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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Apr 19. 2019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터키 보물 전시회 튤립의 궁전


여행을 가면서 한 가지 결심했다.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말고 모두 가보자고. 지금까지 대략 5번 정도 전시회를 봤는데 앞으로 도쿄에서만 5개가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오늘 본 전시회가 무척이나 감명 깊어서 몇 자라도 적어두려고 한다.


일본 전시회 사이트를 뒤졌는데 터키 유물 전시회의 유물 사진이 아름다워서 당장 가야할 전시회 목록에 적어두었다. 그러나 막상 가는 날이 되자 꼭 오늘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그 유물 사진을 봤더니 지금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출발하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나를 일으킨 사진. 실물을 보고 싶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훨씬 세밀하고 아름답다. 인생의 모든 정수를 여기다 쏟아부은 것 마냥 화려하고 아름답다. 실제로 누군가의 인생이 여기에 아낌없이 부어졌을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서 봐야 하는 세공이 많아서 확대경을 들고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마 전시회장에서 대여해주는 것 같다. 눈이 아플만큼 섬세한 무늬라니.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정말로 신기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다양한 색깔이 보석이 촘촘히 박혀 있고 더러는 이런 것을 들고 다니는 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무거워보이는 보석도 걸려 있었다. 시대를 초월할만큼 아름다운 보물들을 만든 사람들은 본인이 예술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내가 이런 전시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이 시공과 상관 없이 항상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고 구현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훨씬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때로부터 떨어져 나온 과거의 단편들을 구경하면서 그때의 시대상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시대에도 슬픈 일은 있었을 것이고 이것들을 만든 장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격하되지는 않는다.


이번 전시회는 튤립의 궁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튤립의 표기를 재조합해 신의 이름을 쓸 수 있고, 거꾸로 읽으면 히랄, 즉 초승달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튤립과 초승달은 오스만 제국 왕가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술탄이 입었던 옷은 키가 2m는 되어야 입을 수 있을 것처럼 매우 컸는데 아기 옷은 작고 아담한 사이즈라 무척 귀여웠다. 옷이나 장막, 카펫 같은 천들은 모두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게 되어 있었다. 날줄에 금실을 섞어서 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내가 세부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한국어 번역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전시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 외의 설명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국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의 설명 자료가 있었다. 유물 번호별로 타이틀이 붙어 있고, QR 코드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번호에 해당하는 유물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본 전시회 중 가장 외국인 배려가 좋았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하지만 표지판의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뭐가 뭔지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동선과 번호도 관계 없이 마구잡이로 붙여진 것인지 설명을 순차적으로 읽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서 이 점이 나아지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을 만든 사람들은 미래의 바다 건너 누군가가 이걸 보고 행복해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 그렇든 그렇지 않든 내게는 무척이나 행복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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