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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Jun 05. 2019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2019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 문화예술교육포럼 @190524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미션으로 하는 벤처 기부 펀드 C Program이 주관한 문화예술교육포럼에 다녀왔다. 사실 이렇게 큰 행사 중 하나인줄은 몰랐다. 2019 세계 문화예술교육 주간 중 일부였던 것.


2019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홈페이지 캡쳐


C Program은 무엇? 누구?


먼저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C Program과 사업에 대해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간단히 소개해 보면,


C Program은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미션으로 하는 벤처 기부 (Venture Philanthropy) 펀드이다. 사회에 의미있게 기여한다는 뜻을 같이 하는 기업가들이 2014년 설립해, 놀이와 배움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확산 가능한 실험과 새로운 대화를 만드는 일에 투자하고 있다.


놀이(Play Fund)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누구나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늘려가는 실험이나, 놀이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만드는 실험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미술관(헬로우뮤지움), 박물관(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공룡 발 밑에서의 하룻밤 캠프), 도서관(전주시립도서관 트윈세대 전용공간), 놀이터(중랑구 어린이 놀이터, 군산/전주시 놀이터 환경 진단 프로젝트), 작업실(리마크프레스 어린이 작업실 DD238) 등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만들고 지원해 왔다. 또한 놀이 환경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자, 아이들이 뛰어 놓기 좋은 동네의 물리적 환경 요건을 연구하는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연구>를 후원했다.


배움(Learning Fund)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험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교사, 수업, 공간 기반의 시스템 변화(미래교실네트워크, 배움의 공간), 21세기 역량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고등학자, 메이커스카우트, 정세청세, 탐험대학), 이저넹 없던 새로운 선택지로서의 교육(거꾸로캠퍼스, 에누마, PaTI),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 등에 투자했다. 학교 안 팎의 교육자에게 영감을 주는 라이브러리 '온더레코드'를 운영하며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에 대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C Progrma 홈페이지 (아래)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포럼

_Do & Don't가 없는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_여는글

2019년의 우리는 집,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짜여진 계획 없이 편안히 쉬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공간은 어른들에게만 필요할까요? 어쩌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건 아닐까요? 집, 학교가 아닌 제3의 공간으로서, 아이들이 넘나들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는 과학관, 도서관, 미술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Play Fund를 총괄하는 씨프로그램 신혜미 프로젝트 매니저님이 문을 열어 주셨다. 이번 포럼의 기획 배경과 제3의 공간에 대한 정의, 그리고 소개될 3개의 공간을 총괄 운영하고 계시는 세 분의 연사 소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C Program 신혜미 매니저 #성장과영감 #누구나 #존중

"아이들의 제2의 공간, 학교가 모두를 위한 배움의 공간이었듯이, 미래를 준비하는 2019년의 모든 아이들에게 넘나들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다양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 아주 적은 비용을 내거나 내지 않고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바로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도서관이빈다. 이 공간들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열린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제 3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3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의 재료를 만나고 관심사나 호기심에 따라서 해보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며, 정답이 없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체득하고 완성해 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납니다."

"제 3의 공간에서 아이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주체로서 존중하며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제 3의 어른들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제 3의 공간이란 말이 생소할 지 모르는데, 씨프로그램에서는 이렇게 해석해 보았다고 한다.


Natural Ground 특별한 목적없이 갈 수 있는

Easily Accesible 누구나 언제든 갈 수 있는

Conversation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Appreciation of Human Personality and Individuality 아이들 개개인이 존중받고 평등한

Playful Mood 스스로 느끼기에 편안하고 즐거운

Refresh 아이들이 휴식, 재충전할 수 있는


여기에 더해,


Growth & Inspiration 성장을 위한 다양한 경험과 자극

For Every Child 모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될 때, 제 3의 공간이라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사례로 만나볼 공간은 어떤 곳일까?


