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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Jun 08. 2019

강릉과 도시재생, 실현된 것과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강원의 모든것 매거진 033강릉 | 재생, 강릉하다

#Lifestyle - City 

<033강릉> 100 ~103p.

본 아티클은 강릉 로컬그룹 더웨이브컴퍼니에서 기획/제작하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행한 강원 매거진 <033강릉> 콘텐츠입니다.


(커버 사진 : KTX 서울-강릉 구간이 신설되면서 활기를 띄고 있는 강릉역 ⓒ최성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들어 봤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책 사업 중 하나로 전국이 들썩 거리고 있다. 강릉도 뉴딜 사업 지역 중 하나로 2018년 7월 중앙시장을 포함한 옥천동 일원이 사업구역으로 선정됐다. 먼저, ‘도시재생’ 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 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역의 공동체가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소규모 단위로 지역의 이슈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재정과 전문가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도시를 재생한다.’는 사실 잘 와닿지 않는다. 도시는 개인에겐 너무 큰 규모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건물에는 수명이 있다.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건물이 무너질 거 같아 수명을 다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 사용해 왔던 기능의 수명이 다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공간들이 있다면 어딜까?


먼저 ‘한 없이 넓고 큰 밝은 것'을 뜻하는 강릉의 옛 이름 ‘명주(溟州)’에서 따온 아름다운 동네의 오래된 공간들을 살펴보자. 명주동은 강릉대도호부 관청이 있었던 곳으로 20년 전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번화가였다. 그러나 2001년 강릉시청이 홍제동으로 이전해가면서 동네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상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사람들의 왕래도 다른 동네로 분산되었다. ‘문화방앗간'도 그중 하나였다. 떡을 하려면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는 그 곳도 10여 년 동안 빈 점포로 남아 있었다. 이 문화방앗간이 2011년 영화제작자, 미디어교육전문가 부부와 그들의 동료 독립다큐멘터리감독, 영화감독 넷이 의기투합하여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는 ‘봉봉방앗간'으로 변했다. 1940년대 만들어진 공간에는 방앗간으로 보냈던 세월의 흔적과 이야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허름한 외관을 거의 고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동네 어르신들이 야단을 치기도 했단다.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 호호로 누구나 전시를 열 수 있도록 오픈하고 있는데, 문화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봉봉방앗간 전경, ⓒ033강릉 편집부


이른바 적산가옥을 수리한 카페 오월은 또다른 재생 사례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밝은 색 톤의 재료로 전면 수리해 외관과 대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릉시에서도 문화예술이 스며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1958년 지어진 강릉제일교회를 2012년 ‘작은 공연장 단’으로, 학생들이 떠나간 초등학교를 공연장, 녹음스튜디오, 개인연습실 등의 시설을 갖춘 ‘명주예술마당'으로 바꾸었다. 명주동 골목 곳곳의 이야기를 담은 태블릿 PC와 함께 투어를 떠나는 미디어 트래킹 ‘명주애가'를 선보이는 등 틀에 박힌 투어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작은 공연장 단(구. 강릉제일교회), ⓒ최성우
카페오월, ⓒ최성우


몇 해 전부터 지역브랜드를 입힌 수제 맥주 붐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순창의 장앤크래프트브루어리, 광주의 무등산브루어리, 안동의 안동맥주, 부산의 갈매기브루잉 등 다양한데, 강릉에는 버드나무브루어리가 있다. ‘하슬라 IPA’, ‘오죽 스타우트'와 같은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은 맥주와 안주가 일품이다. 여기서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보다 양조장이 위치한 공간에 주목해보자. 현재의 버드나무브루어리 건물은 전은경 대표는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 자리를 수소문하다가 발견한 곳으로, 1926년 설립된 강릉협동양조장이 운영되던 곳이다. 건물이 지어진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필요에 따라서 증축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집기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이 탁주 양조장이 2015년 맥주 양조장으로 재탄생했다. 목조 트러스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천정과 벽과 하나의 장식이 된 문이 인상적이다. 주종은 변했지만 양조장의 명맥을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강릉만의 색깔을 담아내는 맥주 이야기와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다.

