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국 어학연수 시절, 난 사람들에게 참 이 말을 많이 했었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보냐? 그러니까 저기도 가보고, 이것도 해보자."
나중에는 내가 새로운 걸 시도 할때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내 말투를 따라하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보냐? " 라고 화음이 깃든 합창을 했고, 다같이 웃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에 실크로드 여행은 물론 어학연수 기간동안 주옥같은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막을 한없이 혼자 걸어보기도 하고, 양 도축하는 것도 보고, 튀긴 불가사리도 먹어보고..
그러고 보면, 난 철저한 경험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보다 경험을 우선으로 한다.
때로는 그런 사고가 가끔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지만, 내게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으니까 좋다.
첫사랑이란 건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태어나 처음으로 깨달았던 경험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몰랐다가, 그저 좋아하면 장난치고 괴롭히는 일상이 그만이다가, 중학생이 되면 문득 좋은데 앞에 서면 부끄럽고, 늦은 밤에도 생각나서 괜히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그런 사람. 이 감정은 뭐지뭐지 하면서 지난 날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 경험이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꼭 사귀어서만이 첫사랑이라면 사람마다 시기가 다르겠지만, 애틋한 학창시절의 파노라마가 우리 첫사랑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짝사랑은 똑같이 소중하다. One sided 아니면 언제 또 그렇게 가슴 아픈 사랑 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빈번해도 좋진 않지만, 사실 짝사랑의 기억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사랑이 값지고 눈부신 축복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중학교때부터 6년 동안 좋아했던 동창이 내 첫사랑이었다.
군대 2년 2개월동안 늘 한 대학동기 여학생이 생각났던 경험은 처음이었다.
중국에 있을 때, 내게 죽을 끓여준 후배를 위해 이벤트를 해주고, 그렇게 가슴 아파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필리핀에 있을 때, 내 고백을 받아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내가 보고 싶다고, 얼굴이나 잠깐 보고 간다고 나몰래 서울에서부터 완행 전철을 타고 낯선 천안에 온 것은 그 사람이 처음이었다. 서있어서 다리 아프다고 몹시 안타까운 문자를 보낸 것도, 나 때문에 감기 걸렸다고 투정부리던 것도 그 사람이 처음이었다.
하나같이 내게 힘을 주고 위로를 해준,
동시에 처음이라는 감동적인 경험을 안겨 준 소중한 사람들.
내가 살면서 가끔씩 살포시 웃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