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늦은 감상문
얼마 전 예전에 참 좋아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 주인공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갑작스레 눈물을 보였다.
가슴 아픈 영화였다고 말하며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뭐였을까. 매 순간 진심으로 연기했을 그의 인터뷰를 보며 다시 떠올리게 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떠올리니 금세 마음 한 켠이 저릿하다.
사실 이 영화를 본 건 아주 오래전이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정도에 봤으니 벌써 10년 정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처음에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단지 제목이 예뻐서. 예쁜 영상 그리고 어느 연인들 보다도 예쁘고 특별하게 그려진 그런 사랑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영화의 엔딩은 이별이었다.
아직도 모든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라는 내게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었고. 사랑하는데도 억지로 헤어져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담백한 이별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도망쳤다.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영화 말미, 츠네오(남 주인공)는 이런 나의 바람조차 산산조각 내어버렸다. 영화는 아무리 대단한 사랑을 하더라도 이별마저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츠네오는 피하지 않고 인정했다. 그저 자신이 도망치는 것이라고. 더 이상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조제(여 주인공)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스무 살의 나는 '본인이 싫다고 떠나가는 주제에 왜 우는 거지? 그럼 안 헤어지면 되잖아'라고 생각하며 츠네오를 원망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들의 이별과 그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버린 건 조금은 속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