미술관 = 헬로우뮤지움, 과학관 = 서울시립과학관, 도서관 = 느티나무도서관




1. 미술관 = 헬로우뮤지움 


"어린이와 가족이 예술을 경험하고 향유하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전시, 교육,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어린이 미술관으로 2007년 강남구 역삼동에 사립미술관으로 등록하여 운영해 오다가 2015년 성동구 금호동으로 C Program과 함께 동네미술관 개념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지역 내에 안착시켰다. 현재는 2019년 가을 오픈을 목표로 성동구 성수동으로 이전을 준비중이다.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성수일로12길 20 2층
- 전화번호 : 02-3217-4222
- 이메일 : hello@hellomuseum.com
- 운영시간 : (새로운 전시 준비중)


_헬로우뮤지움 홈페이지(아래 링크) 


2. 과학관 = 서울시립과학관


"청소년을 위한 기초과학관"을 모토로, 2017년 서울시에서 설립한 공간이다. 전시물을 보고 가는 곳이 아닌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혀 더 많은 질문을 안고 나가는 곳을 지향한다. "기초과학의 원리를 실생활과 연계한 체험을 바탕으로 과학결과물 뿐만 아니라 과학 탐구의 전 과정을 볼 수 있"고, 강북권(노원구 하계동 소재)에 있는 입지와 접근성의 한계를 고려해 "지역 주민을 핵심 타겟으로 선정"해 지역 중심의 과학관으로 운영한다.  


- 주소 : 서울시 노원구 한글비석로 160
- 전화번호 : 02-970-4500
- 이메일 : (없음)
- 운영시간 : 09:30AM ~ 05:30PM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무)


_서울시립과학관 홈페이지(소개)(아래 링크)


3. 도서관 = 느티나무도서관


1998년 용인시에 설립된 사립 도서관으로,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로 설립되어 20년째 운영되고 있다. 만남, 소통, 어울림이 있는 커뮤니티로 도서관이 해야할 공공성을 추구하며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학력으로 가르지 않고, 서로 있는 그대로 다름을 존중받으며 서로 친구가 되고 멘토가 되기도 하며,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116길 22
- 전화번호 : 031-262-3494
- 이메일 : office@neutinamu.org
- 운영시간 : 화,수,금,토요일 10:00AM ~ 10:00PM, 일요일 01:00PM ~ 06:00PM(월,목요일, 공휴일 휴무)


_느티나무도서관 홈페이지 http://neutinamu.org/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3개의 제 3의 공간을 만나보자.

아래 파트는 연사들의 발표를 바탕으로 필자의 시점으로 작성되었다.



3개의 제 3의 공간,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



1


헬로우뮤지움 



헬로우뮤지움(Hello Museum) 김이삭 관장 #아이다움 #관계

"헬로우뮤지움은 입구뿐만 아니라 공간 곳곳이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심리적인 편안함은 물론,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최선을 다해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이기보다 한 사람의 주체로서 인정해 주는 어른들이 만드는 공간입니다. 아이답게 커가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주는 미술관입니다."

(배포 자료 인용, 출처 : C Program)

  


먼저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한 번 스스로 답해보며 따라가 보자.


가보고 싶은 미술관은 어떤 곳인가요?


김이삭 관장의 경우는 배경 사진에서 보이는 아부다비 르부르 미술관이 떠오른다고 스스로 답변을 하셨다.

그렇다면 다르게 질문해 본다. 당신은,  

'아이와' 가고 싶은 미술관은 어떤 곳인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내가' 가고 싶은 미술관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가고 싶은 미술관은 어떤 곳일까요? 그에 앞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미술관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뛰면 안 되는 곳 / 부자들이 가는 곳             


미술관에는 안되는 것이 많다. 만지면 안되고, 뛰면 안되고, 떠들면 안되고, 그러니까 아이들에겐 지루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을 이렇게 통제하는 것이 과연 미술을, 예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은 없을까? 바로 그 역할을 헬로우뮤지움에서 지향하고 실천하고 있다.


