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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pr 12. 2021

1화. 도화선 2019.

조국사태의 시작.

일단 흥미로워서 시작한다고는 했는데, 솔직히 말 꺼내기 조금 무섭다.

초선오적(?)이라 불리는 그들이 '조국사태', '추미애' 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무섭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그 금기어들은 당원도 아닌 내가 꺼냈다가는 나야말로 '토착왜구', '적폐세력'과 한패가 되는것 아닌가. 문자폭탄. 당적을 파라, 후원금 끊겠다, 을사오적보다 더한X 등등. 휴~~ 나 따위는 낙인찍힐지언정, 그런 무시무시한 협박은 해당사항 없겠구나.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기 6개월 전인 2019년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뜨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무난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의 지루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국 민정수석이 모두가 예상했던 절차대로(?) 법무부장관 후보 지명자가 되었고,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던 어느날이었다. 


조국? 누구지? 서울대 법학과 교수 출신 민정수석인데, 훤칠한 미남이라대.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마침내 나라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수 있었고, 문대통령이 조 수석, 임 실장 등 든든한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 후 외투를 벗고 격의없이 산책하던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그 사진속엔 나같은 일반인이 다가갈 수 없는 '권위'란 찾아볼 수 없었고, 청와대도 결국 우리네 회사처럼 점심먹고 남은 시간 산책하듯,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일하고 밥먹고 하는 곳이구나' 하고 어떤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언젠가 조 수석이 이념은 다르지만 친구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어디론가 기차여행을 떠나는 영상도 볼 수 있었는데, 언론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참 좋고 신선했다. 그 전에는 '우병우'씨로 인해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를 알게 됐고, 민정수석이 엄청난 자리구나 하고 느꼈다면, 조 수석은 그냥 소탈하게 다가왔다. 그저 좋은 이미지로 자신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누구보다 잘 해낼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 임무가 정확히 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판이 바뀌었다. 보기 좋게 잘 어울렸던 민정수석 자리를 내놓았다.

등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제 66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것 저것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고 사상 유례없는 혹독한 검증 무대의 서막이 올랐다. 

물론 정부에 그닥 호의적이지 않은 다수의 언론들이 그 드라마를 더욱 극적이게 만들었다.

시작은 조 후보의 고등학생 자녀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표창장이 진짜니, 가짜니 하는 문제가 1심 판결로 더 두드러졌지만, 클루의 정치판 재미가 시작된 도화선은 무조건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이다.


혹시나 다른걸 기대했다면 미안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고등학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라니. 정작 지도교수의 의대생 제자는 제2저자였던가. 풉.

오래 지나서 더 그렇긴 하겠지만, 난 대학 졸업 논문 어떻게 썼는지 기억도 안난다. 

논문은 이런거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친구들끼리 "야 그나저나 논문 어떻게 쓰냐, 뭐 쓰냐" 이랬던것 같다. 대학 4학년 가을에 이미 취업전쟁은 시작했으니, 학점 관리할 일도 별로 없고 오직 논문 생각만 한 것 같다. 논문은 그냥 그렇게 어려운거다. 그런 이미지다.

고등학생이 자기 공부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뭐 어쨌다고? 영문 번역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고, 뭐 뚝딱뚝딱해서 제1저자 시켜줬다고? 조 후보 조차도 제1저자 등재 사실이 의아하다고 하긴 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상식적인 얘기를 하자. 


그 제목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의학논문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아부지가 이것저것 해명하지 말고, 깔끔하게 자녀로 하여금 어떤 자리에서든 본인이 제1저자로 등록된 의학논문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시켜보면 어떤가 하는 것이었다. 그럼 논란은 쉽게 종식되었을텐데. 생태탕으로 유명한 TBS 교통방송에서 일찍이 그 자녀를 직접 인터뷰 하지 않았던가. 물론 논문 소개는 들을 수 없었다. 

 

초반에는 의학논문 관련 현직의사들 인터뷰도 너무 재밌었고, 누리꾼들의 댓글공방도 정말 흥미로웠다. 솔직히 조 후보의 정책 검증은 뒷전이었다. 가족 관련 기사가 나면 그 다음날 조 후보가 어떤 해명을 하고, 어떻게 방어를 할까 더 기다려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분명 조 후보한테 불리한 국면인데, 우리가 모르는 정말 소스라치는 반전이 숨어있는 건 아닐까. 몇몇 언론의 가족 신상털기는 잘못된 것이지만, 그래서 갖가지 의혹으로 점철된 후보자가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지만, 언론은 멈추질 않았고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수없이 쏟아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였을까, 단지 돈벌이를 위해서였을까.


혹시나 앞으로도 한쪽으로 치우칠 위험을 경계하기 위해 팩트만 보려고 노력하겠다. 

가치판단도 되도록 아껴써야 할 것이다.   

팩트는 '고등학생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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