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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l 17. 2024

대청소하다 싸울 뻔했다.

6월 23일~6월 24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루틴 다이어트

6월 넷째 주(623~630) 체중 변화:

66.6kg ---> 65.9kg (0.7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2~630):

69.5kg----> 65.9kg (3.6kg 감량)

630일까지 감량 목표: -3.2kg(순항 중!)         


 




623일 일요일


아침:

삶은 계란 1,

살구정과 1,

슈크림 빵 1,

마들렌 1,

아이스 요거트 라테


점심:

나고야 정식,

아인슈페너


저녁(18시 이후):

콩국수,

녹두전,

군만두 2,

무생채,

신비 복숭아 1,

살구 2,

자두 1


*비비고 왕교자 칼로리 630kcal/315g(9)



삶은 계란, 살구정과, 슈크림 빵, 마들렌, 아이스 요거트 라테


나고야 정식, 아인슈페너


콩국수, 녹두전, 군만두, 무생채, 신비 복숭아, 살구, 자두






운동 1. 도보 30

운동 2. 스트레칭






아침 공복 체중.. 66.6kg     



늘 그렇듯 최고 몸무게로 시작하는 일요일      

그렇지만 루틴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실하게 살 빠진다.  

나는 곧 목표 체중에 도달한다.




624일 월요일


아침: 

말린 바나나,

살구 1,

아이스 캐러멜 라테


점심: 

밥과 반찬(조기 구이 등)

*조기구이, , 고추장아찌 무침


저녁(18시 이후):

안 먹음



말린 바나나, 살구, 아이스 캐러멜 라테


조기구이, 김, 고추장아찌 무침






운동 1. 모닝 스트레칭


운동 2. 도보 30


운동 3. 헬스

          러닝머신 30, 201kcal







아침 공복 체중.. 66.3kg    


 


주말 아침 대청소하다 싸울 뻔했다.      

 

어느 주말 아침, 대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날씨도 좋은 데 산뜻하게 대청소하면 얼마나 개운하겠어?

온 가족이 대청소를 하다니 말이야, 얼마나 바람직한 광경이야?


나는 식구들을 불러 모았다.


대청소를 하자꾸나!


- 음, 자기야는 베란다를 부탁해.

- 금비는 온 집안의 액자와 선반에 쌓인 먼지를 닦아 주기를 부탁해.

- 효자 아들 너는 주방과 다용도실을 제외한 온 집안의 창틀을 닦아 주기를 부탁해.


- 나머지는 내가 할게. 왜냐면 더 시켰다간 다들 도망갈 거 같으니깐, 입이 댓 발 나와가지고는 주말 아침부터 구시렁거릴 거 같으니깐, 고것만 좀 부탁해. 이왕 닦는 거 손가락으로 쓱 문질러도 먼지 묻지 않게, 알았지? 알아들었지? 끝!!! 해산!!!


이때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천둥 번개를 몰고 오는 거무죽죽한 먹구름이 주말 아침 우리 집에 낄 거라는 것을 예감하지 못했다.




온 식구가 전부 출동한 대청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부지런한 일개미 가족처럼 케이, 금비, 효자 아들은 집안 곳곳에 흩어져 개미처럼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맡은 구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야, 나는 식구들이 각자 구역에 아름답게 흩어져 꼼지락거리는 것을 흡족해하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거실과 방들을 청소기로 밀고, 거실 화장실과 안방 화장실의 변기와 욕조와 바닥을 후다닥 청소한다.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한 뒤, 주방의 식기 선반에 있는 그릇을 전부 주방 바닥으로 내리고 분홍색 물때가 보이는 식기 선반을 닦는다. 주방 창틀의 시커먼 먼지를 닦아 내고, 싱크대의 카운터를 닦은 뒤 식기 선반과 그릇을 정리한다. 주방과 연결된 다용도실 창틀의 먼지를 닦은 다음 다용도실 바닥을 닦는다, 가 대충 내 일이었다.


