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각모음집 2024년 2월 일상 | 위딘커피와 올리카
글&사진 최성우
2월 11일, 설연휴의 막바지, 고향과 관계는 없지만, 멀리멀리 가봐야지 했다가 집에서 아마도 젤 먼 석촌역 송파동으로 갔다. 애초에 아침부터 나가고자 했으나, 오후 느즈막히 출발했다. 멀리 갔더니 조금 아쉬워 군자역 중곡동 올리카도 갔다.
타이틀 사진의 문구는 책을 읽다 발견해 메모해 둔 것.
지난 연휴 스페셜메뉴는 칠리핫도그, 이번엔 어니언스프. 어쩐지 최근 위딘커피 송한씨는 핀란드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을 살려 노르딕 어프로치 쿠킹 시도에 열심히인 것 같다. 당연히 커피에도 열심히. 나 역시 지난 번 핫도그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에 '이번에야말로'라는 생각으로 어니언스프가 솔드아웃되기 전 부랴부랴 길을 떠났다.
나에게 송파에 가는 건 이호선에서 구호선을 갈아 타고 가는, 긴 여정이다. 서쪽에서 동쪽 끝으로 가는 것이다보니 구호선 급행을 타지 않으면, 구호선으로 가는 시간만 한 시간 넘게 걸린다. 바람 쐴겸 브롬튼을 타고 달려가보았더니 쉬는 시간까지 합해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제는 석촌역에서부터 지도없이도 찾아갈 수 있을만큼은 익숙해졌다. 근육이 기억하고 있달까. 어떤 날은 살짝 헤매기도 하지만. 위딘커피에 드디어 도착!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가득했다. 다행히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작점인 2020년부터 시작한 위딘. 꾸준히 퍼블릭 커핑을 진행하고, 홀로 운영하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틈날 때마다 동네 가게들과 협업을 하려고 노력하신다. 얼마 전에는 바 시차에서 칠리핫도그를 다시한번 선보인 바 있다. 다크로스팅을 추구하는 끽다느와와 같은 원두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시도도 있었고, 코로나19 시절을 지난 요즘이 더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마련할 계획이라 한다.
오늘은 브루잉 대신 흰커피를 선택했다. 세트 메뉴가 있다며 에스프레소+카푸치노를 함께 마셨다. 커피도 깨웠으니, 이제 어니언스프로! 테이블마다 하나씩 스프가 놓여 있었다. 역시 스페셜 메뉴의 힘인가?! 빵과 양파의 식감에 치즈까지 묘하게 어우러져 있어 평소 접하던 묽은 스프와는 달랐다.
커피와 스프를 즐기고 나니 바깥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부쩍 거리는 동네 가게에 앉아 눈을 보니 괜스레 연말 분위기 같다며 감상에 빠져 보기도 했다. 동네에 사는 단골들이 바리스타와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다.
▼위딘커피 Within Coffee
위치 : 서울 송파구 가락로17길 4-9(송파동 95-22)
운영시간 :
토,일 11:00am ~ 06:00pm, 월,금 11:00am ~ 05:00pm
화수목 휴무
전화 : 0507-1374-3075 (네이버지도상 스마트콜)
IG : https://www.instagram.com/withincoffee
올리카를 운영하는 동열씨와 엠제이는 바리스타다. 요리해서 대접하는 걸 좋아해서 지난 2017년 군자동 8평남짓한 가게 끼니밥메시를 열었었다. 그곳에서의 만5년 시간을 가득 채우고 문을 닫았다. 식당일이라는게 무척이나 고된 일. 충분히 쉬었다 말할 순 없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예전 가게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올리카 Olika를 시작했다. 스웨디쉬로 '여러가지의, 다르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매장. 처음 갔을 때, 동열씨와 엠제이는 '이곳은 카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치아바타 등 빵과 샌드위치를 만들고, 곁들이는 스프 등 요리의 영역이 넓어지는거 같단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파스텔톤으로 꾸민 매장도 이쁘다. 다시 한번 뜻을 보아하니 '여러 가지의', 그렇다. 하지만 진짜 답은 두 분이 가지고 계시겠지.
이번이 오픈하고 두 번째 방문. 지난 번엔 마침 재헌씨도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좋았다. 긴 시간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분들의 가게에 오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거 같다. 앞서 위딘에서도 명절 스페셜 스프를 먹었지만, 올리카에서도 '오늘의 스프'가 있어 선택했다. 버섯 스프. 그리고 인기있는 잠봉뵈르 대신 색다른 샌드위치를 추천 받았다. 그래놀라를 만들 때 쓰는 견과류를 패티처럼 압축해 치아바타 사이에 들어간 '탄.탄.지. 치아바타'. 건강식이었다. 함께 들어간 버터도 맛있고, 생소하지만 든든한 한끼 식사로도 충분했다. 그 자리에서 반조각만 먹고 포장해 왔을 정도. 두 사람이 나눠 먹어도 좋겠더라. 음식은 제안해 주신대로 스프, 치아바타와 커피 순으로 맛을 보았다.
명절이어서 가족이 함께 오시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작업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로 대화를 하셨다. 군자역 4번 출구에서 나와 큰 건물을 끼고 보이는 첫 번째 골목길로 들어가 5분 가량 직선으로 쭈욱 걸어가면 나오기 때문에 찾기도 어렵지 않다.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음식과 이벤트를 기대해 본다.
▼올리카 Olika
위치 :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09길 53(중곡동 160-3)
운영시간 :
월~화, 목~일 11:00am ~ 09:00pm(라스트오더 08:45pm)
수요일 휴무
전화 : 0507-1308-6073 (네이버지도 표시된 스마트콜)
IG : https://www.instagram.com/table.olika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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