버드나무브루어리, ⓒ최성우



오래된 건물만 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스포츠가 된 ‘컬링’으로 기억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2018년 초를 뜨겁게 달구고 막을 내렸다. 강릉에도 빙상 경기를 위한 올림픽파크가 조성되었는데, 동계올림픽을 위해 신축하거나 고친 경기장은 아이스아레나, 하키센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컬링센터 등이다. 컬링센터는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와 온국민이 함께 “영미~!”를 외친 바로 그곳이다. 이 경기장은 본래 강릉실내종합체육관으로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후 수많은 국제경기를 치뤄낸 역사가 있는 곳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온국민에게 컬링을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시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로 다양하게 이용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하키를 위해 지어진 하키센터는 올림픽 이후 철거할 계획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한 기업에서 5년간 경기장 운영관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계획은 철회됐고, 기업측에서는 유소년, 실업팀을 구성하고 해외팀의 전지훈련장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이스아레나는 조금 더 특별하다. 트랙을 얼리는 냉동시스템이 매립돼 코트를 다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서 동계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들 경기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인구 21만 명이 사는 도시에 대형 경기장만 앞서 언급한 네 곳이나 된다. 모두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을 기본적인 계획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강릉올림픽 파크 표지판, ⓒ033강릉 편집부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사실 올림픽 경기장 시설물에 대한 고민은 국제경기를 치른 모든 나라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초기 건립에도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지만, 이를 관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다보니 골치거리가 되기 일쑤. 일본에서는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에 지어진 경기장을 활용해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렀다. 꾸준히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해서 경기장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이런 노력 중의 하나로, 1986년 1회 동계아시안게임을 신설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국제경기가 없을 때는 스케이트 교실, 공연 대관 등 꾸준히 경기장을 사용하도록 해 연간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45년이라는 시간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인구 38만명의 나가노 시를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재정 적자와 자연훼손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3개의 고속도로를 뚫고, 신칸센을 연결했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고 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빚만 1조8000억엔에 달하는 상황이다.


콜로세움과 개선문으로 대표되는 과거부터 큰 스포츠문화를 선도하는 로마는 어떨까? 로마에서는 경기장의 건설 위치부터 사후 활용을 염두에 두고 도시계획적 관점을 더해 고민하였다. 예를 들어 올림픽 주경기장은 테베레 강을 두고 아파트단지와 인접하고, 또다른 경기장 플라마니오 경기장 역시 주택단지와 인접한 위치에 두었다. 사람에게는 주거지와 인접한 곳에서 문화,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박람회 개최 등에 따른 경제활동을 보조할 금융기관, 보험기관을 유치해 경제 기반 시설 확충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북미의 케이스도 있다. 캐나다 캘거리와 밴쿠버는 각각 1988년과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두 도시는 경기장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천정 공조시스템을 통해 같은 층의 공간을 나누어 한 쪽은 아이스링크로, 다른 쪽은 배구, 농구, 탁구 경기 등을 할 수 있는 코트로 활용했다. 3층의 경우에도 피트니스센터 등의 다용도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경기에 필요한 시설보다 33% 정도 크게 계획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런던처럼 과감히 철거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친환경적이고 오히려 더 지속가능하며 합리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런던의 경우 아쿠아틱 센터, 벨로파크 경기장을 청거하면서 발생한 건축자재들은 다른 경기장 리모델링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 ⓒ033강릉 편집부


물론, 해외의 사례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도시마다 인구와 자연적, 지리적 특성,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구 21만명 강릉은 인구 120만명 중 25만명이 올림픽공원 시설을 이용하는 캘거리와 비교할 수 없겠다.) 강릉을 비롯해 동계올림픽을 치뤘던 강원도 평창 또한 시설 유지에 대한 문제를 계속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도 없다. 올림픽 경기장이라고 해서 스포츠를 위한 공간만으로 사용할 필요도 없다. 한 기사에서 황당한 제안이라고 했던 ‘냉동창고’로 사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여러 서핑 스팟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경기장 내에 인공풀을 마련해 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실내 식물 공장으로 만들어 수경재배 등의 농법으로 아레나 농장을 운영해도 좋을 것 같다. 습도, 온도 조절 등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에도 좋으리라. 고민하고 연구해보고 더 좋은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다. 동계올림픽의 자산(Legacy)들이 아무쪼록 ‘하얀 코끼리'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놀라운 제안들이 더 나오길 기대해본다.  


오래된 공간들의 재생, 그리고 준공한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대형 공간들의 재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두 경우를 비롯해 도시재생의 본질은 결국 강릉시민들이 생각하는 도시의 이미지와 이 도시가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바라느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릉스럽게, 강릉답게, 강릉처럼
재생, 강릉하다




_참고: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 http://www.city.go.kr/)  



_에디터로 참여한 033강릉 또다른 이야기

커피 문화의 오늘과 내일

별빛 정동진 독립영화제 

자전거 도시 강릉 (작성예정)


_강원, 우리 사는 이야기 공삼삼 033 https://033life.com/


_<033강릉> 지면

ⓒ033강릉편집부




_033강릉 에디터 후기


굽이굽이 산을 넘고 긴 터널을 지나 도착하면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기차역이 맞이합니다.


몇 해 전 한 해의 마지막과 마주하고자 떠났던 여행,

바다를 보러 친구들과 휴가차 떠났던 여행,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스쳤던 여행,

그렇게 잠시 머물던 곳, 강릉.


<033강릉>을 만나면서 자세히 바라보게 된 강릉은 새로웠습니다.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오랜 세월 누군가에겐 멀기만 했고 동경의 대상이던 강릉,

좀 더 오래 머물면서 그 매력을 더욱 알고 싶어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겠지만....


이방인에게 의미있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33강릉> 편집진과 에디터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cloudocloud ⓒ 2019

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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