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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pr 15. 2021

4화. 검찰개혁이 밥먹여주나.

얼어죽을 도그소리.

35일만에 초고속 사퇴한 제 66대 조 전 장관이 사퇴의 변에서 그랬다.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제 67대 추 전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하여 그랬다.

"검찰개혁 하기 전까지는 그런 정치적 욕망, 야망 갖지 않기로 제가 맹세하고.."

제 68대 박 장관은 현충원 참배 후 그랬다.

"호국영령들께 모든 국민의 염원인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아놔, 진짜 그놈의 검찰개혁이 뭐라고, 이놈(욕 아님, just 라임!)의 장관들은 저토록 비장하단 말인가.


법무부장관의 역할이 대체 뭘까 찾아본다. (feat. 정부조직법)

제  7조.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 (이거때문에 그렇게 말 많았구나!)

제32조.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속마음 잠깐 얘기해야겠다.

아니, 일이 저렇게나 많고 포괄적인데 셋 다 오로지 개혁가만 자처하는거야?

뭐? 국민의 염원? 얼어죽을 도그소리하고 앉아있네.

민족의 염원이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듣고 배워봤어도, 국민의 염원이 검찰개혁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놈이 만들어낸거야? 나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염원하지 않는데?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 마당에 무슨 마음속 깊이 생각한다는 거야. 2019년부터 써먹어온 니들만의 캐치프레이즈겠지.

조 후보를 옹립은 해야겠고 뭔가 구실(검찰개혁)은 만들어놨는데 그놈의 아집때문에 멈추진 못하겠고, 정당성은 부여해야 하니까 맘대로 '국민'을 끌어들인거지.


"내가 조국이다.", "우리가 조국이다."

뭔소리야. 뭔 도그소리냐고! 너는 너고, 우리는 우리지.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촛불 들은건 좋았다고. 근데 그 촛불을 왜 아무데나 써먹냐고. 추운데 왜 아이들 데려다가 거기 죽치고 앉아서 나라도 아니고 일개 장관 수호를 외치고 있냐고.

설령 일개 장관을 잘못 뽑았기로서니, 때는 이때다 하고 오바해서 정권 퇴진을 외치는 똑같은 놈들.

설마 최순실 일당과 조 전 장관 사이에 등호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서초동에 광화문에 100만, 200만, 300만이 모였다. 그 80년대 동그란 딱지게임하는거야? 그래, 머릿수만 많으면 이기는거야? 그럼 니들이 옳은거냐고? 여기부터 저어기 끝까지 국민들 동원해서 메우니까 자랑스러워? 그래서 얻은게 뭔데? 너희들 그때 정말 유치했다.


그게 바로 민심이라는 주장에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누가 보면 서로 조국(그 조국 아님!)의 자주독립을 위해 나온줄 알겠다.

법무부장관이 세번이나 바뀌는 와중에 치는 멘트가 하나같이 '검찰개혁'.

저 문장들 속에 들어갈 단어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독립', '광복', '통일' 같은 무거운 단어들이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의 임무가 오직 '검찰개혁' 하나뿐인지.

불쏘시개는 불쏘시개 역할로 끝나야 한다.

말은 좋다. 문자그대로 검찰개혁.

인권 신장도 좋고, 비리 혁파도 좋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고쳐서 순기능을 하도록 하면 좋은거니까.

그래서 그나마 성공한 것이 조 전 장관 스스로 밝혔듯, 자신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긴 했다.

아예 태워버려서 정작 음식을 못먹는게 문제지.     

또 그렇게 2년동안 내내 쉬지 않고 줄곧 외쳐대니까 '진짜 검찰이 썩긴 제대로 썩었구나'라고 세뇌당한 사람들도 많을거다. 그것도 성공이라고 봐야하나. 요즘 회자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아닌가.

헌데 어쩌나.

스스로 검찰개혁 열렬히 전파하다 주화입마에 걸린 남양주비엉 김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에 4.7 재보선 참패 이유를 분석했는데, 결론은 닥치고 검찰개혁해야 한단다.

검찰에 대한 무기력함에 국민들이 실망했다는데, 그 말은 검찰개혁을 잘 하지 못해서 국민들이 표를 안줬다는 거다.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되나? 허 참 신기한게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해석을 할 수가 있는거지? 페이스북에 자신있게 올릴 정도면 나름 하루종일 생각해서 낸 결론일텐데. 이런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 당에 있는 한...(말줄임). 암튼 초선오적(?) 불쌍하다.

참패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보다, 해도 모르는 것보다, 더 무서운게 바로 이렇게 반대로 해석하는 현상이다.

그래, 옜다. 검찰개혁 너 가져라.


쓰다보니 속마음 얘기가 길어졌다.


2019년엔 뭐 그랬을수도 있다.

2020년 이후로 코로나로 판이 바뀌었다.

기업은 힘들고,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고, 청년들은 집때문에 자꾸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백신은 언제 맞을지 기약이 없다.

클루는 알바 뛰는데 정신 없고, 허리 졸라매서 대출 이자 수십만원씩 갚아야 한다.   

지금 검찰개혁이 국민의 염원 맞나?

일단 마스크 벗는게 국민의 염원 아닌가?


팩트는 검찰개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아, 여당은 그거 잘하면 밥 계속 먹을 수 있나보다. 


*'도그소리'는 욕할 줄 모르는 싱금씨가 종종 쓰는 단어입니다. '개소리'도 욕이라고 생각해 완화해서 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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