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거닐다 번외, 2008년의 기억 | 뜻밖에 만난 진짜 지역공동체 마을
루가노의 알프스 산꼭대기에 위치한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The Santa Maria degli Angeli) 교회에 가볼 계획이었다. 사진과 도면으로 봤을 때, 그 장관을 정말 느껴보고 싶었다. 사진의 모습은 대부분 푸른 초원이 펼쳐진 풍경이었는데 겨울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산 정상에 있다보니 케이블카는 필수!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2월말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였다. 방문했던 때는 1월 중순...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답사 리더는 포기할 수 없다며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따라나선 길, 아이젠은 당연히 없었고, 푹푹 발이 눈밭에 빠지는 탓에 신발도 금세 젖어버렸다. 한겨울 알프스, 산중턱이라고는 하나 새하얀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케이블카는 3월부터 운영할 예정이었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현실을 인지한 일행은 중산간쯔음에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럽 여행에서 자발적으로 등산을 한 사람은 드물거라며 새로운 추억 거리를 새기며 왁자지껄 걷다가 멋진 광경에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여기가 알프스인지 동네 뒷산인지.. 그곳보다 경사가 가파른건 사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지역주의 건축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시대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환경과 재료에 맞게 건축을 하는 건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필연적이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의 2009년 수상자 피터 줌터(Peter Zumthor) 역시 대표적인 지역주의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성지 경당 설계를 맡았다. 2014년 8월경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2018년 8월 기사에 따르면 설계 마무리단계라 하니 기대가 된다. 답사지였던 성당을 설계한 마리오 보타가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설계해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신기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 기사)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라는 놀라는 재료가 발전되고 전 세계로의 물류유통이 가능해 지면서 살고 있는 지역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으로 더이상 집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 곳은 달랐다. 외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을 이 마을은 리얼 지역주의 건축의 집이었다. 알프스 산에서 채취한 돌이 그들의 주된 재료였다. 건축가 없는 건축, 사실 인간은 건축가가 되어야했다. 생존을 위해서.
창틀과 문, 그리고 지붕을 받치는 구조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그 지역에서 채취한 돌이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이 집은 좀 잘 사나보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처마의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돌을 쌓아 기둥을 만들고, 나무를 대고, 그 위에 넓적한 돌로 기와를 만들어 마무리했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평일 낮 시간 탓인지, 추위 탓인지 길가에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왼편은 최근에 지은 집으로 보인다, 알프스가 보이는 마을의 뷰가 정말 멋지다,
스위스 루가노(Lugano, Switzerland), 2008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이 마을이 다시 떠오른건 우연히 찾게된 동영상 덕분이었다. 함께 여행했던 지윤 누나가 유튜브에 마을을 둘러본 영상을 업로드해 놓았던 것! 2008년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라 화질과 음향이 그리 좋지 않지만 추억을 소환하기에는 충분했다. 영상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나 이미지를 클립해보시길~
[영상보기] +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셔도 됩니다.
*스마트폰이던 시절이 아닌 오래된 장비라 소리 녹음 원활하지 않으므로 볼륨을 줄여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건축가없는 건축 by 문지윤, 2008
이것은 2008년 1-2월 아누21기에서 만난 유럽 건축과 도시 이야기입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강상철, 김용태, 이동훈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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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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