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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ocloud Feb 15. 2023

미처 알지 못했던 독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2023 #만남들 ‘독일미감’ 저자 박선영님의 북토크 @이예하 삼청

Intro.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박선영님의 포스팅을 한동안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떤 분의 피드를 통해 북토크가 예정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알게 되었다. 책 출간 소식도 몰랐는데, 바로 신청했다. 박선영님은 언젠가부터 남다른 미감이 드러나는 피드에 감동해 팔로우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하셨던 활동의 기억은 서촌 전시 기획이다. 전시를 진행하신 장소가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 반가웠는데, 결국 일정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가지 못한 바 있다.


이번에 북토크가 진행되는 장소 역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삼청동에 위치한 이예하. 빈티지, 공예 작품과 제품으로 꾸며진 스튜디오라고 해야 할까, 셀렉트 스토어라고 해야 할까? 이곳 주인장의 감각이 그대로 스며든 소품을 제주 ‘토템오어(totemore)’를 통해 이미 경험했었던 터라 기대되었다.


그렇게 북토크 5일 전 책을 부랴부랴 구입해 45페이지 정도 밖에 읽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했다.


삼청동 끝


여정


여유있게 나온다는 게 정시에 도착할 타이밍이 되어 버렸다. 버스라는 변수가 있었다. 시청역에서 하차해 마을버스를 기다리는데 좀처럼 버스가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세종로는 집회에서 나오는 마이크 소리에 정신이 떠나갈 듯 했다.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초조해졌다.


마침내 온 삼청동으로 향하는 마을버스(종로11)는 만원버스. 이번에도 매달려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차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조금 더 여유있게 나왔다면, 걸어 갔을텐데..’ 과거의 나를 살짝 원망해 보지만 소용없지.


삼청공원 삼거리에서 내려 다소 이국적인 느낌의 파사드를 지닌 건물로 들어갔다. 대문, 현관문을 열고 가파른 내부 계단을 오르자 10명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작가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이미 시작했던 것. 감사하게도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흐름을 끊어 버린 건 아닐까 죄송함과 가쁜 숨을 고르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독일의 이미지와 독일만의 미감


북토크

나는 독일에서 어느 곳에 가보았나 생각해 보니 각각 3일쯔음 머물렀던 베를린(Berlin), 뮌스터(Münster), 함부르크(Hamburg), 한 두 장소만 스쳐 지나간 슈투트가르트(Stuttgart),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쾰른(Köln)이 있었다. 그래도 5,10년의 시차가 있었지만, 꽤 많이 갔는데? 도시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도 베를린을 포함해 독일의 도시는 서유럽의 그곳들과 확연히 달랐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래된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전후로 재건된 도시가 많기에 당연한 결과. 그래서 오래된 도시의 인상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 독일의 미감이 좋았다는 작가님의 이야기.


작가님의 이야기는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같은 산업단지를 재생한 공간으로 시작됐다. 루어(Ruhr, 외래어 표기법상으로 '루르') 지방 에센(Essen), 뒤스부르크(Duisburg) 등에는 광산, 발전소, 공장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뒤스부르크에 있는 MKM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1860년에 설립된 제분 공장을 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de Meuron)의 작업이다.(64-71p.) 또한 네오 라우흐(Neo Rauch)의 은신처이자 작업실이 있는 슈피너라이(Spinnerei) 또한 방직공장단지였다. 폐허였던 그곳에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복합문화예술단지로 거듭났다.(50-58p.) 빠질 수 없는 바우하우스, 인터뷰이 최선아 작가의 집이 있기도 한 1950년대 헤르만 헨젤만이 지은 아파트, 자연에 대한 독일인읠 삶을 보여주는 Haus am Waldsee 등등 많은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북토크가 끝나고 집에 가서 드디어 책을 찬찬히 읽어 봤다. 박선영님 만의 감각을 따라 떠나는 여정도 좋았고, 다음에 또 어떤 곳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따라 가보았다. 책에서 언급한 장소는 구글 지도에 모두 핀을 꽂아 두었다. 독일의 면적이 꽤 커 한번에 소화하긴 어려울 듯 했다. 얼마나 머무르면 충분히 느끼면서 경험할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한 곳들 모두 꼭 가보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마지막 해외 여행은 2019년 가을 대만 타이페이였다. 2023년 2월, 여전히 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뜻한 계절이 오면 독일으로 떠나야 겠다. 그리고 언젠가 박선영 작가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기획된다면 이것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 꼭 참석하고 싶다.


독일미감 속 장소들

'독일미감'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지도에 표시했다. 정복(?)의 욕구가 솟아오른다.


