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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이야기(사례 15)

善의 씨앗을 퍼트려 萬物(만물)을 움트게 하라(23)

by 운상

전생에 맺힌 인연(15)


다음은 묘법 노스님께서 사연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한 이야기다.

언젠가는 묘범 노스님과 함께 어느 큰 절에 갔는데, 주지스님이 그 절에 상주하는 두 사미니(출가하여 머리를 깎은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수행이 미숙한 어린 여자 승려)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노스님께 해결책을 부탁한 내용은 이러하였다.


그 두 사미니는 스물을 갓 넘긴 나이로 단아하게 생겼다. 출가하기 전에 같은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모두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출가 후에 독경 예참과 염불, 몸가짐 등이 다 뛰어나며『능엄경(楞嚴經)』을 완전히 외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들은 비구니스님 가운데 출중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런데 주지스님이 아무리 훈육해도 고치지 못하는 결점이 하나 있는데, 즉 ‘동성애(同性愛)’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상 구분하기 위하여 ‘갑’사 미니와 ‘을’ 사미니로 호칭하고자 한다. 처음부터 그들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으며, 잠을 잘 때도 같이 자려고 하고, 줄을 설 때도 함께 줄 서려고 하고, 아침저녁 예불할 때에도 앞뒤로 붙어 있으려고 하며, 선방에서 좌선할 때, 공양할 때도 매번 함께 앉으려고 하였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에도 두 사람은 같이 가려고 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자 대중스님들 사이에서 의론이 일기 시작하고 주목하게 되었다.


여자 비구니스미.png 삼생의 끈질긴 인연이 있는 사미니 스님


왜냐하면 어느 날 주지스님이 둘 중 하나에게 외부의 일을 보게 하였는데, 다른 하나가 꼭 같이 가겠다고 하여, 못 가게 하니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발견된 것은 좋았으나 도량 내의 많은 스님들이 언짢게 생각하였으며, 스님들의 청정함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비록 대중스님들은 말하지 않았으나 그 뒤로 언제나 그 두 사미니를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상에서 벗어난 행위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주지스님이 그 두 사미니를 불러 여러 차례 대화하고 심지어 나무라기까지 한 뒤에는 ‘을’ 사미니가 ‘갑’ 사미니를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갑’ 사미니가 ‘을’ 사미니의 이러한 소원(疏遠:서먹 서먹함)한 태도를 참지 못해, 마침내 의견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비록 큰소리로 싸우지는 못하였지만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졌다. 싸움은 싸움이고 ‘갑’은 여전히 ‘을’로 하여금 한 걸음도 떨어지지 못하게 하였다. 마치 어머니가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보살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감정은 중학교 때 갓 사귀었을 적부터 시작되었으며, 첫 만남에서 정(情)이 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하니 자기들도 좀 이상하다고 느꼈단다.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에 들어가서부터 위⋅아래 침대를 사용하였으며, 자주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갑’ 사미니가 주지스님께 말씀드리기를, “ ‘을’ 스님이 보이지 않으면 제 마음이 이상하게도 불안해지니, 저도 비정상이라고 느끼지만, 제 마음을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지스님은 묘법 노스님께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노스님은 잠시 침묵하시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제자 과경거사)


“그녀 둘은 삼생(三生) 전에 모자(母子) 관계로서 어머니는 자애롭고 아들은 효성스러워 그 은애가 지극히 깊었으며, 그다음 생은 부부가 되어 더욱 친밀하기가 마치 아교와 옻칠과 같이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음심(淫心)이 무거웠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한 쌍의 제비로 태어나 축생으로 떨어졌으며 조석으로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 한 쌍의 제비는 어느 절 안의 큰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살았는데, 매일 스님들의 경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금생(今生)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날 수 있었으며, 아울러 총명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또 같이 출가하여 수행하러 온 것입니다.


수행을 잘하면 금생에 생사(生死)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다생(多生) 이래의 애정에 빠진 마음을 놓지 못하면, 내생에는 지옥에 떨어질 수 있으며, 다시 불법을 만나려고 해도 어려울 것입니다.”


노스님은 주지스님의 요청에 응하여 특별히 그 두 사미니 스님을 불러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이러한 서로 간의 인연을 이해한 후 바로 애정을 놓기로 발원하였으며, 불전(佛殿)에 참회하러 갔다.


우리는 한 가족 내에 형제간이나 자매 간이라 하더라도, 특별히 유별나게 사이가 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주 앙숙이 되어서 눈만 마주치면 서로 말싸움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 등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네가 먼저 시비해 놓고 왜 그러냐?”며 서로 따지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사이가 벌어져 꼬이게 된다. 이런 글을 접하는 독자제위는 전생에 인연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잘 받아넘기며 참고 지내야 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생의 인연일 수 있으니, 금생에 잘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마루리 되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 이와 같은 인연으로 앙갚음을 하기 위해 서로 바꾸어 환생할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스럽게 금생에서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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