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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pr 14. 2021

3화. Oscar goes to.. 조국 인사청문회!

Breathtaking! Masterpiece!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문화강국 맞다. 땅덩어리가 겨우 미국 켄터키 주나 인디애나 주에 견주어볼 만한데 우리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의 심장을 파고들었고, 우리 가수 '방탄소년단'은 빌보드로 세계를 점령했다. 미국 시각으로 본다면, 듣보잡 KBO 리그 팀 하나가 그들만의 리그인데도 '월드시리즈'라 불리는 그 거만한 야구시합에서 우승한 것쯤 아니겠는가.


난 정말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태껏 어느 드라마도, 어느 영화도 그렇게 발동동 구르며 기다려 본적 없다.

무산, 연기, 확정, 개최 뭐 이런 단어들이 마구 흩날릴 때마다 감정선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것 같다.

태어나 한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이렇게 기다려 본적 있는가.

러닝타임만 4시간이 넘는 또 다른 인생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를 볼 때에도, 강한 집중력은 흐트러지기 일쑤다. 그러나 꼭 봐라. (요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아님 주의!)

10년에 한번씩 재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클루가 왜 강산 주기로 재감상 추천을 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명작 중의 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오전 10시에 시작된 영화가 익일 0시 5분에 끝났으니, 점심, 저녁, 휴식시간 빼고도 뭐 대략 10시간 넘지.

러닝타임이 인생영화보다 두배 이상 길었는데도 집중력 한번 흐트러짐 없이 본 영화는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일거다.

이런 명작이 세상 어디에 있나. 상을 줘야 한다. 최고 권위라 불리는 오스카에서 줘야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했지만, 먹을것도 많았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이른바 토탈사커다.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는 당연히 기본이고, 하프라인에서만 노는 사람, 자기편 골대로 공을 몰고 가는 사람, 심지어 공을 물어뜯는(?) 사람도 있었다.


하프라인에서만 노는 사람 얘기를 해볼까.

현재 박 원장. 물론 이쪽 저쪽이 아니니 당연히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조 후보를 향해 분열을 야기한 죄로 국민들께 거듭 사과를 권하면서도, 은근히 공격과 수비를 하는둥 마는둥.

역시 정치 9단이다, 10단이다 하는 얘기들이 오고 갔지만, 솔직히 말해볼까. 양쪽 진영에서는 노인네 그냥 하고 싶은 얘기 다 하시라고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박 의원이 하프라인에서 공을 돌리든 말든, 가지고 놀든 말든, 공격하는 팀은 오직 공이 넘어왔을때 어떻게 닥공할 것인가를 몰두했고, 수비하는 팀은 어떻게든 막아내야지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가 뻔한 얘기를 청문회 내내 이어가던 중 딱 한번 번뜩인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문제의 그 표창장 사진이라며 핸드폰을 자신있게 치켜들고 보여주었을 때다.

"저한테도 이렇게 와 있어요. 이게 바로 문제에요. 후보자는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된 표창장은 저한테도 들어와 있단 말이에요."

그 말은 본인이 후보자 측으로부터 사진을 건네받은 것도 아닌데, 핸드폰으로 사진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그럼 그의 노림수는 검찰뿐이지 않나.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을 비판한 장면이었고, 다분히 그런 의도였겠지만 허망하게도 검찰이 가진 표창장은 오직 흑백 사본뿐이었고, 그의 얄팍한 술수는 훗날 탄로나게 된다.

그리고는 바로 꼬리를 내리게 되는데, "표창장 사진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입수했고, 입수경위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공개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설령 입수경위를 공개한다 해도 과연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청문회 후보자의 자녀 표창장 사진 입수 행위가 국회의원님의 의정활동이라고 볼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알수는 없지만, 그는 공격팀이 다 나가버린 빈집에 홀로 남아 수비를 한 것이 아니라, 수비팀에서 공이 넘어오는 역습을 기다린 것 같다. 미안하지만 그건 오프사이드 반칙이야!


공을 물어뜯은 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이듬해 응징당한 그는 아직 호반의 도시에 거주하고 있을까. 너무 조용하다.

조국 인사청문회의 신스틸러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누가 그런 퍼포먼스를 생각했으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류를 찢는것도 모자라 공중에 흩뿌렸으니.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단 서류를 잘못 제출했기로서니, 국회를 모욕했다는 주장은 좀 오바같다.

어쩌면 가족관계증명서를 무참히 찢어발긴 그는 실제로 조 후보의 가족을 찢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도가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 말이다.  

면전에서 바로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가 찢어발김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 후보는 이렇게까지 해서 장관을 해야하나 싶었을거다. 그 모욕감, 치욕감을 순간 표정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는 그 순간 군자라도 된듯이 아무런 드잡이도 하지 않았다.

공 자체를 물어뜯어버렸으니 게임이 순조롭게 진행될리 없었다. 엉망진창.


새로운 공이 들어온 후 다시 공방을 이어갔고, 끝내 어느 한쪽이 무너져버릴줄 알았지만 전반, 후반, 연장전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도 팽팽하게 맞설 뿐이었다.

그 대결이 얼마나 대단한 전투였는지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수비팀이 더 큰 내상을 입었는데,   

자기편 골대로 골을 몰고 갔던 금 선수는 오랫동안 테러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물론 팀을 탈퇴할 수 밖에.)

신인이지만 이미 슈퍼스타였던 2명의 걸출한 공격수 표 선수와 이 선수는 자괴감에 빠져 그만 이듬해 은퇴하고 만다.

(그 중 한명은 번복 가능성?)


결과는 말하지 않겠다.

팩트는 조 후보는 어쨌든 제 66대 법무부장관이 되었고, 취임 35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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