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삼년, 서울숲길의 일상을 이야기하다 | 골목사계
골목을 거닐기 시작한 건 겨울이 찾아오기 시작한 11월말이었다. 새로운 환경, 사람들, 모든 게 낯설었다. 커뮤니티디자이너로 일해 왔었지만, 처음은 여전히 어색하고 어려웠다. 11월의 골목은 그 마음과 비슷한 듯 한기를 가져오고 있었다. 회사 직원은 나와 직전에 들어온 동갑내기 한 명이 전부였다. 의지가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미팅이 잦아지기 전 얼마동안은 점심식사는 늘 같이 했었다. 동료였던 그는 막 성수동에 터전을 옮기는 소셜벤처들에게 공간 확보를 돕는 역할을 했다. 나도 함께 그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8년 현재는 헤이그라운드, 카우앤독,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만든 소셜캠퍼스, 성동구 소셜벤처 코워킹스페이스 등이 생겨 많은 회사들이 일하고 또 살고 있다. 그러나 2014년말 당시에는 카우앤독이 한창 공사중이었고, 다른 공간들은 준비중이거나 계획 단계에도 돌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동네를 느낄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건 다음해 봄이 오고, 주택단지만 있던 골목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을 때였다. 봄은 서울숲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4월중순이 지나면 주말에 하루 2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나들이를 온다. 평일에는 성수기에도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봄은 골목길에도 꽃들이 가득하다. 서울숲2길을 지날 때면 꼼꼼히 가꾼 화분을 만날 수 있다. 그 댁을 아침에 지날 때면 늘 물을 주고 화분을 돌보고 계시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다. 11시반 무렵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서울숲으로 산책을 나가는 어린이집 아이들의 대열을 만날 수 있다. 둘씩 손을 꼭 붙잡고 골목을 걸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강력한 햇살이 찾아오면 봄만큼은 아니지만 나무 아래 더위를 피하러 돗자리를 깔거나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서울숲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골목에 있으면서도 가려고 마음먹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번 가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것일까? 점심시간의 잠시 여유나 퇴근 후에도 여유를 잘 가지지 못했던 거 같다. 골목을 거닐다 마주친 새로운 장면은 주택 일층에 만들어진 매트가 깔려진 GYM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전시(feat. 어마전)'을 통해서 마침내 인연이 되어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현대인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해 심리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Challenge to Change(C2C)'의 성수동본점이 그곳이었다.
서울숲길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음을 인지할 수 있다. 일년에 한 번 만나는 이 짧은 기간은 늘 기다려졌다. 신사동 가로수길보다 더 운치가 있었다. 아파트와 학교, 그리고 한강으로 통하는 자동차전용도로로 가로막혀 한정된 개발가능성이 더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다시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되면 다시금 상상하게 된다. 노랗게 물들 시간을, 그리고 잎이 무성히 가득할 그 때를 ..
또 골목길엔 예술로 드리워지곤 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 골목길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의 씬들을 사람들은 그저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유심히 관찰하며 감상하기도 한다.
골목을 거닐기 힘들어지는 추운 계절이 오면 나무들이 모여주는 인상처럼 잔뜩 몸이 움추러든다. 가끔 내리는 눈이 소복히 쌓일 때면 아름다움에 감동하기도 하고, 눈이 얼어 미끄러질 때면 또 투덜투덜대기도 한다. 매장 안과 밖에서 떠들썩하게 한 해의 마무리를 함께 종무식으로 마무리하고는 그렇게 또 한 해를 지나보냈다.
사계절을 보내기를 3번, 성수동 서울숲길 우리 동네를 만났다.
(커버사진 : 구.커먼언커먼 매장이 있던 건물에서 바라본 서울숲길 골목, 2015.05.29, by cloudo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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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디자이너 cloud.o.cloud입니다.
동네를 거닐며, 재미난 공간에 가보고 멋진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합니다.
성수동에서 3년간 일했으며, 현재는 예외, 작은도시기획자들, 남산신나와 즐거이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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