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뚫고 올라온 공룡뼈 느낌이다. 요리조리 빈틈을 찾아 발바닥을 세로 가로로 비틀어가며 곡예하듯 걷는다.
이건 뭐 공룡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고슴도치길이다. 공룡 뼈다귀 따위가 숨어있다가 땅 위로 솟아오른 걸까?ㅋㅋ
길이랄 것도없다.
길은 방향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방향이 없다.
그냥 자연 날 것이다.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 많이 밟았구나' 느껴지는 맨질맨질한 돌 위를 따라 걷는다.
가족 모두 이 길을 어떻게 가냐며 불평하고 있을 때 위에서 맨발로 내려오는 할머님이 스쳐간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가는 이뼈다귀길은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이다.
수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성지순례 한다는 '메주고리예'다. (진짜 발현한 곳인지 알 수 없으나 교황청은 메주고리예에 대한 순례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김기사는 이 성지순례장소를 패스 하자고 했다.
김기사 : "그냥 사람들이 귀신 본거 아니야?"
그런데 귀순이가 우릴 꼬신다.
귀순: "성모 마리아 님이 오늘 우리 앞에 진짜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가 보자!"
그래서 반신반의로 가게 된 Apparition Hill다.
지붕없는 교회처럼 너무나 엄숙한 분위기에 우리도 말없이 눈만 마주친다.
그런데 정상까지 올라오니
뚜뚜가뭐에 홀린 듯 말한다.
뚜뚜 : "엄마! 기분이 이상해. 누가 날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는 기분이야. 엄마도 그래?
따듯한 욕조에 있는 것보다 지금 더 편해.
심장이 느리게 뛰어.
나뭇잎이 바람에 느리게 흔들리는 것처럼"
나 : "어머머! 얘 접신했나베~~ 성모 마리아 님이 너 몸에 들어간 거야? 뚜뚜~ 이러다 나중에 신부님 되는 거 아냐~ㅋㅋ"
귀순 : "이제부터 우리 뚜뚜 잘 모셔야겠다~"
김기사 : "그래~ 장래희망으로 신부님 좋다. 돈도 잘 벌고평생직장으로 딱이네~"
김기사 말에 빵! 터진다
성모 마리아 님이 진짜 이곳에 나타나사람들에게 덕담을 전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따듯한 위안과 기운을받는 곳이라면
그곳이 성지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카페?
뼛속까지 쭉 펴주는 포근한 침대?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에서
홀로 고독을 씹던 차 안?
뜨거운 태양 속 그늘진 나무 아래?
한국에 있을 때의 나의 성지다.
나만의 성지를 찾아
매일 순례해 보는 건 어떨까?
♡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튀르키예-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알바니아-몬테네그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20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