키워야만 해요. 그런데 무지한 어머니들은 이런 것을 자각하거나 실천하지 못하고 자기 아들에게 아들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더욱 강조하여 오히려 다른 여성을 억압하는 데 일조하고, 나아가서는 그로 인해 복수의 쾌감을 맛보기도 하지요.
본래 역사나 사회의 진보적 주체는 체제 밖의 사람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야인野人들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야인들의 입과 행동을 통하여 제시되고 주장되던 내용들은 적어도 한 세기 정도의 시간이 걸린 후에야 성문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