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이든 아니든 불필요한 감정

미안합니다, 젊은 그대

by 비단구름

상담하러 오는 용사들 중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용사들이 전과를 고민하고 있었다. 자퇴를 고려하는 용사들도 있었다. 전과를 고민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적성에 맞지 않거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전공을 공부하는 용사들에게 그 학과에선 무엇을 배우나요? 라고 물으면 용사들도 잘 모른다고 대답하며, 씩 웃곤 했다. 스무 살 또는 스물한 살에 입대를 했으니 전공에 대해 깊이 알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떤 용사들은 전역 후 학업을 이어가는 대신 경제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버지 일을 같이 돕는다던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을 돕는다던가, 아는 형과 같이 일하기로 했다던가.


사회의 다양한 진로와 전공만큼 군대에도 다양한 보직이 있다. 용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군대에 없는 보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보직이 존재해 마치 잘 짜인 미니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이름만 들어서는 각 보직의 업무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을뿐더러 업무 강도 또한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데 많은 용사들이 본인들이 맡은 보직을 덤덤하게 평가했다.


“차라리 몸 쓰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실내에 있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군대의 어떤 보직이든 애로사항이 없을 리가 없을 테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라도 담담하게 여기고 마는 용사들을 보면 이쁘고 듬직하다.


적지 않은 용사들이 그 보직은 힘든 것 같아요, 라고 언급한 보직 중 하나가 취사병이다.

“취사병? 왜요?”

“딴 것 보다... 일과를 일찍 시작하거든요.”

마침 취사병을 만난 적이 있는데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녹록지 않은 것 같기는 하다.


“어떤 보직이 좋은 거 같아요?”라고 묻자 이름도 생소한 마트병이 언급되었다.

그 마트병을 한 번 만났는데 마트병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군대는 군대니까.

“딱히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나름 또 힘든, 좀,, 그런 게 있어요. 용사들과... 간부들과... 민간인들 사이의 멜랑꼴랑한 그것?”


군대에는 다양한 보직이 있지만 보직에 따라 차별을 받지는 않는다. 이곳에서는 머리를 쓰든 몸을 쓰든 누구나 공평하다. 몸을 쓰든 머리를 쓰든 공평한 식사를 하고 공평하게 월 급여를 받는다. 우월감이나 특권의식은 없다.


전역 후 용사들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게 된다. 사회에서는 모두가 같은 대우를 받고 같은 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열정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그러나 노력과 열정을 인정하고 존경하되 늘 기억해야 하는 점은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다고 고귀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돈을 많이 벌거나 혹은 적게 버는 것은 그저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조직마다 지위체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조직이 유지되고 굴러가기 위한 편의상의 이유와 효율성 때문이다.


내가 만났던 모든 용사들의 꿈을 응원하고 젊은 그대들이 꿈꾸는 미래를 갖기를 바란다.


다만 어떤 지위와 재력을 가지게 되더라도 우월감은 갖지 말기를. 어디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있고, 어떤 사람이든 나보다 잘난 구석이 있으며, 언제고 나보다 잘난 사람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특권의식도 갖지 말기를. 그깟 거 얼마나 갈지 모른다. 길어 봐야 십몇 년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섣불리 함부로 대하거나 우습게 여기지 말기를.


무엇보다 초라하다고 느끼지 말기를. 돈을 적게 버는 일을 한다고 해서 주눅 들 이유는 없다. 지위가 없고 별 볼일 없는 것 같아도 기죽을 필요 없다.


묵묵히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우리 모두 약점과 결핍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떤 이가 의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의 단단한 심장을 마냥 부러워할 것이다.


여러모로 힘든 사회를 살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분노하고 좌절하는 청춘들... 잘못은 우리가 했다. 잘못은 우리가 먼저 했다. 그러니 저들도 그러면서, 라며 우리의 잘못을 답습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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