헬로우뮤지움에서는, 아이들의 삶과 연관 된 작품을 전시하고,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생각할 수 있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아트동동으로, 공간, 콘텐츠, 사람을 중심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물론, 작가와의 꾸준한 소통으로 아이들이 참여하는 작품 위주로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해 운영에 있어서 3원칙을 추구한다.


 Greeting(환대), Engaging(참여), Bridging(연결)  

- Greeting |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큐레이터와 먼저 인사하고, 진심어린 환영을 통해서 어색하고 어려워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준다.  


- Engaging |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낙서이다. 그것도 작품 위에 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어른들이 이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가 낙서를 하려 한다면, 깜짝 놀라며 막을 것이다. 하지만, 헬로우뮤지움에서는 낙서를 장려한다. 작품의 작가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거 같은데, 낙서가 지역 주민들에게도 참여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가 되었다. 회화 작품을 정서적으로 느끼는 참여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 Bridging | 아이들의 삶과의 예술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집과 미술관의 연속선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집에서 미술관에서 했던 활동들을 함께 이어서 해 본다든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예술과 아이들의 삶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아이들이 신나게 작품 위에 낙서를 하고, 이것은 또다른 작품이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동네에 헬로우뮤지움이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발전을 위해서 성과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정량적인 수치로 본다면, 2015-2018년까지 지난 4년간 11회의 전시, 66명 작가 참여했고, 방문객도 꾸준히 증가했다.


정성적인 결과는 바로 이것이겠다. 앞서 '미술관이 어떤 곳이냐?'는 질문 기억나는가? "뛰면 안 되는 곳, 부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답했던 아이들이 "헬로우뮤지움은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웃긴 미술관, 재미있는 미술관, 우리들의 공간" 등등 정말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자랑을 마지막으로 하고 발표를 마무리 하셨다. 아이가 가족 여행으로 해외에서 즐겁게 보내고 인천 공항에 내릴 때쯤 부모에게 집에 바로 가지 말고 헬로우뮤지움부터 들리자고 졸랐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피드백과 반응들이 헬로우뮤지움이 동네미술관이자 어린이미술관으로 제 3의 공간의 역할을 정말 잘 해내고 있는 거라 생각된다.  

  



2


서울시립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 #누구나 #실험

"제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과학관은 '마음껏 실험하고 얼마든 실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과학자는 매우 실패하는 사람, 과학관은 기꺼이 실패할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답을 얻는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얻는 곳, 눈으로 구경하는 곳이 아닌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과학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포 자료 인용, 출처 : C Program)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포스터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 뿐만 아니라, 청년, 어린이를 위한 나라도 없는 거 같다. 노인을 위한, 청년을 위한, 어린이를 위한 과학관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 이정모 관장  

  

방문하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한 가지 패턴이 늘 존재한다. 들어올 때는 다들 의기양양하게 자신감이 찬 표정이었다가, 관람을 마치고 나갈 때는 (완전 반대로) 의기소침해 있는 표정들을 보게 된다. 왜 그럴까? 바로 과학자는 다 천재이기 때문이다. 천재들만 드러나게 과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립과학관은 과감하게(!) 아인슈타인 선생님을 뺐다. 아인슈타인 선생님이 너무 뛰어나셔서 과학이 어렵게만 느껴지기 때문에 천재들이 보이지 않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스윽 스쳐지나가지 않고, 서서 지나가지 않도록 조금 다르게 만들어 보려 시도했다.

무언가를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앉도록 계획했다. 실험하고 관찰하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왜냐하면 ,이 숫자 때문이다.
 
(등록된) 미술관 수 / 과학관 수 / 도서관 수 이다.


