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oudocloud Jun 10. 2019

강릉의 로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커피

강원의 모든 것 매거진 033강릉 | 커피 문화의 오늘과 내일

#Coffee - Culture 

<033강릉> 30 ~35p.

본 아티클은 강릉 로컬그룹 더웨이브컴퍼니에서 기획/제작하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행한 강원 매거진 <033강릉> 콘텐츠입니다.




강릉에서 커피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우리나라 커피 1세대라 불리는 1서3박 중 한 분인 박이추 선생이 보헤미안이 2000년 강릉에 자리잡으면서부터 그 뿌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강릉 출신의 김용덕 대표가 2002년 설립한 (주)학산의 테라로사가 커피 문화와 브랜드로서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강릉문화재단과 강릉시청에서 합심해서 만든 2018년 10회를 맞이한 강릉커피축제 또한 안목해변과 강문해변 등 강릉 해변이 횟집보다 카페들로 가득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이다.


2017년 신축해 재개장한 테라로사 강릉공장점(2019년 2월 촬영) ⓒ최성우



그렇다면, 왜 강릉이었을까?


이방인이었던 박이추 선생은 산 좋고, 공기 좋고, 물 좋은 산골짜기, 오대산에서 커피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커피 맛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물이다. 강릉의 물은 예로부터 신라화랑들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던 그 물 아니겠는가!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강릉공군비행단 내에 위치한 한송정의 돌샘에서는 여전히 맑은 물이 샘솟는다. 강릉커피축제 홈페이지*에서는, “차맛이 특별한 것은 차를 다루는 명장의 손길과 함께, 백두대간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石間水)의 특별한 물맛이 강릉의 차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 똑같은 음식을 지역이 다른 곳에 가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같은 손맛이어도 물맛이 좌우하는 것도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강릉커피가 맛있는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물맛의 비밀에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커피가 맛있기 위한 요인들을 먼저 찾아봤다. 커피는 실제로 함량만으로 따지면 원두 10%, 물 90%정도의 비율로 물이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커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핸든 박사는 "커피 맛의 절반은 생두(볶지 않은 커피 원두)가 차지한다. 물은 25%, 커피를 볶는 로스팅은 10~15%, 커피 추출 기술은 아주 미비하다.”며 커피 생두 뿐만 아니라, 물의 중요성을 확인해 주었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어야할까? '메쉬커피'를 운영하는 김현섭 로스터는 “물도 정말 중요하다. 바리스타들처럼 물의 경도와 산도, 미네랄 함량을 따라가며 집에서 커피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당부하자면 수돗물을 바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 성분 때문에 커피가 탁하고 쓰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염소 성분만 걸러내 정수한다면 우리나라 수돗물은 대체로 커피를 내리기에 적당한 상태가 된다. 같은 원두라도 물에 따라서 맛의 결이 다를 때가 많은 데, 시판되는 다양한 종류의 생수를 이용하면 그 차이를 느끼며 커피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최성우


그 외에 중요한 요소로 커피 전문가들은 물의 경도(硬度), 즉 물의 세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도는 물에 녹아있는 무기질 중에서 주로 칼슘(Ca)과 마그네슘(Mg)의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경도가 150mg/L 이하면 연수, 이상이면 경수로 본다. 연수(부드러운 물)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한국에서 음용하는 물은 대부분 연수이다. 유럽산 생수는 경수가 많다. 경도가 높을수록 물이 '끈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핸든 박사는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는 맛이 더 많이 묻어나온다고나 할까요. 입안에 머금었을 때 묵직한 '바디감'이 있는 커피를 선호한다면 프랑스 '에비앙' 같은 센 물이 낫죠. 하지만 좋은 맛뿐 아니라 나쁜 맛도 더 추출됩니다. 한국의 '삼다수'처럼 부드러운 물로 끓인 커피는 싱겁거나 바디감이 약할 수 있어요. 대신 커피의 산도를 잘 살려주고, 비교적 균일한 맛의 커피가 추출되며, 극단적으로 쓰거나 맛없는 커피는 추출되지 않는단 장점이 있지요.”라고 말한다.

 

강릉의 물에 대해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는지 찾던 중, 물박사로 알려진 연세대 원주의대 김현원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접할 수 있었다. 김 교수팀은 심곡과 금진지구에서 발견된 물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심곡·금진 온천수를 마신 바 있고, 그중 상당수에게서 당뇨, 간질환, 변비, 고혈압, 위장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폐경기, 우울증 등이 치유되는 것이 관찰됐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적의 물’로 꼽히는 프랑스의 ‘루르드 샘물’에 필적할 만한 희귀한 물이라고 확신한다”고 김 교수가 자신있게 발표한 것. 하지만, 온천수의 경도가 8000 mg/L에 달해 ‘먹는물관리법’이 규정한 음용수의 경도 300mg/L에 맞지 않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물은 경북 영양의 일월산, 강원도 평창, 경북 상주 등지의 물 등 세 가지가 더 있는데, 일월산과 평창의 물은 먹는 물 관리법의 기준에도 충족하는 좋은 물이다.