“다 했어.”


금비와 효자 아들이 맡은 일을 끝냈는지 다가와 다했다고 얘기했다.


- 그래? 깨끗하게 했지? 확실하게 했지? 두 번 하게 하면 안 돼.

- 확인해 봐.

- 믿는다. 알았어. 너네 하고 싶은 거 해.

금비와 효자 아들이 각각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주방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케이가 금비와 효자 아들에게 훈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이 다 안 끝났는데 너희 일 끝났다고 가버리면 안 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금비와 효자 아들. 평소엔 현실 남매 같다가도 이럴 땐 진짜 혈연 남매같이 사고의 메커니즘이 비슷한 금비와 효자 아들.


나는 지금도 그때 일을 복기하면 그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옳았을까. 가만히 있었어야 했을까, 내 의견을 얘기해야 했을까, 옳은 생각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지곤 한다.  


케이의 인품을 너무나도 믿고 있던 나는 내 의견을 피력해 봤지.


"애들은 자기한테 주어진 일을 끝냈고, 그랬으면 자기 시간 가져도 되는 거 아닌가???싶은데..."

침을 꿀꺽 삼키며 말꼬리를 흐려본다.


케이가 케이답지 않게 “뭬야?” 하는 표정을 짓는다. 여자의 갱년기보다 약해서 티가 나지 않을 뿐,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케이가 갱년기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일 끝났으니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잘 안 들리는지 케이가 눈썹으로 스프링을 그린다.


아니, 이게 그렇게 이해가 안 되나? 케이 표정이 이해 안 되긴 나도 마찬가지.


나는 애들 편을 들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애들 편 들어줄 생각도 없다. 그저 내 생각을 얘기한 거다. 이런 게 세대 차이인가?


“아무리 자기 일이 먼저 끝났어도 일이 다 안 끝났으면 도와야지.”

나를 적군으로 여기는 듯한 잔뜩 적개심 강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케이가 강하게 어필했다. 케이의 스프링 눈썹으로 미루어 보건대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각자 맡은 일이 있었잖아. 자기 일 끝났으면 쉬어도 되지 않나????”

상대 진영 대표처럼 잔뜩 적개심을 드러내는 케이 앞에서 '자기 일 끝났으면 쉬어도 되지 않나'라는 말 외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같은 말만 무한 반복 중인 나.


“자기 일 끝났어도 다른 사람들이 일 안 끝났으면 같이 도와야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해야지.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주지.”

“도와 달라고 안 해도 일이 안 끝났으면 도와야지.”


“응?”


“응?”


이건 무슨 차이일까?


무슨 차이긴.


세대 차이도 아니고, 남자와 여자 차이도 아니고, 갱년기 남자와 갱년기 여자의 차이도 아니고, 그저 케이와 나의 차이지. 역시 우린 달라. 안 맞아. 달라도 너무 다르고,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맞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러면 일 빨리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계속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같이 사는 사회에서 서로 도와야지.”

“물론 도울 수도 있지. 하지만 도울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거라면 몰라도.”라고 대꾸하는 와중에 이게 맞는 건지, 내가 지나치게 개인주의인 건지, 단체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를 넘어서 자유 민주주의, 독재, 엘리트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가 어깨싸움을 하는 광경이 쫘악, 펼쳐져 머릿속이 혼란하다.


대청소를 기획한 것도 나고, 역할을 부여한 것도 나고, 모두 이의 없이 받아들였으면서, 무엇보다 가장 많은 일거리를 맡은 사람은 나인데 셋이 왜 저러는지, 케이가 애들을 잡거나 말거나 모른 척할걸, 쓸데없이 가운데 껴서 어느 틈에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논쟁을 이 좋은 주말에 케이와 펼치고 있는지 의아했다. 금비와 효자 아들을 쓱, 보니 엄마, 아빠 왜 저런다니, 뭐가 문제라니, 하는 표정으로 멀끔히 서서 구경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섞어서 보고 있는 너희들도 혼란스럽겠지.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그럼.”