등록된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공간의 숫자이다. 미술관 227개, 과학관 135개, 도서관 1,042개

과학관의 경우, 인구 38만 명당 1개씩 보유한 셈인데, 이 숫자를 보여주면 여전히 독일의 예를 들며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의 도시를 살펴봐야한다. 그들은 도시당 인구수가 작은 마을과 같이 적은 편이다. 우리 나라 서울처럼 1000만 명이 사는 메갈로시티가 아니다. 물론,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측면으로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이 이야기는 잠깐 뒤로 미루고, 아래의 그래프를 먼저 보자.



공공에서 만들고 있는 과학관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지자체에 최소 하나씩 더 생겨나고 있다. 그래프를 보면, 주 이요 대상으로 유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과학의 원리, 개념에 대한 내용보다는 놀이에 무게를 두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보았을 때, 아이들 수는 갈수록 줄어들텐데 말이다. 그래서 서울시립과학관은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보는 것해 보는 것을 추구하는 과학관으로 계획했다고 한다.


아래는 네덜란드에 있는 NEMO과학관의 사진이다. 여기서 질문이다. 어떤 장면인거 같은가?



정답은 아빠가 실험하고 있고, 아이는 실험하는 것을 구경하는 장면이다. 필자의 경우, 아이가 실험하는 것을 과학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 실험 방법을 설명해 주는 장면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직접 실험을 하는 것은 어렵고 지루한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 저학년 쯔음 시기에는 과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한 지식을 조각조각 흡수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실험을 직접 하기 보다 자주 접하고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과학 활동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몸소 느낄 수 있을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새집 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했다. 주말 아침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빠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가정의 결과물보다 더 나은 새집을 만들기 위해 경쟁이 붙는 진풍경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학관에서 새집을 왜 만들지? 의아할 수 있겠다. 새집을 만들고 1년 뒤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이를 함께 다시 모여 관찰해 본다. 여기서 시간이 걸리고 시간을 두고 관찰하고 실험해야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영국에 있는 뮤직 익스피리언스(Music Experience)에서는 먼저 어른들이 깊이 경험해 본 음악들을 청소년들이 악기 연주를 체험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멜버른 사인언스 갤러리(Science Gallery Melbourne)도 실험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경험 위주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집 만들기 워크샵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이루어진 워크샵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이를 통해 목적이 분명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시립과학관이 청소년이 주타겟이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노인, 청소년, 청년, 아이들이 모두 어울릴 수 있는 공간, 동네에서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공간, 그 곳이 제 3의 공간으로써 의미가 있겠다.



3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 #북돋움 #숨을수있는 #말을건네는

"느티나무도서관은 뿌리, 즉 사람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공간이에요. 사람이 가진 힘과 가능성을 북돋아 주고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공간입니다."

"숨을 수 있다는 건 물리적 공간만 이야기하는게 아니에요. 적절한 거리를 지켜주는 거죠. 거리를 두지만 동시에 곁을 내주는, 말 없는 환대가 느껴지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책을 한 권 건넨다는건 누군가의 인생에 엄청나게 개입하는거에요. 그래서 말없이 마을 거는게 공간이라면, 삶을 두드리고 말을 거는 컬렉션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사람의 표정, 사회의 표정을 보며 책을 고릅니다."

(배포 자료 인용, 출처 : C Program)


도서관이 설립되기 직전 용인은 신도시 개발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었고, 때마침  IMF 금융위기까지 몰아 닥쳤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느티나무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아파트 상가 지하 공간을 구해서 책으로 둘러 싸고, 그저 편히 쉬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도 느티나무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



20년간 어떻게 그리고 왜 도서관이었냐는 물음에 존엄함, 자유 때문이다고 박영숙 관장은 답했다.


"생명을 이어감은 물론, 가슴이 뛰고, 무언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또 성장하는 존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었고 느티나무도서관이 그렇게 여겨지도록 바랐다. 또한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길 바랐고, 때로는 포기하게 되는 두려움 등에 자유함을 누릴 수 있는 곳, 그 곳이 도서관이더라. 그래서 선택했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도서관에서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물음표, 북돋음, 공명

 - 물음표 : 말을 거는 책들, 비판적 사유, 낯선 시선
 - 북돋음 : 환대, 느슨한 존중, 결, 응원
 - 공명 :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공명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은 공간 그 자체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공간의 힘'을 믿었고, 이용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고,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 안에서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삶 속에서 체득하며 나아가는 '공공성'을 발휘하는 도서관, 그 곳이 느티나무도서관이다.



