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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구름배 Feb 18. 2023

나는 매일 아침 8시에 등교한다.

바투미 in 조지아

뚜뚜와 귀순이가 영화관 가자고 노랠 불러서 응답했다. 100년 넘은 건물에 구식의 매점과 작은 스크린이지만 연신 "엄마 최고!"라며 엄지척을 해주니 으쓱으쓱!(1인당 5000원)
영화 시작 전 3D안경을 모아두고 므흐한 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는 뚜뚜좌/애들이 좋아하는 마블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영어로 나와서 김기사는 재미없었다고 투덜투덜ㅋ)
늦잠꾸러기 꼬꼬마들은 밤 8시에 Preply로 등교한다.(여러 나라샘들과 수업해봤는데 애들은 필리핀샘이 제일 좋단다.) 아무래도 저 미소에 반한거 같다. ㅋ
"뚜뚜야~돌멩이처럼 웅크리고 뭐하니?" 엄마 몰래 듀오링고하는 뚜뚜다. 밖에 나가야 하는데 저리 숨어서 할 때가 있다.(저 사랑스런 자태!어쩔) 게임개발자가 만든거 같은 영어앱이다

고백하건대,
내 인생에 영어는 넘기 힘든 거친 파도였다.
나 때 공교육의 첫 영어수업은 중 1이었다. 첫 영어수업 때 선생님께서
"ABC는 다들 알 테니 넘어갈게요"
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날 처음 ABC를 영접한 날인데 다들 알고 있었다니~ㅋㅋ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범생인 데다 "느린 학습자" 였으니 영어시간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 번의 파도가(수능시험과 취업용 토익) 올 때마다 안간힘을 써서 고비를 넘겨왔다.

하지만 언어로서의 주기능인 영어대화는 불가능했다.
어쩌면 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 외국어는 내 영역이 아니구나.
다시 태어나야 하는구나.'

대학생 때 교환학생 신청도 피하고
한국문학번역원 재직 시 해외도서전 참가도 피하고
해외자유여행 대신 패키지여행 위주로 다녔다.

버뜨!
1년 동안의 자동차 자유여행을 하려면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 2달 전 애들과 셋이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 사이 김기사는 홀로 빡시게 러시아 횡단을 했다)

결론은?
아직도 잘 안 들리고 잘 말하지 못한다.ㅋㅋ

하지만 달라진 건?
이제 피하지 않는다.
잘 못 알아들으면

 당황하지 않고
씨익 웃으면서  "please speak slowly again" 말한다.

웃음은 꽤 효과적이다.
일단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상대방 마음에 문고리를 만들어준다.

큰 파도가 올 때마다 두려움에 발버둥 치며 파도를 피하려는 것과  파도결에 내 몸을 맡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할까?

나는
이제
내 몸에 원어민이 빙의한 것처럼

파도결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8시에 preply.com로 등교한다.


(preply을 선택한 이유 : 교사선택권과 수업료 폭이 매우 넓다. (나는 30분에 1.5달러로 배우고 있다.) 이 사이트의 단점은 나와 맞는 선생님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수업료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곳은 완전자유시장이 펼치지는 세계다.)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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