케이가 무슨 심정인지 이렇게 냉소적으로 말하고 베란다로 돌아갔다.


이런 저기압은 흔치 않은데. 냉랭하다 못해 춥고만.


대청소 때문이었을까?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그럼.”이라고 한 케이의 말이 맴돈다.


뭐야, 앞으로 이기적인 깍쟁이가 되겠다는 말인가?

무슨 뜻이지?

그냥 알았다는 말이겠지?

아, 찜찜해.

역시 대청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냥 내가 다 할 걸 그랬나?

괜히 대청소는 해가지고.

언제부터 그렇게 깔끔했다고 괜히 안 하던 짓 해가지고.

우리 케이 뭐 좋아하더라? 맛있는 거 해 줘야겠어.




우리 집을 굴리는 네 개의 바퀴 모양은 모두 다르다.


동그란 바퀴, 별 모양 바퀴, 네모 모양 바퀴, 오각형 바퀴. 네 개의 바퀴 모양은 제각각 달라도 희한하게 잘 돌아가. 덜커덩 거리면서도 신기하게 굴러가긴 가. 왜냐면 서로 건들질 않거든.


우리 궁합을 보아준 점쟁이가 그랬지. 우린 달라도 너무 달라서 서로 건들질 않는다고. 


난 내가 선택한 케이의 인품을 믿어.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그럼.”은 말 그대로 알았다는 뜻이지. 서로의 개성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한단 의미지. 다른 속뜻이나 빈정거림은 없지. 생각이 다르다고 화를 내거나 물리력을 사용해서 강제로 굴복시키지 않지. 요하게 설득하면서 괴롭히지 않지. 생각이 다르면 그런가 보다, 하지. 우리 집은 그렇게 굴러가지.




몇 해가 지났다.


금비와 효자 아들은 케이와 내가 장을 봐오면 요청하지 않아도 얼른 문을 열어 주고 장바구니를 받아줄 만큼 자랐다.


어릴 땐 가스레인지와 칼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제는 훌쩍 자라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케이와 나에게 대접해 주기도 한다. 먹고 싶은 간식은 스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내가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 케이는 식탁을 닦고 금비와 효자 아들은 수저를 놓고, 반찬을 세팅하고, 손이 부족한 것 같으면 곁으로 다가와 팬의 음식을 저어준다. 반찬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면 누군가 한 명은 밥솥을 열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섞은 뒤 밥그릇에 예쁘게 담는다.


밥을 먹고 난 뒤엔 언제나 자기가 먹은 그릇은 물론 식탁 위의 그릇들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다. 요리하다 손을 배기라도 하면 “괜찮아?” 하면서 손에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를 감아준다.


자기 방 청소는 자기가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금비와 효자 아들이 재활용들을 가지고 나가 분리수거를 해준다.


케이는 여전히 주말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부탁하지 않아도 베란다 청소를 도맡아 하고 거실 바닥을 닦는다. 내가 빨래를 널면 얼른 다가와 함께 널어주고, 빨래를 갤 땐 옆에 앉아 함께 갠다.(물론 케이가 한 장 갤 때 내가 세 장을 개긴 한다.)


얼핏 보면 집안일을 나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내가 집안일의 총책임자이긴 하지만, 나는 집안일의 총괄이라 할 수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케이, 금비, 효자 아들이 군데군데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고 있고, 자기 할 일을 해주어서 집안일이 한결 수월하다.


내년 봄이 시작되기 전에 온 가족이 총동원되는 대청소를 할 예정이다. 오랜 세월 동안 옷장 속에 처박아 둔 잡동사니들 정리와 서재인지 창고인지 모르게 된 방을 방답게 뒤집어엎을 작정이지만 그때는 아마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으므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모두는 멜론처럼 달달하게 익었고, 토마토처럼 건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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