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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별 Apr 24. 2016

빈 카운터스

빈 카운터스 - 

밥 루츠 지음, 홍대운 옮김/비즈니스북스


추천 대상 : 폭망 사례집이 읽고 싶은 사람,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에게 신물을 느낀 사람

추천 정도 :  ★ ★ ★ ☆ 

추천 사유 : 최근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데이터는 현재 상태를 말해주고, 몇 가지 가설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지 인과관계가 상징성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용자와 직접 대면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도서 야생의 고객 추천)이 부분을 간과하고 데이터를 맹신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 실제 현장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지 않고 숫자 자체만 보는 데 중독되어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폭망 사례집'이다. 

마케팅은 제품이 뛰어나지 않으면 의미 없고, 제품 개선/혁신에 기여하지 않는 데이터 과학자는 평범한 월급 도둑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최근 트위터에서 성공 사례 말고 폭망 사례집을 보고 싶다는 트윗이 화제였는데 이 책이 바로 GM이 어떻게 폭망의 길을 걷고 회생하려고 했는지를 다룬 책이다. 그러므로 폭망 사례집이 보고 싶은 분은 이 책을 보세요. 한 편의 코메디 같으면서도 씁쓸함을 느낄 수 있다. 



발췌


"차는 잘 만들지만 '사업가'는 아니야. 라는 평가가 내 등 뒤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고객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고객의 돈을 착취하는 경영문화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최종 결정은 실제로 고객들을 상대해보았고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내려야 한다.


경제학의 법칙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품값이 내려가면 그 상품을 더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점유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면 보통 그 회사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한다

- 마케팅 비용을 늘린다

-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춘다

- 상품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거나 품질을 높이거나 고급화한다

- 이윤이 늘어나니까 신제품을 더 자주 출시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캐딜락의 매출액을 크게 늘리면서 동시에 최고의 고급 브랜드로 만들자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나는 아무리 봐도 이게 모순 같다. 대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최고급'이면서 동시에 '가장 대중적'일 수 있단 말인가?


또한 나와 스미스의 일화에서 GM 기업문화의 또 다른 문제를 볼 수 있다. CEO나 다른 최고 임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맹신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메모와 서류를 통해 이름은 접하면서도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먼저,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할 수 있도록 디자인부서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했다


이게 바로 GM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었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자'는 말이 스물다섯 가지나 되는 회사 목표 중에서 고작 한 가지 목표에 불과했다.(중략) 해바라기 가운데의 큰 원에 '제품 혁신'이라고 써넣고 그 옆에 둘러 있는 작은 꽃잎들 안에 제품 혁신을 위한 다른 목표들을 보조 수단으로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이전에도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모습만 보여주면 사람들이 감탄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현실에서 신기술이 그렇게 환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감추고 안 좋은 것은 일단 최대한 늦게 알리는 것이 GM의 오랜 전통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런 걸 똥개 근성이라고 부른다. 개가 집 안에 똥을 쌀 때는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주인이 못 찾을 만한 장소를 고른다. 나쁜 소식이 알려지면 신문에 도배될 것이 뻔한 상태에서 다음 날 공개할 수도 있는 것을 뭐하러 오늘 알리겠는가? 이래서 큰 회사조직에서는 누가 자리를 옮기고 나면 그제서야 발견되는 똥들이 많은 것이다


'그저 그런' 수준으로는 다른 경쟁사들 제품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었다


제품 개발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너무 '민주적'입니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식입니다. 그리고 이상한 절차가 너무 많습니다. (중략)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시스템대로라면 '고객들이 SUV를 원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할리우드의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 덕분에 소비자들이 허머 같은 차를 원하는구나' 같은 사실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중략) 문제는 우리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세밀하게 쪼개서 깊숙이 파고들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자동차 스타일이 나오기를 바라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0가지 신념

1) 회사 주가를 보면 기업 문화가 바로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2) 상품을 만들 때는 꼼꼼한 기획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3) '소비자의 니즈'부터 먼저 따지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에 끌리고 흥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4) VLE들이 생산비용과 투자계획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5) 현재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어떤 차를 사고 싶은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그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설문조사 당시에 사람들이 실제 돈을 내고 차를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6) 디자인 부문의 역할을 확대 해야 한다

7) 단순화가 중요하긴 하나 회사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 없다

8) '섹시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버려라. 분명 회사에서 질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고객이어야 한다

9) 이익만 많이 낼 수 있다면 생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 없다

10) 틀릴 때도 있지만, 주저하지는 않는다. 뭔가를 해서 실수하는 것보다 뭔가 하지 않아서 실수하는 것이 더 바쁘다


대기업에서 진짜 재능 있는 사람들은 MBA가 없는 전문 기술자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개 이들보다는 MBA 출신 관리자들이 먼저 승진을 한다


