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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Jun 11. 2019

별빛이 내리는 한여름 밤의 정동진

강원의 모든 것 매거진 033강릉 | 별빛이 비치는 정동진 독립영화제

#Lifestyle - Indie Culture 

<033강릉> 90 ~93p.

본 아티클은 강릉 로컬그룹 더웨이브컴퍼니에서 기획/제작하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행한 강원 매거진 <033강릉> 콘텐츠입니다.


(커버 사진 : 별빛이 내리는 정동진 독립영화제 ⓒ최성우)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정동진은 동해안의 해돋이 명소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매년 초에만 붐비리라 생각한 정동진에 한여름 가득한 인파가 몰리는데 바로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그 이유이다. 2018년, 20번째를 맞이한 정동진독립영화제는 1999년 강릉시네마떼끄와 (사)한국독립영화협회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현재는 강릉시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 주최하고 집행위원회를 꾸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관객과 독립영화인들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2년부터 함께 하며 야외상영 장비 일체를 제공하며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열리는 정동진 초등학교, 앞에 보이는 도로를 따라 가면 해돋이 명소 정동진 해변이다.(왼쪽), 레드카펫 위를 걸어 영화제로 입장한다.(오른쪽) ⓒ최성우


영화제는 매년 8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에 진행되며, 2018년 정동진 독립영화제 일정은 8월3일부터 5일까지로 정해졌다. 2017년의 6,000여명보다 늘어난 7,600여명이 찾았던 3일간의 축제를 위해 작은 시골 초등학교는 관계자들의 배려로 온전히 오픈됐다.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별빛이 반짝이는 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면 정동진리 일대는 평소와 다른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부스에는 독립영화제 MD제품들과 간단한 간식과 버드나무브루어리의 맥주를 판매한다. 또다른 한 켠에서는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요소들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땡그랑동전상'이다. 영화 상영후, 관객들은 그날의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 인상 깊었던 영화, 좋았던 영화들에 동전으로 직접 투표하고 가장 많은 동전 수를 획득한 작품이 땡그랭동전상을 받게 된다. 상금은 투표로 받은 동전이라고 하니, 마음에 감동이 생긴다면 꼭 투표해보자.


영화제 MD Shop(왼쪽), 군거질 거리를 판매하는 간이 편의점(오른쪽) ⓒ최성우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자리 잡기 시작한다. ⓒ최성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야외 상영 장비를 지원해 주신다. ⓒ최성우


아직 영화제가 시작하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음에도 한낮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운동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판매되고 있는 맥주를 마시거나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며 이미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 축제의 마스코트와 같은 모기 쫓는 쑥불을 피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스태프들의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다. 불을 지피느라 고생, 매운 연기 때문에 고생하는 스태프가 안스럽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모기에게 헌혈을 덜 할 수 있었다.

쑥불을 들고 이동하는 현장 스태프 ⓒ최성우


한여름의 열기는 운동장 모래를 통해서도 그대로 전해져 오고 한여름이라 어둠이 드리워지는데는 더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변영주 감독과 이강희 배우의 사회로 개막을 선포하며 밴드 새소년의 축하무대로 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무료로 진행되고 야외에서 출입도 자유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관객들이 몇 명이 다녀갔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사회자의 소개로 알게 된 윤종신씨 가족 등 셀럽에서부터 유튜브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들도 다수 보이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는 장소성이 다소 소박해 보이기도 했지만 결코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 만들고 있는 축제가 아니었다. 특히 20회에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가 받은 400여 편 영화를 심도있는 선정과정을 거쳐 단편 23편, 장편 3편의 작품을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이틀간 영화를 감상한 입장에서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시선들과 통찰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틀에 박힌 형식이 아니라 표현방식도 재미있었다. 직접 작화한 애니메이션도 있었고, 어!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강렬한 작품들도 많았다.


해가 서서히 지다가 밴드 새소년의 무대가 절정이 되자 어둠이 내렸다. ⓒ최성우


‘독립영화(또는 인디영화, Independent Film)’는 “일반 상업 영화의 체계, 영화의 제작·배급·선전을 통제하는 주요 제작사의 소수 독점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제작된 영화를 의미한다. 즉,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작가 정신에 충실한 작품을 추구하여 만들어지는 영화"를 의미한다.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상업적인 기준으로 상영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2000년대부터 단관이 아닌 멀티플렉스 형태의 극장으로 상영환경이 바뀌면서 여전히 예술적이거나 시대정신을 깊이 담은 독립영화들은 깊은 고민들과 실험 끝에 작품이 만들어 지더라도 상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도 정동진독립영화제가 20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 결산 통계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독립, 예술영화의 개봉편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2017년에는 전체 상영작 중에서 30.7%를 기록하지만, 관객수는 4.5%에 그친다. 그나마도 위의 통계에 포함된 예술영화들은 앞서 말한 정의에서의 독립영화와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어 현실은 더 열악하다고 봐야한다.

표 : 최근 5년간 독립,예술영화 개봉편수 및 관객 수(출처 :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우리 나라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22만여 명, 전주국제영화제 관객 8만여 명으로 규모면에서나 관객 동원 등에서 정동진 독립영화제와는 비교가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그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먼저, 100% 야외에서 이루어진다 점이다. 관객들은 저마다 모기장, 텐트, 돗자리, 캠핑 의자 등을 갖추고 와서 영화를 즐기는 모습이 장관이다. 자동차 극장에서 차 안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여름밤의 낭만이 있다. 당일 영화 상영이 모두 마치면 정동초등학교 체육관에 모두 모여 뒷풀이를 가진다. 뒷풀이 참석은 영화제 관계자는 물론, 관객들, 마을 주민들에게 모두 열려 있다. 막걸리 한 잔 마시면서 밤늦은 시간까지 흥겨운 시간이 연출된다.


영화 상영중 ⓒ최성우


정동진독립영화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강릉시네마떼끄는 영화공동체를 꿈꾸며 1996년 강릉에서 창립되었다. 1998년부터 ‘강릉인권영화제’를 개최하고, 1999년부터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주최하였으며, 2012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개관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등 지역 내외에서 독립영화를 위한 꾸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그들과 함께 독립영화인들이 자리잡고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는 장이 더욱 마련되면 어떨까? 20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동안 영화제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더욱 독립영화의 축제로 자리하며 정동진의 지역 문화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_참고: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http://jiff.kr/

_참고: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_에디터로 참여한 033강릉 또다른 이야기

커피 문화의 오늘과 내일

재생, 강릉하다 

자전거 도시 강릉 (작성예정)


_강원, 우리 사는 이야기 공삼삼 033 https://033life.com/


_<033강릉> 지면

ⓒ033강릉편집부




_033강릉 에디터 후기


굽이굽이 산을 넘고 긴 터널을 지나 도착하면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기차역이 맞이합니다.


몇 해 전 한 해의 마지막과 마주하고자 떠났던 여행,

바다를 보러 친구들과 휴가차 떠났던 여행,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스쳤던 여행,

그렇게 잠시 머물던 곳, 강릉.


<033강릉>을 만나면서 자세히 바라보게 된 강릉은 새로웠습니다.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오랜 세월 누군가에겐 멀기만 했고 동경의 대상이던 강릉,

좀 더 오래 머물면서 그 매력을 더욱 알고 싶어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겠지만....


이방인에게 의미있는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33강릉> 편집진과 에디터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cloudocloud ⓒ 2019

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공간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urban.context.explor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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