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정의가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많다면, 행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생각도 언어에 갇힌 경우가 많아서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좁은 언어의 범위 안에서 정의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네이버사전의 도움을 받아 행복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행복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첫번째 뜻인 ‘복된 좋은 운수’를 행복이라고 한다면, 뜻밖의 좋은 행운이 생겼을 때 느끼는 감정이 행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쉽게 행복해지는 것 같다. 횡단보도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건널 수 있을 때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으니 좋다. 편의점을 지날 때 본 광고포스터에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1+1’에 판매한다는 것을 보았을 때는 기쁘다.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탈 때는 지친 발이 빨리 쉴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라는 두번째 정의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생각이 든다. 첫번째가 ‘우연’에 기댄 행복이라면, 두번째는 내가 노력해서 얻는 행복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생활 속에서 행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주려 한다. 내 미소를 보고 미소로 답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밀어내고 닫아야 하는 유리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나갈 때 뒤에서 오는 사람을 위해 3초쯤 잡아준다. 뒷 사람이 건네는 ‘고맙다’는 표정이나 인사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표시 같아서 뿌듯하다. 이런 일상 속의 작은 노력이 내 하루를 꽉 찬 포도알처럼 만들 때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작은 선의가 누군가의 일상에도 작은 포도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 말고,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내가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해오고 있는 그것, ‘춤’인 것 같다. 딱 10년 전에 건강을 위해 시작한 춤이 이제는 내 일상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처음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 어색함이 몸과 맘을 부끄럽게 했었다. 누군가 ‘어디 갔다 왔냐? 무슨 운동 하냐?’ 물어보면 ‘그냥 유산소 운동’이라고 얼버무렸다. 왠지 ‘춤’이라는 것이 내 성격이나 나이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주저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우러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자가 언어이듯, 음악이 메시지이듯, 춤도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이자 메시지다. 말로 받은 상처와 글로 읽은 언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을 때, 그저 몸을 움직여 박자와 리듬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면 일종의 해방감이 들기도 한다. 즐거운 일이 없어도 즐거운 리듬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 빠른 박자에 어려운 동작을 배우고 마침내 틀리지 않고 해낼 때는 성취감도 든다. 물론 누가 나를 보며 칭찬을 해주는 일 따위는 없다. 그래도 1시간을 땀 흘리며 배우고 나면 알 수 없는 행복 호르몬이 도는 느낌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이런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가끔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 속에는 한국어로 된 가사를 알지 못해도 ‘KPOP랜덤플레이댄스’라는 놀이 문화를 즐기는 각국 젊은이들이 있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노래에 맞춰 서로 같은 동작은 추면서 즐거워한다. 그들이 모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구석에서 소심하게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때론 잘 따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꾸준히 아는 노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음악이 바뀌면 뛰어와 한 소절을 추고 나간다. 그들과 내가 같은 이유로 춤을 추며 행복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면, 리듬을 타며 몸의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 행복감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나의 일상의 행복은 횡단보도가 빨리 켜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춤을 추는 것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