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모든 것 매거진 033강릉 | unpublished
<033강릉> 미수록
본 아티클은 강릉 로컬 그룹 더웨이브컴퍼니에서 기획/제작하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행한 강원 매거진 <033강릉> 취재자료 중 하나로, 편집 과정 중 미 수록된 콘텐츠입니다.
(커버 사진 : 군산 도심에 있는 공유자전거 ⓒ최성우)
서울에 5년째 살고 있는 나는 2년이 지날 무렵 자전거를 한 대 샀다. 접는 자전거였다.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 번 해보겠다는 작정과 운동 부족에 대한 대안이었다. 운동을 하는 방법으로는 헬스클럽을 등록한다든지 요가, 수영을 한다든지 다른 시도도 가능하겠지만, 작심삼일은 커녕 시도조차 막상 하지 못하기에 일부러 시간 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자전거를 선택했다. 당시 출퇴근은 편도로 22km 거리에 있었다. 쉬지 않고 달릴 경우, 약 1시간 30분 정도, 대개 넉넉히 2시간이 걸렸다. (셈이 빠른 사람은 대략 속도를 파악할 수 있겠다.)
출퇴근은 일주일에 평균 1회 정도 이용했다. 저녁 시간에 모임이 있거나 3회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접을 수 있기 때문에 평일에도 지하철에 싣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점도 있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20분을 달려 약 40분 지하철에 몸을 실어 출근을 한다. 그리고 저녁 무렵 돌아오는 길에 온전히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한다. 너무 피곤한 날이면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면 그만이었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란 쉽지도 편하지도 않다. 자유롭게 온전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은 한강 자전거도로, 그 마저도 여의도나 사람들이 몰리는 한강공원 인근은 다니기 어렵다. 사람들이 위험요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몸에 딱 붙는 저지를 입고 5~10명이서 시속 50km 이상을 달리는 자전거 무리도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위험한 사람들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는 가끔 자전거족들이다. 그들에게 자전거 문화나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릉과 같은 지방도시에서 자동차는 필수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는 평균 배차간격이 30분로 길기 때문에 버스 한 대를 지나 보내면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매번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부담도 되고 거리상으로도 애매하다. 생활자전거(주1)를 이용하기에 적당한 규모의 시가지와 교외를 이루고 있는 강릉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포남동 보행자길을 걷다가 발견한 자전거 도로 표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행자도로 ¾ 폭의 위치에 선을 긋고 대부분이 ‘자전거’라는 글자와 기호로 자전거 도로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주1) 레저용 또는 운동을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자전거를 여기서는 '생활자전거'라 부르겠다.
강릉시 포남동 자전거 도로 ⓒ최성우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코펜하겐, 포틀랜드 등 자전거 친화도시라 불리는 곳들의 공통점은 자전거 전용도로, 전용코스 등 물리적인 환경을 먼저 조성했다는 점이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도시 전역에 400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망이 펼쳐져 있다.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타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 중앙정부는 물론, 시정부 정책으로 1970년대부터 점차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는데,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전환, 자동차에서 ‘대중교통+자전거'로의 전환, 자전거의 도난, 자전거 주차장의 확충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 77%, 도심부의 주민은 85%가 1대 이상의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고, 이중 50%가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 차원이나 도심 지역 보행자들 보호를 위해 아예 차량이 다닐 수 없게 제한해 놓은 도시들도 있어 자전거 이용을 더욱 장려하게 하는 장치들을 마련하기도 한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암스테르담 시민들 ⓒ김규희
포틀랜드의 경우, 자전거를 통근의 수단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즐기는' 행사들로 시민들에게 하여금 문화를 제공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브리지 페탈(Bridge Pendal)’ 같은 행사가 있어서 자전거 단체 주행을 즐기고, 주말에는 포틀랜드 일부에서 자동차 주행을 금지하는 ‘선데이 파크웨이(Sunday Parkway)’ 같은 행사도 있다. 매일 자전거로 통근하는 건 물론이고 1년 내내 로드 레이스와 트랙 레이스, 가을에는 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린다.” 또한 “2월에는 ‘자전거 타기 가장 나쁜 날(Worst Day of the Year Ride)’이라고 4,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경주가 있다. 결승선에 들어오면 따뜻한 커피와 도넛을 받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강릉역에서부터 경포해변까지 도보로 약 1시간 거리이다. 자전거로 20분이면 충분하다. 강릉의 서쪽 산간 지방으로 가지 않는 이상 영동지방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관광객들에게는 해안을 따라 달리는 풍경도 좋아 자전거 타기에 유리하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를 모두 고려한 자전거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릉역, 고속터미널, 중앙시장 등에 자전거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자전거 교통 규칙, 자전거 예절 등의 문화에 대한 인지와 안전교육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공유 자전거 보급이 많아지고 있지만, 자전거 안전 교육 부족으로 자전거, 자동차 운전자, 보행자 모두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지금 당장 한 가정에 1대의 자전거를 보급하기 어려우니,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은 강릉만의 공유 자전거를 도입하고 강릉 바우길 중 초희길, 신사임당길, 바다 호숫길과 같이 자전거가 다닐 수 있을 만한 구간과 도심 내 도로를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면 어떨까?