 

강릉의 커피가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박이추 선생과 같이 한 잔의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진지하고 세심하게 사람들을 살피는 바리스타의 손길과 동해 바다와 강릉의 자연이 펼치는 편안함과 도시의 답답함을 가시게 하는 시원한 풍경이 더해져 그 풍미를 풍성하게 느끼도록 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강릉 만의 로컬 커피 문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단순히 관광객만을 위한 카페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는 부족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양한 색깔의 커피를 경험해볼 수 있다. 도쿄 오모테산도 UN대학 중정에서 매주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는 연 2~3회 도쿄커피페스티벌(Tokyo Coffee Festival)이 열린다. 축제때마다 일본 전역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한국 등지의 20여개의 개성있는 카페가 모여 다양한 커피 맛을 선보인다. 커피와 함께 할 수 있는 케익, 쿠키 등과 인디 음악도 디저트로 곁들여진다.


도쿄커피페스티벌은 1000엔을 내면 스티커와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을 각각 5개씩 주는데, 부스에 가서 원하는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왼쪽) 커피페스티벌은 UN대학 중정에서 연 3차례 열리고, 건물 앞마당에서는 매주 주말 파머스마켓(Famer's Market)이 진행되니 도쿄 여행시 참고해 보라.(오른쪽)(2016년 11월 촬영)
ⓒ최성우
도쿄커피페스티벌 진행 밴드 공연 광경이다. 하얀 천막의 부스 안에서 일본 전국 및 해외에서 원정 온 카페들이 자신들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2017년 03월 촬영)  
ⓒ최성우


도쿄와 교토 각각 지역의 카페 모습을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다. 최근 도쿄 카페의 주류가 이른바 ‘라이트 로스팅(Light Roasting)’으로 북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커피의 향미를 더 느낄 수 있는 방식이라면, 교토는 기름기도 보일 정도로 원두를 짙은 색으로 로스팅해 연유나 우유를 타먹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오너 바리스타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작은 매장들이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다. 도쿄의 경우 대도시에 자리한 특성 때문인지 자연보다는 도심 안에서의 미니멀한 디자인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더 거친 느낌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공간 연출을 한다. 교토는 도쿄에 비해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도심의 규모 또한 작다. 한국으로 보면 ‘경주 보문단지’와 비슷한 아라시야마 강가에 위치해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라테(Caffe Latte) 한 잔 마실 수 있는 ‘%아라비카 커피(%Arabica Coffee)’나 자전거와 부부가 꾸미고 운영하며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주는  아기자기한 공간 ‘와이프앤허즈번드(Wife&Husband)’와 같이 교토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강가 시야가 확 트이는 %아라비카 커피 아라시야마점, 인근에는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이 유명하다.
(2017년 2월 촬영) ⓒ최성우



주인장의 손길이 묻어나는 와이프앤허즈번드의 아담한 공간(2017년 2월 촬영)
ⓒ최성우


강릉에도 지역만의 분위기와 주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로컬의 커피 문화가 있었으면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릉 지역의 카페가 2010년과 2016년 사이에 약 30개에서 300여 개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해변에 집중되어 있고, 원도심에서도 20개 이상의 카페가 열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효과 등으로 강원도 중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인구 20만 명의 도시에 너무 많은 카페가 생긴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면에서도 관광객뿐만 아니라 강릉 로컬들에게도 사랑받는 카페만이 운영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강릉의 커피 문화를 더욱 폭넓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바리스타들 각각의 개성이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으로써의 강릉커피축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서울에서 시작된 문화의 단순한 복제가 아닌 강릉의 로컬 문화로써 커피를 기대해 본다.¶



_(지면에 없던) 필자가 살짝쿵 추천하는 카페 5선

2019년 6월 오픈을 앞둔 강릉시 옥천동 비사이드그라운드(B-Side Ground), ⓒ비사이드그라운드


주인장의 색깔이 묻어난 매력적인 가죽 작업실이자 카페 모어댄마벨(명주동 소재)  ⓒ카페모어댄마벨


중앙시장(성남동) 안에 위치한 개성강한 카페 드롱브르 ⓒ최성우


강릉버스터미널 바로 앞 교동에 위치한 오늘도 덕력 +1 증가하는 카페 안드로메다 ⓒ최성우



강릉커피축제 ⓒ편집부




_참고: *강릉커피축제 홈페이지 http://coffeefestival.net/ 

_참고: **'오예 스페셜티커피', 197p. 김현섭, 김기훈, 2019  

_참고: '커피 맛있게 내리는 물? 수돗물이면 충분' 기사 2016.12.14, 크리스 헨든 박사 말 인용



_에디터로 참여한 033강릉 또다른 이야기

별빛 정동진 독립영화제

재생, 강릉하다 

자전거 도시 강릉 (작성예정)


_강원, 우리 사는 이야기 공삼삼 033 https://033life.com/


_<033강릉> 지면

ⓒ033강릉편집부





_033강릉 에디터 후기


굽이굽이 산을 넘고 긴 터널을 지나 도착하면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기차역이 맞이합니다.


몇 해 전 한 해의 마지막과 마주하고자 떠났던 여행,

바다를 보러 친구들과 휴가차 떠났던 여행,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스쳤던 여행,

그렇게 잠시 머물던 곳, 강릉.


<033강릉>을 만나면서 자세히 바라보게 된 강릉은 새로웠습니다.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오랜 세월 누군가에겐 멀기만 했고 동경의 대상이던 강릉,

좀 더 오래 머물면서 그 매력을 더욱 알고 싶어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겠지만....


이방인에게 의미있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33강릉> 편집진과 에디터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cloudocloud ⓒ 2019

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별빛이 내리는 한여름 밤의 정동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