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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Dec 29. 2015

영원한 이방인

Edward Hopper, Morning Sun(1952)


소스케는 도쿄라는 데가 이런 곳이구나, 라는 인상을 또렷이 머릿속에 새겨서 그것을 오늘 일요일의 선물로 집에 가져 가고 싶었다. (중략) 당연히 평소엔 일에 쫓겨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내는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씩 휴일이 찾아와서 쉬게 되면 평소의 생활이 갑자기 초조해지고 허둥거려졌다. 자기는 도쿄에 살면서 아직 도쿄라는 곳을 본 적이 없다는 결론에 이를 때마다 그는 언제나 묘한 외로움을 느꼈다.


서울에서 산 지 올해로 8년 차가 되었다.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다. 종종 농담 삼아 "저는 사투리를 쓰지 않으니까 서울 사람이예요" 라고 말하곤 했는데, 사실 나는 영원히 서울 사람이 아니고, 될 수도 없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나는 명동이나 강남보다는 국회 의사당을 지나가는 긴 지하철 속에서, 혹은 여의도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산란 속에서, 한강 공원의 선선한 여름 공기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유유히 지나가는 유람선, 이런 것들이 서울의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도시가 발전하면 번화가는 생기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분위기는 발전을 거듭한다고 해도 자연스레 생길 것 같지가 않았다. 고향에 있는 동안은 서울을 생각했고 서울에서는 고향을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둘의 간극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왔으니까 어디까지나 그 카테고리를 가져갈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소한 것들에서 서울의 이미지를 분리하는 한, 스스로를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살았던 곳과 이곳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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