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 소공인 이야기 #1 서울소공인협회 이용현 회장, 한부영 대외협력단장
이 글은 헬로우문래 2019 '문래의 맛' 세션 중 '소공인의 레시피'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50년 한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며 기술을 연마해 오고 있는 한 사람, 그의 손에는 여전히 장갑이 끼워져 있다. 사무실이 아닌 현장(공장)이 언제나 그의 자리다. '명신기어기공' 이용현 대표
자녀의 이름으로 상호를 정하려다 우연히도 옆집 가게들에서 이미 '송이식당', '범진금속'을 써 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상호를 정할 수 밖에 없었다던 부영메탈의 한부영 대표. 그는 사단법인 소공인협회를 여러 소공인들과 운영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소공인들과 아티스트, 주민들과의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두 사람이 전해주는 문래동 소공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 예병현 작가, 시각 디자인 : 안테나, 헬로우문래 2019
17세에 문래동에 처음 들어왔다. 당시 1970년대. 이 산업(제조업)에 기초부터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사업체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문래동에서 일하며 지내온 시간이 50년정도 된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것은 기계의 부품을 만드는 한 공정이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형태일 것이다. 수십, 수천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기계가 되는 건 여러분도 아실 것이다.
1970~80년대 한창 중공업이 중흥할 적에는 방림방적 공장에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요즘의 클럽이라고 해야할까? 젊은이들 사이에 스탠드바가 한참 유행했다. 상가 건물 지하의 대부분은 모두 스탠드바가 위치해 있을 정도였다. 그러는 반면, 2019년 현재는 젊은이가 전무하다. 제조업의 어려움에 처했다. 50대가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60,70대 기술인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 : 예병현 작가, 시각 디자인 : 안테나, 헬로우문래 2019
20년 전에 문래동에 처음으로 들어왔다. 직접 사업체를 운영한지 12년정도 되었다. 부영금속, 부영메탈을 운영하고 있다. 금속 부품을 구분할 때, 철 금속과 비철 금속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 비철 금속 중에도 어떤 재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더 세분화될 수 있다. 기본 소재와 가공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제조산업은 부품 제작, 가공에서 완제품을 조립하기 까지 청계천에서부터 문래동을 거쳐 제물포, 시화 등 공업단지로 이어지는 지역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소상공인(10인 미만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 판매목적이 아닌 제조업만을 하는 회사를 ‘소공인’이라 따로 분류하고 서울소공인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약 1380개 제조업 관련 업체가 문래동에 소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약 200인 아티스트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어 소공인은 현재 1100여개 업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예술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따른 통계가 아니므로,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현재 사단법인 서울소공인협회 대외협력단장 직을 수행하며 다방면으로 소공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참고] 사단법인 서울소공인협회
(사)서울소공인협회
2012년 활동 시작, 2017년 1월 사단법인 설립, 회원 약 350명
-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141길 22, 2층 208호(문래4가)
-대표전화 02-3667-8288
-팩스 02-3667-8287
- 홈페이지 http://ssma.kr/
Q1. 서울 한복판에 여전히 있는 것이 어려울거 같은데(임대료 상승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길 생각은 없었나?
A. 다양한 업종, 부품들의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 어떤 부품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개의 공정이 있기도 하다. 문래동은 형성된지 오래된 지역이라 클러스터로서 완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을 통째로 옮기는건 어렵다. 오히려 어렵게 이전하려하면 망가지게 된다.
Q2. 젊은이들이 부족하다 하셨다. 다른 종류의 공장들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어떠한가?
A. 외국인 노동자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업무만 주어질 수 밖에 없다. 문래동에는 1~2인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기업이 많은데, 숙식 제공의 요청이 있다보니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 기술은 적어도 10년이상 습득하고 숙달되어야 하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지역 가이드와 진행을 맡은 안테나 최영식 이사가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photo by 최성우
Q3. 공장이 나가고 카페나 공방이 들어오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A.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매우 우려스럽다. 1919년 청계천 준공업지역으로 발표되었고, 1936년 문래동 준공업지역으로 발표된 곳으로, 공장(공단)이 생겨나면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자연스레 형성되게 되었다. 1980-90년대 호황을 누렸다. 옆집과의 담도 없이 지낼 정도로 가까이 있고, 제조업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바로 문래동이다. 60년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는데, 새롭게 유입되는 인원은 10% 미만이다. 소공인협회에도 청년부가 생겨나기도 했다. 주로 2세들, 승계가 대부분이다.
최근 1년 사이에 유입된 사업자의 70~80%는 상인이다. 주말(금-일)에 나와보면, 정말 인파가 매우 많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보니 쓰레기 투기(일회용컵, 담배꽁초)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공방이나 아티스트가 유입된 것보다 상인들이 들어온 것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성수동 등 공업단지의 선례를 볼 때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예술인, 상인, 주민, 소공인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자주 갖기를 구청 등에 요청하기도 했다. 건물 소유 분포는 자가 15%, 임대 85% 비율로 있다. 공인중개사들이 건물주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월200만원 받아드릴까요? 300만원?”
문래동의 장점은 용접, 밀링 등등 한 사람이 전 과정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년만 하면, 누구든지 사장이 될 수 있다. 문래동의 역할은 주로 대기업이 만들고자 하는 샘플을 만들 수 있다. 문래에서 샘플이 통과되면, 실제 양산은 시화 등 큰 공장으로 발주된다. 어차피 문래의 시설로는 납기일을 맞추기도 어렵다.
Q4. 철공소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불러드리면 좋을까?
A. ‘머시닝밸리', ‘장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정해둔 명칭은 따로 없다. 정책하시는 분이나 여러 분들께 서운한 점이 하나 있다. 예술인들이 들어오고는 4년 만에 버스정류장 명칭이 바뀌더라. “소공인거리”라고 명명해주는게 그렇게 어렵나? 우리는 '기술인이 더 중요하다, 예술인이 더 중요하다'라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예술인과 기술인이 공존할 수 있는 문래동이길 바란다. 지속적으로 구청 및 관련 기관에 요구하는 것이 어떤 공간을 만들거나 행사를 연다면, 기술인, 예술인, 지역주민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Q5. 서울소공인협회장(이용현 대표)으로써 마지막 한 마디 하신다면?
A. 뿌리 산업인 제조업이 온전히 잘 만들어지길 바란다.
(사)서울소공인협회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photo by 최성우
부영메탈, photo by 최성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계의 모든 부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력을 자부하는 문래동 소공인 기술인들이 있는 이 지역이 단순히 카페성지로 변질되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은 매우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힌 이슈이므로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여러 측면으로의 고려가 필요하겠다. '문래예술거리'라는 명칭이 자리잡고, 버스정류장 이름까지 바뀌는 데 4년 밖에 안 걸렸다고 서운해 하시던 모습이 소공인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드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더해서, 젊은 세대로의 기술 전수와 세대 교체 또한 과제이다. 자녀에게 승계되는 사례도 있지만 이를 합치더라도 유입률은 10%미만이라는 점. 그래서 문래동에 자리 잡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문래동에 자리잡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다음 이야기에서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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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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