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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Jan 31. 2016

멘디니 전시회

관람객을 생각하지 않는 전시 기획자

관람 일자 : 2016. 01. 29

관람 장소 : DDP 디자인 전시관

한줄평 : 전시 기획자가 관람객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제외하면 무난한 전시였다.




해외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내가 본 전시회들은 거의 대부분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다. 멘디니 전시회도 그랬다. 내가 전시회를 다니면서 신경 쓰는 부분은 이러하다.


1) 동선 설계 

1.1) 붐빈다면 동선이 효율적으로 설계 되어 관람 도중 대기 시간이 길어지지 않는가

1.2) 잘못된 동선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없는가 

2) 정보 전달

2.1) 전시회의 목차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관람객에게 잘 전달 되는가

2.2) 각 작품들의 설명 부분이 보기 쉬운 곳에 배치되고 이해가 쉽게 되어 있는가

3) 폰트, 조도 등이 전시회 컨셉과 잘 어울리는가

[부가적인 부분]

4)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것이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는가


일단 내가 본 전시회들은 1) 이 대부분 잘 되지 않았다. 2.1)이나 3)은 그럭저럭 지켜지지만, 2.2)는 지켜지지 않는 전시회가 대다수이거나 4)의 경우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는 있으나 그것이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는 전시는 드문 것 같다.


이번 멘디니 전시회의 경우에 는1)은 동선 설계를 완전히 잘못 했다기 보다는 동선을 표시하는 부분이 너무나 관람객에게 띄지 않는 방식으로 표시 되어 있었다. 바닥에 회색 작은 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크기도 작고 색도 진회색으로 관람객의 행동을 유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동선 설계를 아예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서 그런 표시가 없더라도 충돌이 생기지 않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동선 설계가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동선 유도 표시가 잘 보이지 않으면 결국 관람객은 자기 좋을 대로 움직여다니면서 다른 관람객과 부딪히거나 작품을 보기 위해 대기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결국 경험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2)는 각 작품들의 설명 부분을 감상하기 편한 곳에 붙이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멘디니 전시회의 작품들이 회화가 아닌 제품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 같긴 하지만(회화 작품은 설명 부분을 으레 작품 옆에 부착하지만, 제품이면 설명 부분을 붙이기가 조금 애매해진다) 작품과 설명 부분이 각기 다른 공간에 놓여 있어 서로를 매치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위의 설명판의 경우 작품이 각각 양 옆으로 놓여 있었는데, 이에 해당하는 작품을 찾느라 두리번 거려야했고 혹은 설명판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내가 이 전시 기획자가 관람객을 생각하는 노력 자체를 안 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래에 있다.



처음에는 '아, 여기 작품들은 회화가 아니라서 설명판을 부착하기 어려워서 설명판 부착이 이상한가보다' 생각했었는데, '눈으로만 보세요' 같은 설명판은 작품 하단 잘 보이는 공간에 붙여둔 것을 보고 작품 설명판은 왜 그렇게 후미진 곳에 부착해뒀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전시회를 모두 관람하고 나면 전시회장 바깥에서 멘디니의 작품을 자기 취향 대로 꾸며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다. 4)를 위한 것인데,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2~3년 전부터 이러한 시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 전시회 내용 자체에만 이야기 한다면, 시간적 여유가 있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가 볼 만 한 전시였다. 디자인이 제품에 어떻게 스며드는가? 디자인이 어떻게 제품의 브랜딩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었던 2013년 마리스칼 전시회보다는 훨씬 감흥이 덜했다. 나는 서사적 인간이어서 이미지와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은데, 회화나 디자인 전시회를 갈 때마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가 작동하는 것 같고 그 점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멘디니 전시회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사진으로 한 장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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