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즐거울 뻔했다
Canyon Matka in 북마케도니아
미끌어져서 흙투성이에 빵꾸도 났다.밴드로 막았지만 삐집고 나온 털이 계속 날리는 덕분에 길은 잃지 않겠다 ㅋㅋ/ "공룡시대 계곡색이 저런 색일거야. 색이름은 마법사의 신비계곡색 " "김남매~길을 비키시오" "엄마! 우린 귀여운 돌멩이들이야. 그러니까 알아서 피해가세요" ㅋㅋ "엄마! 뾰족뾰족 완전 고슴도치길이야"/철퍼덕 넘어졌는데 이왕 넘어진거 잠시 쉬겠다는 뚜뚜(하마터면 소리내서 웃을뻔!) / 여기도 노르웨이처럼 계곡물에 하늘이 그려져있다. 이런 물색엔 웬지 요정이 살거 같다 "아빠는 우리의 배경이 되어주니까 이 커다란 푸른 잎,엄마는 해님처럼 활짝 잘 웃어주니까 해님모양 꽃, 핑크화이트꽃은 둘이 잘 어울리니까 나랑 뚜뚜야~" 동굴까지
배로 가는 것과 걸어서 가는 길
어느 길을 갈래?
우린 Canyon Matka의 동굴까지 걷기로 했다. 구글 댓글에는 배로도 갈 수 있고 걸어서도 갈 수도 있다고 해서~가까운 줄 알았다ㅋㅋ
근데 웬걸~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동굴은 코빼기도 안 나오는 거다. 길은 하나뿐인데 말이다.
그 와중에 뚜뚜는 철퍼덕 몇 번을 넘어지는지.. 선발대로 김기사와 귀순이가 먼저 가고 뚜뚜와 나는 쉬엄쉬엄 둘레둘레 기어가는 수준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재빠르게 가는 작은 도마뱀, 공룡발톱에 할퀸 듯한 바위산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따르릉~"
그런데 선발대로 간 김기사가 되돌아가란다. 맨 끝은 길이 막혔고 동굴은 강 건너편에 있어 헤엄치지 않는 한 갈 수 없다는 거다.
쉬지 않고 걸어간 선발대 귀순이가 속상할까 염려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 가고 싶었던 동굴을 눈앞에 두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김기사 왈
"귀순이가 힘들다고 투덜대지도 않고, 씩씩하게 끝까지 잘 갔어" 하며 칭찬을 날리고
나도 덧붙여 "와~우리 똑따우르(모험하러 갈 때의 귀순이 애칭) 대장이 역시 대장답네~점심은 맛난 걸로 다 시켜~엄마가 쏜다"라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렇게 힘든 여정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배 타는 곳 사장님께 물으니 배로 동굴까지 갈 수 있단다.
"그럼 가야지!"
같은 목적지를
(1번)3시간 동안 힘들게 걸어갔다.
(2번)1시간 동안 배로 쉽게 갔다.
김기사에게 물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1번과 2번 중 뭘 선택할 거야? "
고민하는 기색 없이
"2번!"
"왜?"
"오전에 동굴보고 오후엔 다른 곳도 볼 수 있잖아"
귀순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난 1번 할래. 1번이 다리도 아프고 힘들긴 한데 2번 배만 탔으면 귀여운 숲 속 도마뱀도 못 보고 특이한 공룡 바위도 못 보잖아. 게다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다 오니까 은근 뿌듯해. 엄마아빠가 칭찬도 해주고!"
오늘 우리는 두 가지 길을 모두 가봤다.
1. 편하고 빠르게 (보장된)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가?
2. 힘들고 느린 데다 (보장되지 않은) 목적지에 갈 것인가?
언뜻 머리로 그려보면 1번을 선택하는 게 이성적이다.
그런데 1, 2번 둘 다 경험해 보니 신기하게 2번도 막상막하로 좋았다. 점심 도시락까지 싸갔으면 2번이 더 즐거울 뻔!(숲 속 안락한 의자가 내 스타일이었다)
이해가 안됐다.
이유가 뭘까?
느리고 불편하지만 반갑게 발견하는 것들이 있었다.
힘들지만 나름의 성취감도 만만치 않았다.
소소한 기쁨을 발견할 줄 알고
셀프칭찬 할 능력이 있다면
고단하고 느린 길도
꿋꿋하고 충만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튀르키예-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20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