이예하, 그리고 오래된 집


장소_ 이예하 yiyeha


삼청동 이예하가 있는 건물은 목조 주택으로 집이 주는 따뜻함과 나무 특유의 삐걱거림이 좋았다.(실제 소리가 크게 나는건 아니고 그곳의 분위기를 표현하려던 것) 공예 작품들과 빈티지 가구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 또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스태프 분들도 친절하셨고 또다른 기회로 다시 가보게 되길 바래 본다.


이 건물이 대사관저였다는 소문도 있고, 어떤 건물인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누군가 살던 집이었다. 2022년에는 오픈하우스서울 답사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매번 빛의 속도로 마감되어 답사 프로그램에는 참여해 보지 못해 늘 아쉬워 하고 있다. 아래는 오픈하우스서울에 실린 공간 소개 글이다.


"<삼청로 140-1>은 한적한 주택가였던 삼청동 끝자락에 있다. 이곳은 1957년 지은 2층 목조주택이다. 대들보에 기록된 상량문 ’정유년(1957)’, 현관 바닥에 황동으로 적힌 ‘1971.4’, 지하 조적 벽돌에 콘크리트를 덮어씌우고 남겨진 ‘1983.11’ 등 곳곳의 숫자를 통해 이 집의 지난 시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1971년에 증축한 이후 1980년대까지 사진관으로 사용했던 것을 제외하고 2019년까지 주택으로 사용되었다.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공간 디자이너 김기석(공간의 기호들)이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공사를 위해 집기와 가구를 정리하고 바닥과 벽을 뜯자 1971년 증축 이후 50년 만에 목조 지붕과 조적벽 구조물이 드러났다. 새롭게 덧대는 것보다 긴 시간에 덧입혀진 마감재를 철거하여 이곳의 원형을 드러내고 다듬는 일에 집중했다.

수차례 철솔질을 해서 나무와 벽돌에 들러붙은 오래된 먼지를 벗겨냈다. 새로운 기능에 맞게 적절히 길을 내거나 공간을 분리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한 공간을 3개로 나누어 각 출입문을 만들었으며 복도 공용공간으로 진입하여 모든 공간이 옥상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짰다.

2층 침실 마룻바닥을 드러내어 가장 어둡고 낮았던 1층 공간을 높은 층고와 목조 지붕이 보이는 밝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대신 1층 일부를 전실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하여 2층에 진입하게 하고 무용해진 지하 라디에이터 배관실을 와인 창고로 바꾸었다. 건물 입면의 변화는 최소한으로 하며 깔끔히 마감했다. 외부 시선을 차단했던 담장의 높이를 낮추고 새로운 창문을 만들었다.

2020년 가을부터 <삼청로 140-1>은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자들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집이었던 이 공간은 이들의 활기로 그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1층은 신다인 작가의 공예 작업실과 TACT(김기석, 정성규)가, 2층은 이예하(yiyeha)가 자리 잡았다. 올해(2022년) 연말부터 TACT의 자리를 건축 큐레이팅 콜렉티브 그룹 CAC의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다양한 전시 및 연구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OPENHOUSE SEOUL 2022' 공간 소개글 중에서

_글 by CAC @cac_seoul

_출처 오픈하우스서울 @openhouse_seoul 


북토크 ⓒ 2023. 최성우
이예하 장면들 ⓒ 2023. 최성우
이예하 장면들 ⓒ 2023. 최성우
이예하 장면들 ⓒ 2023. 최성우
계단을 올라 돌아서 들어가면, 이예하다(좌), 집 내부라는 증거, 가파른 내부 계단(우) ⓒ 2023. 최성우
이예하 출입문 ⓒ 2023. 최성우
건물 입구(좌, 중), CAC 공간 입구(우)  ⓒ 2023. 최성우


이예하가 있는 삼청동 건물 ⓒ 2023. 최성우

이예하 공간과 물건을 셋업한 제주 한경면의 토템오어도 가보았고, 종달리에 있는 오브젝트 늘만 가보면 된다. 이제 작업실로만 쓰신다 했던거 같다. '오브젝트 늘'은 2016년 종달리에 처음 갔을 적에 알게 되었는데, 제주에 있을 적이면 늘 내 일정과 공간 오픈 일정이 맞지 않아 인연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또다른 기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끝)


2023년 1월 24일 참여했고,

2023년 2월 15일 쓰다.


ⓒ 2023. cloudocloud All rights reserved.  

글, 사진 : 최성우 cloudocloud
동네를 거닐며 사람을 만나고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지역을 탐구하는 Urban Context 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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