문화를 발신하는 핵심적인 자전거 가게 : Velo Cult Bike Shop ⓒ workfrom (출처 : https://workfrom.co/velocult)
"오리지널 신제품과 자전거 관련 상품, 빈티지 주문형 자전거와 맥주 서버가 부착된 자전거 등 개성적인 자전거가 넓은 가게 안에 늘어서 있다. 그리고 자전거 판매 뿐만 아니라 바에서는 포틀랜드 로스터 ‘크랜크 커피(Crank Coffee)’와 ‘워터애비뉴(Water Avenue)’의 커피, 10여 종 이상의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다. 가게 안쪽에는 로드바이크 프레임 빌더인 ‘제이 브라이언트’의 공방도 있어서 운이 좋으면 작업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플로어에서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자전거와 그 주변 문화 모두가 가게 안에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자전거 가게다."***
자전거를 이용하게 되면 또 다른 장점은 볼 수 있는 시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출발지에서부터 목적지 사이를 거의 둘러보기 어렵다. 목적지를 향해서 오로지 갈 뿐이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시야가 트이고 강릉의 거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가 주된 교통 수단일 때보다 동네의 상점들의 필요가 늘어나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또한 자전거 수리점과 철물점가 새로운 고객들의 수요로 떠오르리라. 포틀랜드에서 자전거 판매점은 수리점이자 카페이자 펍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와 강릉에서 일상 생활을 누리고, 반나절 여행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보기를 기대해 본다. ¶
_참고자료 :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 교통 CITY 50, 정병두, 한숲, 2016, 127p.
_참고자료 : **트루 포틀랜드 창조적인 사람을 위한 도시 포틀랜드 가이드, 브릿지랩(bridge lab), 박수현 옮김, 터닝포인트, 2014, 160p.
_참고자료 : ***트루 포틀랜드 창조적인 사람을 위한 도시 포틀랜드 가이드, 브릿지랩(bridge lab), 박수현 옮김, 터닝포인트, 2014, 157p.
_에디터로 참여한 033강릉 또 다른 이야기
_강원, 우리 사는 이야기 공삼삼 033 https://033life.com/
_033강릉 에디터 후기
굽이굽이 산을 넘고 긴 터널을 지나 도착하면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기차역이 맞이합니다.
몇 해 전 한 해의 마지막과 마주하고자 떠났던 여행,
바다를 보러 친구들과 휴가차 떠났던 여행,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스쳤던 여행,
그렇게 잠시 머물던 곳, 강릉.
<033강릉>을 만나면서 자세히 바라보게 된 강릉은 새로웠습니다.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오랜 세월 누군가에겐 멀기만 했고 동경의 대상이던 강릉,
좀 더 오래 머물면서 그 매력을 더욱 알고 싶어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겠지만....
이방인에게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33강릉> 편집진과 에디터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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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urban.context.explor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