공간의 힘


"이 곳에 들어오기만 해도 존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높은 층고로 계획했고,  지나 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커다란 창을 뚫었다. 공간적으로 낭비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방향의 계단을 설치해 역동성을 더했다. 썸 정도 생길 수 있을,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큰 배움터"(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수 없다’, by 메르코 글리아노)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이런 공간을 마련해 놓는 것으로도 충분하더라.


몰입


책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화학작용! 몰입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동기'가 필요하다.

청소년과 5~6세 아이들이 만나서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마니또&마니띠 제도를 운영하여 청소년들이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을 자연스레 돌보게 된다.


'멍석'을 깔아준다.

아이들이 무대를 만들고 있을 때, 어른들은 자리를 치워주고 관객이 되어 준다.

아이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둔다. 남의 아이&남의 부모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곳에서는 어른이든 아이든지 서로 반말을 한다. 나의 아이에게라면, 나의 부모에게라면 하지 못할 지혜들이 쏟아진다. 서로 편하게 조언을 주고 받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똑같은 이야기를 나의 자녀가 나에게 했다면, 그런 대답을 해 줄 수 있었을까?


'곁'을 내준다. 따뜻한 환대.. 그저 곁을 내주기만 하면 된다.


공공성


"주어지고 보장되는 밋밋하고 획일화된 공공성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함께 체득하고 실천해 가는 공공성, 유연하고 섬세한, 그리고 느슨하고 두근거리는, 다양성과 역동성, 상상력이 펄펄 넘치는 공공성, 그러한 공공성을 추구한다."                    




20년, 꼬꼬마였던 아이는 어느새 청년이 되었다.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다음 단계에 돌입할 때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2019년, 이제 다음 단계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 함께 살아내는 동네..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시도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대담



Q. 서로에게 영감을 받았던 것?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A. 이정모 관장(이하, 이) : '떠들지 마세요.’는 없앴었지만, 헬로우뮤지움을 가보면, 아예 작품에 낙서를 하도록 하더라. 전시물을 ‘만지지마세요’를 없애고, 다 ‘만져보세요’로 하면 어떨까! 아이들은 단시간만에 바로 망가 뜨리더라!ㅎ


 A. 김이삭 관장(이하, 김) : 공간의 목적에 대해서 작가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이 가능하다. 스스로도 재질, 질감 등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작품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숙 관장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관장님은 지치지 않으시나요?


 A. 박영숙 관장(이하, 박) : 물론 지칩니다.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우리 잘 아프고 잘 살자고 다독이고 있다. 내려놓으려다가도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면 동기부여를 받게 되더라. 이정모 관장님을 뵙고 나면, 마음이 커진달까 말씀을 나누다 보면 00억년, 만년 단위로 말씀을 하셔서 괜찮아 지더라..


 A. 이 : 저는 이용자들에게 지치지 않아요. 오히려 공무원과 만날 때면 지친다. 기준을 낮춘다. 원대한 꿈보다는 작은 꿈들을 꾼다. 힘들 때면 매일 징검다리 하나를 생각하며 나아가며 하나하나에 만족하면 그 성취 속에서 다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A. 박 : 8년 동안 자리를 만들게 될 한 사람, 그 한 사람에게 8년이나 쏟아야 할까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힘이 되지 않을까?             