'좋은' 차가 아니라 '그저 그런' 차들을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절차만 따르다가 일이 꼬인 경우나 뭔가 위에서 이상한 지시를 했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따르는 경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일단 의심해보자'는 스티커를 수백 개 만들어 뿌렸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과 비슷한 것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모든 목표를 수치로 정해 놓는 GM의 고질병이 문제였다


앞으로는 학점 좋은 MBA 출신들이 숫자 가지고 떠들어 대는 것은 결코 믿지 않기로 한 계기를 만들어 준 일이기도 했다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를 그냥 용인하는 문화도 문제였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부서는 실적이 나쁘면 그 사람만 탓하고, 그렇게 실적이 나쁘게 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조직 개편 후, 디자인 부서가 먼저 '소비자의 마음을 확 끌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엔지니어링과 제조부서에서 나서서 그것이 생산 가능한 것인지 검토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확 끌 수 있는' 이 핵심이었다. (중략) 신차가 나올 때쯤에는 경쟁사들도 더 업그레이드된 신차를 내놓을 것이기 떄문에 정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인간도 그렇듯이 외모가 중요하다. 누구나 일단 차를 사랑하게 되면 다른 결점들은 바로 합리화해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온갖 수치들을 동원해서 예상 판매대수와 이익을(그와 함께 그 신차 개발로 인한 기존 유사모델의 판매 감소분까지) 근사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면 그 수치가 마치 정확한 미래를 나타내는 것처럼 둔갑한다. 나는 똑똑한 임원들이 마치 집단최면에 걸린 듯 제품개발부서 직원들이 5년 후의 신규 모델과 기존 모델의 예상 판매대수를 소매고객과 기업고객으로 구분해서 한 자릿수까지 계산해 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존 신차 개발 방법의 문제는 예술적 감각이나 창의성,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방법은 고객들이 차를 사기 전에 여러 차를 꼼꼼히 비교하고 분석해서 매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런 고객을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보고 사기 때문에 멋진 브랜드만 고집한다


절차를 강조해서 얻는 이점은 결과가 나쁘더라도 변명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시한 대로 했을 뿐이니까 책임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만 강조하는 컨설턴트들 때문에 20세기 후반에 너무 많은 돈이 낭비되었다


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뭔가 대단한 지혜를 갖고 있어서 존경해야 할 인물로 떠받들어졌다. 사실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기회를 잘 잡아 승진한 경우도 많다. 이들도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늘 불안해한다. 나는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부하 직원들이 이를 자유롭게 분석하고 평가하게 함으로써 그런 불안감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이보게, 나는 본래 이것저것 생각이 많고 주관이 뚜렷하지만 그렇다고 내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하네.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내 말을 듣고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거야. 내가 모든 걸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특히 이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더 그렇지 않겠는가. 내가 헛소리하고 있다고 말해도 나는 뭐라고 하지 않을 걸세. 물론 '부회장님, 제가 보기엔 그건 헛소리입니다.' 라고 호칭 정도는 앞에 붙여주면 좋겠지."


특별히 '불만 사항'이 없다고 해서 품질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자동차회사에 몸담으면서 단순히 '불만이 없는 것'과 '고객의 만족'을 혼동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중략) '불만 사항이 없다'는 것은 단지 '나쁘지 않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눈으로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해도, 분명 뭔가 차이를 느낀다


차 실내건, 실외건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었다. (중략) 나중에는 내가 회의 도중에 '나는 저런 생각은 못했는데, 설마 저런 것까지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일이 가끔 생길 정도였다. 물론 그런 생각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억울한 것은 우리는 기술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더 잘 만들어보겠답시고 엉뚱한 곳에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래서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아주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64킬로미터를 엔진소리 없이 조용히, 전기로만 달리고 싶은 것인데 말이다


조금은 독재자처럼 굴면서 유능한 사람들에게는 업무를 위임하고, 목표를 달성하는가 못하는가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모두가 기업의 목표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야 했다. 컨설턴트들이나 떠들어 대는 이상한 차트나 표 같은 것은 치워버리고, 겉보기에는 괜찮지만 정작 중요한 주제는 다루지 않는 회의도 모조리 없앴다. 위태커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기업문화 혁심팀을 없앴고, 컨설턴트들을 해고하면서 이렇게 해서 기업 문화가 혁신되었다고 선언했다


차의 품질과 성능이 비슷한 경우 소비자는 자신이 더 좋아하고 신뢰하는 회사의 제품을 고른다


현재 경영대학원의 교육 방식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생각에 고객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즉, 고객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무리 '수익성 제고를 위한 최적화작업'을 하더라도 고객이 계속 우리 제품을 살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치화된 규칙을 상식보다 우선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린다


개가 그 사료를 싫어하는 개 사료 회사는 망하는 것이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온갖 '잔기술'은 다 가르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개'라는, 이처럼 단순한 진리는 왜 가르치지 않을까?


좋은 상품을 만들고, 광고를 잘하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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