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일 1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구름배 Mar 08. 2023

하마터면 즐거울 뻔했다

Canyon Matka in 북마케도니아

미끌어져서 흙투성이에 빵꾸도 났다.밴드로 막았지만 삐집고 나온 털이 계속 날리는 덕분에 길은 잃지 않겠다 ㅋㅋ/ "공룡시대 계곡색이 저런 색일거야. 색이름은 마법사의 신비계곡색 "
"김남매~길을 비키시오" "엄마! 우린 귀여운 돌멩이들이야. 그러니까 알아서 피해가세요" ㅋㅋ
"엄마! 뾰족뾰족 완전 고슴도치길이야"/철퍼덕 넘어졌는데 이왕 넘어진거 잠시 쉬겠다는 뚜뚜(하마터면 소리내서 웃을뻔!) / 여기도 노르웨이처럼 계곡물에 하늘이 그려져있다.
이런 물색엔 웬지 요정이 살거 같다
"아빠는 우리의 배경이 되어주니까 이 커다란 푸른 잎,엄마는 해님처럼 활짝 잘 웃어주니까 해님모양 꽃, 핑크화이트꽃은 둘이 잘 어울리니까 나랑 뚜뚜야~"

동굴까지

배로 가는 것과 걸어서 가는 길

어느 길을 래?


우린 Canyon Matka의 동굴까지 걷기로 했다. 구글 댓글에는 배로도 갈 수 있고 걸어서도 갈 수도 있다고 해서~가까운 줄 알았다ㅋㅋ

근데 웬걸~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동굴은 코빼기도 안 나오는 거다. 길은 하나뿐인데 말이다.

그 와중에 뚜뚜는 철퍼덕  번을 넘어지는지.. 선발대로 김기사와 귀순이가 먼저 가고 뚜뚜와 나는 쉬엄쉬엄 둘레둘레 기어가는 수준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재빠르게 가는 작은 도마뱀, 공룡발톱에 할퀸 듯한 바위산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따르릉~"
그런데 선발대로 간 김기사가 되돌아가란다. 맨 끝은 길이 막혔고 동굴은 강 건너편에 있어 헤엄치지 않는 한 갈 수 없다는 거다.

쉬지 않고 걸어간 선발대 귀순이가 속상할까 염려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 가고 싶었던 동굴을 눈앞에 두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김기사 왈
"귀순이가 힘들다고 투덜대지도 않고, 씩씩하게 끝까지 잘 갔어" 하며 칭찬을 날리고

나도 덧붙여 "와~우리 똑따우르(모험하러 갈 때의 귀순이 애칭) 대장이 역시 대장답네~점심은 맛난 걸로 다 시켜~엄마가 쏜다"라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렇게 힘든 여정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배 타는 곳 사장님께 물으니 배로 동굴까지 갈 수 있단다. 

"그럼 가야지!"

같은 목적지를
(1번)3시간 동안 힘들게 걸어갔다.
(2번)1시간 동안 배로 쉽게 갔다.

김기사에게 물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1번과 2번 중 뭘 선택할 거야? "
고민하는 기색 없이
"2번!"
"왜?"
"오전에 동굴보고 오후엔 다른 곳도 볼 수 있잖아"

귀순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난 1번 할래. 1번이 다리도 아프고 힘들긴 한데 2번 배만 탔으면 귀여운 숲 속 도마뱀도 못 보고 특이한 공룡 바위도 못 보잖아. 게다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다 오니까 은근 뿌듯해. 엄마아빠가 칭찬도 해주고!"

오늘 우리는 두 가지 길을 모두 가봤다.

1. 편하고 빠르게 (보장된)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가?


2. 힘들고 느린 데다 (보장되지 않은) 목적지에 갈 것인가?

언뜻 머리로 그려보면 1번을 선택하는 게 이성적이다.


그런데 1, 2번 둘 다 경험해 보니 신기하게 2번도 막상막하로 좋았다. 점심 도시락까지 싸갔으면 2번이 더 즐거울 뻔!(숲 속 안락한 의자가 내 스타일이었다)


이해가 안됐다.
이유가 뭘까?


느리고 불편하지만 반갑 발견하는 것들이 있었다.
힘들지만 나름의 성취감도 만만치 않았다.


소소한 기쁨을 발견할 줄 알고

셀프칭찬 할 능력이 있다면

고단하고 느린 길도

꿋꿋하고 충만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튀르키예-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2023.3.7)

매거진의 이전글 남마케도니아는 없지만 북마케도니아는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