Q. 2019년에 아이들과 청소년을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이 : 그 어느 때보다 회복탄력성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작은 실패를 일상적으로 해 보면, 이것에 익숙해져서 큰 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는 매일 실패하는 사람들, 가설을 세울 때 실패하고, 실험하다가 실패하고,논문을 쓰닥 실패하는 .. 그런 사람들이다. 과학관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험할 때 각자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한다. 대부분의 목표는 잘 못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실패하도록 한다.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배우고, .. 등등  


 A. 김 : 느티나무도서관처럼 환대하는 공공성을 띄고 있는 공간을 도서관이 아니라, 미술관이 아니라 재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헬로우뮤지움은 2019년에 생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A. 박 : 아이들을 위한다는 생각은 그리 하고 있지 않아서, 과연 아이들이 위한 공간을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개의 공간이 한 지역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 이 : 그런 점에서 마포종합도서관이 좋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과학관을 짓기 어렵다. 부동산 마련 비용이 비싸서,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열람실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자기 방에서 공부해도 되고, 카페에서 공부해도 된다고 본다. 도서관의 열람실 중 하나 정도만 실험실로, 또는 미술관으로 변화시키면 어떨까. 도서관을 활용해서 섞여서 만들어지면 적절하지 않을까.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A. 박 : 도서관에 그러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해 메이커스 스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육 기간이 너무 길다. 앞으로 더 길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30대가 되어도 자립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 이것이 문제가 아닐까. 한 사람이 스스로 배우고, 몰입했을 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 서로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배움과 일상의 삶이 따로가 아니라, 도서관이 여가, 교양 공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그런 공간으로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A. 김 : 최근에 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이 생기고, 구청에도 책마루라는 도서관이 생기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데, ..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느꼈던 영감을 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책 한 권 한 권에서부터 나오는 영감! 책을 진심으로 대하고 책과 사람이 교감하는 느티나무도서관과 같은 곳이 필요하다.              



Q. 도시마다 헬로우뮤지움, 서울시립과학관, 느티나무도서관같은 제3의 공간이 생기려면 우리 사회엔 무엇이 필요할까?    

                  

A. 김 :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철학과 활동들을 계속 연결할 수 있는 매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헬로우뮤지움은 소통과 협력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함에도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관심있는 사람들과 많이 접하도록 한다.

                     

A. 이 :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나랏돈을 쓰자. 정확하게 재정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A. 박 : 정신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이 3개의 공간과 같은 곳이 특별한 사례로 여겨지는 상황이 아니어야 한다. 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결단이 필요하다. '제3'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새롭게 시도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3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 AI가 많은 일들을 하게 되는 사회에서 사람다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오며



'다음 세대'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C Program의 프로젝트들은 참 감동을 준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아이들을 위한 작업실 '이문 238'이 그렇고, '놀이'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연구가 연속선상에 이어지고 있는 좋은 놀이 공간을 찾아 보는 '놀이지도(Play Map)', 학교 안 빈 공간에서 놀이를 한다면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지 만들어 본 '바닥 놀이 프로젝트(Playing Ground Project)', 놀이라는 키워드로 활동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는지 모였던 '플레이어스 포럼(Players Forum)', 골목과 아파트에서의 아이들이 어떻게 놀이를 하는지 연구를 비롯해 아이들이 놀기 좋은 동네란 어떤 곳지 놀이 환경에 대해서 구체적인 환경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는 '놀세권 연구' 등 맥락에 따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내고 그들과 협업하시는 모습에서 늘 감동을 받는다.


동네에 있어야 할, 있는 제 3의 공간은 어떤 곳일까?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려스럽게도) 2015년을 기점으로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공공복지'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특히 서울의 경우, 동단위로 새롭게 지어지는 공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정책적으로 진행되다보니 획일적이고, 단기 성과 위주로 실제 현장의 상황에 대한 공감과 고려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헬로우뮤지움이나 느티나무도서관과 같은 민간 팀(조직)들이 직접 지역 안으로 들어가서 본질적인 부분들을 짚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반갑다.



더욱 깔끔한 후기는, C Program이 직접 작성하신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  




(커버 사진 : 문화예술교육포럼 진행 현장, @190524, cloudo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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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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