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경에 흔들리지 않는 일편단심 민들레

굳센 집념과 의지가 있어야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운다.

by 운상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마음을 굳건히 하고 마음먹은 것을 변덕스럽게 자주 바꾸지 않으며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을 보면,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민들레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도·들에서도·바위틈에서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희고 노란색을 띠면서 예쁘게 피어있어 일편단심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한번 싹이 트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드시 꽃을 피우고 만다는 굳센 집념과 의지를 표현하는 뜻이기도 하다.


一片丹心(일편단심)이란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변치 않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해서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며 억척같이 강인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또한 민들레는 저항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은 일제의 모진 압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들레 홀씨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아 번져나갔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편단심 민들레란 노래 제목을 붙인 것도 어찌 보면, 한자리에서 곧고 깊게 뿌리를 내리는 올곧은 모습 때문일 것이다. 밟혀도 밟혀도 끈질긴 자생력으로 찬란한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근성은 바로 이런 일편단심과 맥을 같이한다.


강한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쉽게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상징의 icon(아이콘:어떤 분야를 대표하거나 그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 사물 등을 이르는 말)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렇게 고난과 역경에 강할 수 있는 것은 땅속 깊이 자리한 튼튼한 뿌리가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독자 제위도 잘 아는 바와 같이, 일편단심 민들레야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제목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민가수 등으로 불리며 한국 대중음악을 크게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가 70세가 넘은 현재도 거의 매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 제목과 가사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1981년 조용필은 좋은 가사를 찾던 중 우연히 70대(1981년 당시, 72세) 할머니가 쓴 자서전을 보게 됐다고 한다. 이 내용은 당시에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노래와 얽힌 사연이 방영되었다.


일설에는 조용필이 이주현 자서전‘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본 뒤 감동을 받아 가사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자서전의 내용은 50여 년 전 그녀는 동아일보 총무국장이던 남편과 결혼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 포로가 된 남편이 북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홀로 3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노점 좌판을 하며 어렵사리 살아온 그녀는 평생 모은 돈을 남편이 다니던 동아일보에 남편의 이름을 딴 ‘수남기금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남편이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1981년 4월 28일에 경향신문에 실린 ‘햇빛 본 할머니의 꿈-70 平生 恨 맺힌 사연 趙容弼의 목소리에 담아’에서 이주현 여사의 일편단심에 대한 스토리가 당시의 상황과 한 맺힌 그리운 사연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이주현 여사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수남(水南)! 이렇게 불러볼 날도 이제 오래지 않겠지요. 어언 접어든 나이에 고희를 넘겼으니 살 날이 얼마나 되리까. 당신을 잃은 지도 30년 성상 밟혀도 밟혀도 고개 쳐드는 민들레같이 살아온 세월, 몇 번씩이나 지치고 힘에 부쳐 쓰러질 듯하면서도 그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며 이겨 나왔습니다.”


이주현 여사는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걸쳐 집필한 원고 1천여 장 분량의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첫머리에 생사를 알 길 없는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내가 아무리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라 해도 일편단심 붉은 정열이 내게 없었다면 어린 자식들을 못 키웠을 것이고, 지아비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정이 없었다면 붓대를 들만한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표현한 이주현(李柱現) 씨가 쓴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눈물로 꽃을 피웠네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 었나

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 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

긴 세월을 하루 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이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일편단심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는 떠나지 않으리라,

--위 가사는 자전(自傳)의 내용을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기사 속에 들어있던 ‘그 여름의 광풍’은 1950년 6월 25일에 벌어진 청천벽력 같은 전쟁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낙엽 지듯 가시 었나’는 그해 가을 무렵 납북된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하늘만 바라보는 것’은 천국에 간 남편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는 행위였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남편이 떠나면서 “걱정하지 마, 잘 다녀올게”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였다. 41세의 여인은 그 험난한 역경을 다 이겨냈다.


지난 30년의 절망과 피눈물 속에서도 그녀가 표현하고 있듯이 ‘일편단심 붉은 정열’로 억척스럽게 버티고 이겨내어 어린아이들을 키워낸 정열의 그 힘, 한국의 어머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어머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낸 위대함 그 자체였다.


참고) ⓵아주경제신문 조용필의 민들레는 왜 일편단심일까/이상국 논설 실장(2019.5.13.).

②스포츠 경향, 2017.05.14./유통경제,2017. 5. 15.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혜안이 갖추어져야, 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