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나의 데이터 과학 공부는 어떻게 흘러갔는가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공부 의욕이 상당히 시들해졌었기 때문이다. 바이오리듬 패턴을 그리는 것처럼 공부 의욕이 사그라드는 것을 경험했다. 투입하는 시간 대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것 같아 우울했고 ‘왜 나는 아직도 못하지?’ 하는 스스로의 무능함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다. 때마침 오버워치를 시작했고 오버워치는 나에게 좋은 도피처가 되어주었다(하지만 경쟁전 점수는 심해에).
다행인 것은 오버워치가 잘 만든 게임이라는 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잘 만든 서비스나 제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사용자에게 ‘나도 이런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봐야지’ 라는 의욕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에 대한 마인드 변화라든가, 방법에 대한 변화도 도움이 됐다.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에 죄책감을 많이 느꼈는데 그 와중에 “모두 다 게으르니 남들보다 조금 덜 게으르면 된다” 라는 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할까. 그래서 아예 책 한 장만 보는 날도 있었고 안 하는 날도 있었지만 거기에 대해서 너무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로 헀다. 나는 매일매일 전력질주를 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공부하는 방식은 뭐든 책을 읽고 정리해보고 실제로 해보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SQL에서는 잘 먹혔지만 Python이나 통계 공부에는 잘 먹히지 않았다. 그 과정에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컸고 공부가 더더욱 하기 싫어졌었다. 그러나 방법을 바꿈으로써 조금이나마 우울함을 해소하게 되었다. 내가 보려고 했던 책은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데이터 과학’ 이었는데 개발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이해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어려웠다...
그래서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잠깐 접어두고 jupyter notebook에서 제공하는 pandas 튜토리얼이나 matplot 튜토리얼부터 다시 시작했다. 마음 가짐도 '오늘은 2시간 해야 한다' 라기보다는 '(진짜로 놀 거 다 놀고)놀 거 다 놀았는데 예의 상 한 번 봐볼까' 라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영어를 수능 이후로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Tutorial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 정 모르겠으면 구글 번역기도 사용했다. Tutorial이나 Quick start는 잘 정리되어 있고, 일련의 과정을 따라하기 더 쉽게 되어 있어 책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 Tutorial과 Quick start를 끝내고 나서 일에서도 간혹 Pandas를 사용해보기 시작했고, 에러가 나거나 방법을 모르겠으면 구글링을 해 stack of flow를 참조했다. 갑자기 에러가 뜨면 화딱지가 많이 났지만 책을 봤을 때의 답답함보다는 나았다.
그 이후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해가 배로 훨씬 쉬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아무리 쉽다고 해도 프로그래밍에 문외한이었던 나에게는 어려운 방법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책은 초보적인 중간과정은 생략된 것 같았는데 그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왜 이렇게 하라는 거지?’ 혹은 ‘왜 나는 이해가 안 되지?’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해보고 나중에 이해한다는 방식은 나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시도해보는 것도 내적으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분석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기술이나 스킬을 공부할 때는 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기대가 큰 것 같다. 천천히 진행 중인데 어제는 할 줄 몰랐던 걸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것만 해도 진일보 아닐까.
이전의 우울함은 극복이 됐지만 나는 지금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특정 시기에 공부를 몰아서 하고 "자 이제 공부는 끝났다 하산해야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싶고 그러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떻게 페이스 조절을 할 것인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어본 것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