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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pr 09. 2021

정치는 싫은데, 정치판이 재밌는 이유.

프롤로그.

나 클루는 시 쓰고, 에세이도 쓰고, 기행문도 쓰고, 연애 얘기도 쓰고, 뭐 이것저것 취미로다가 잡다하게 쓴다.

첫째, 글 쓰는게 재밌기 때문이다. 둘째,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강박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장르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내 마음대로 쓰는걸 좋아하는데,

(일기, 독후감, 레포트, 논문, 회사 보고서 등 형식이 정해지거나 당위가 부여된 글 싫어함) 

20년 넘게 때때로 글을 쓰면서도 단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주제가 '정치'다. 

심지어 그 흔한 인터넷 댓글로도 정치적인 멘트를 한 기억이 없다. 


정치 주제 얘기를 쓰지 않았던 이유.

1. 정치를 모른다. 

2. 모르면 알아보고 공부해보고 써야 하는데 흥미가 없다. 

3. 재미없는 걸로 대거리 하기 싫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단순한 3가지 이유 뿐이다. 


클루에게 '정치'란 그냥 따분한 걸로 귀결된다. 

나 고등학생 때, 그러니까 1990년대 세기말에 고등학교 교과목 중에 '정치'가 있었다.

아마 수능 3교시 사회탐구 영역 중에 선택과목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하필 우리 학교는 세계지리와 사회문화를 버리고 '정치'를 선택했다. 

그렇게 1년동안 공교육으로서 '정치'를 배웠음에도, 클루는 수능에서 과감하게 '정치'를 버리고 용감히(?)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건 선생님의 인상적인 멘트.

첫 수업이었다. 귀차니즘 이미지의 유쾌한 사회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역시나 귀찮은 표정으로 들어온다.

"너희들을 하루에 두번씩이나 봐야해? 아오. 한번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건 또 왜 나한테 가르치래. 니들이 정치를 알아? 난 뭐 알아? 고3이 정치 알아서 뭐하게. 그 시간에 영어 수학이나 더 하지."

들어오자마자 교탁 앞에 서가지고는 반장 인사도 받지 않고 투덜투덜.

그리고는 교과서를 맨앞줄에 앉은 학생 책상위에 툭 던지면서 "나 안해. 밥먹으니까 졸리지? 한숨 자라."

물론 선생님의 익살스런 투정이다. 사회선생님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이었다. 

코믹한 체벌, 툭툭 던지는 자학식 유머, 위트 넘치는 수업 진행은 선생님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데 정작 교과서 내용은 '정치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를 뜻하는 polis에서 시작되어... blabla~.'

정확히 식곤증이 찾아오는 5교시, 6교시에 그 누가 '정치' 과목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할 수 있을까.

선생님도 졸고있는 학생들을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고3이 고달픈 녀석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재미가 없으면 원래 쓰기도 싫다. 

그런데 재밌어졌다. 

정치 말고, 정치판이라는 곳.

재미는 한참전에 느끼기 시작했는데, 늦은 감도 없잖아 있다.

대신 그만큼 글감은 충전되지 않았을까. 

언제 한번 써볼까 하다가 알바장이 재미나고, 

그래도 이제 선거는 끝났으니 악용(?)의 소지도 없을 것 같아 시작해 보려 한다.

'앤디 듀프레인'이 신은 교도소장의 구두

여전히 정치는 알 수 없다. 

이건 내편 네편 정치 얘기가 아니라, 클루가 오로지 정치판을 재밌어 하는 이야기다. 

인생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스스로 광낸 교도소장의 멋진 구두를 신고 본인 감방으로 되돌아가면서 독백하는 장면이 있다. 

'그 누가 일개 죄수의 신발 따위에 관심이나 갖겠는가.'


그 누가 일개 클루의 정치판 글 따위에 관심이나 갖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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