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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10kg 뺐다

다이어트로 얻은 것들

by 비단구름

#일반식 #다이어트 성공


마침내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


11개월 동안 약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작년 5월 다이어트 시작할 때는 한 달에 1.6kg씩, 6개월간 9.6kg(약 10kg)을 빼겠다고 대단하게 목표를 잡았었다.


5월, 6월, 7월, 8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 4월.


6개월간 9.6킬로그램을 감량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계획했던 거에 비하면 10킬로그램을 감량하는 데 무려 11개월이나 걸렸다. 반은 계획대로 되었고 반은 계획대로 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잘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애초에 6개월간 10킬로그램을 감량하겠다는 계획이 잘못 세워진 것이다. 때로 방향을 잘못 설정하기도 하고, 무리한 목표 설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곤 길을 잃기도 하고,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


나는 성향으로 보나, 체질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10킬로그램을 감량하기 위해 11개월이 필요한 인간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다이어트를 해서 20년 동안 변해버린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했건만 지금의 내 꼴을 보아하니 어쩌면 나는 줄곧 나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면 11개월 만에 다이어트를 성공한 것도 대견한 일이라 생각한다.


(다이어트가 계획대로) 될 줄 알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6개월 뒤엔 당연히 59.9킬로그램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일주일에 0.4킬로그램, 한 달에 1.6킬로그램씩 감량해서 6개월이 되는 시점엔 60킬로그램(59.9킬로그램)이 되는 계획대로라면 11월이 되면 59.9킬로그램이 되었어야 했다.


완벽하게 계획이 이행되도록 무리한 체중 감량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달성할 수 있는 쉬운 목표를 세워 가뿐하게 이뤄내겠다, 시작했다. 한 달에 1.6킬로그램 감량. 이건 너무 쉬운 다이어트잖아! 이렇게 바쁜 사회에서 한 달에 고작 1.6킬로그램이라니! 후딱 살 빼고 한 달이라도 더 날씬하게 살아야 하는 마당에 한 달에 1.6킬로그램 감량, 6개월에 59.9킬로그램이라니 정말 쉬운 다이어트, 하는 둥 마는 둥 거저먹는 다이어트였다.


내가 20킬로그램을 빼서 49킬로그램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욕심 안 부리고 딱 10킬로그램만 빼겠단 말이다! 59킬로그램이 목표란 말이다! 이토록 눈을 확 낮춰 대충 뜨뜻미지근하게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놓았으니 이루지 못할 리가 없었다.


나에게도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몸도 내 몸, 마음도 내 마음인데 어느 것 하나 계획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특히 마음, 보이질 않으니 쉽게 잡히지도 않는 ‘마음’이라는 나.


계획은 언제나처럼 그럴듯했고 나는 언제나처럼 여유로웠다. 여유로움을 빙자한 안일함. 여유로움을 가장한 천하태평함. 여유로움 뒤에 숨은 핑계와 이유들. 예상치 못한 변수도 괜찮다고 하는 무사태평함, 40대 이후론 매년 경험하는 지독한 감기몸살, 이길 수 있을 거라 짐작했던 식욕. 완벽하게 건강과 식욕을 통제하기에 나라는 사람은 완벽하게 정돈된 인간 유형은 아니었고 심지어 어느새 조금 늙어 있었다.


KakaoTalk_20250508_094446210.jpg 10kg 감량한 다이어트 식단


내 10킬로그램 감량이 6개월이 아닌 11개월이나 걸린 중요한 이유는 대략 이렇다.


하나는 완벽하게 끊어내지 못한 군것질과 달달한 음료

두 번째는 가족과 보내는 주말 저녁 식사(이 때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습관적 “괜찮아” 뒤에 숨는 안일함


덕분에 10킬로그램을 빼는데 11개월, 거의 일 년이 걸렸지만, 만족한다. 왜냐하면,


다이어트로 얻은 것이 있다.


10킬로그램을 감량했고,

앞자리가 바뀌었으며,

꾸준한 관리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무게를 재고,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헬스장에 가고 공원을 한 바퀴 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젊어서,

살아갈 날이 많다. 10킬로그램 감량한 채로.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이전보다 가벼운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곧, 곧, 곧 50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큰 의미다.


KakaoTalk_20250508_094446210_01.jpg 운동&체중변화


다이어트는 속도전이 아니다.


요즘은 속도전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 남들보다 빨리 성공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부자가 되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고급 자동차를 사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줄을 서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달려야 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효과 좋은 다이어트 방법들은 다이어트도 속도를 올리라고 그래야 한다고 막 잡아끈다.


다이어트는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이다.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행위를 넘어 꾸준한 자기 관리이다. 6개월이 걸리든 일 년이 걸리든 상관없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고 금비가 초등학교 이학년 때 금비 담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다이어트도 마라톤과 같다. 다이어트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저마다 자신의 페이스가 있다. 누군가 이 주 만에 10킬로그램을 뺐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한 달 만에 10킬로그램을 뺐다는 소식을 들어도, 비록 부러울지언정,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나는 한 달 만에 10킬로그램을 뺄 만큼 대단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그런 치열한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늘 게으르고 느슨하게 살아왔다.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이런 삶의 태도는 거창한 성취와는 거리가 멀지만 덕분에 잔잔하게 살고 있다. 나는 만족한다.


성취에 무심한 이런 태도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본 적이 없는 대신 심적으로는 편하게는 산다. 아득바득하는대서 오는 긴장감, 미래에 대한 불안함, 뭔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초조함, 뒤처지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 아등바등하며 놓치는 여유.


대단한 물질적 풍요와 거리가 멀지만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다. 만족한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이 조선 시대 임금님보다 잘 먹는다고 하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나는 가슴 깊이 와닿는다.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빵도 사 먹는다. 치열한 노력이라는 걸 제대로 해보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다니, 만족한다.


노력을 하지 않은 대신 돈 걱정 없이 사는 누굴 부러워하지도, 잘나가는 누굴 시기하지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누굴 질투하지도 않는다. 내가 편하게 늘어져 있을 때 그들은 편함을 포기했다. 그들이 편하게 보내지 못할 때 나는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그들의 삶을 살 때 나는 나의 삶을 살았다. 그들의 노력을 존중하고 나의 삶에 감사한다. 누구든 행동하고 움직이면 성취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기회는 늘 있다. 이런 사회에 살고 있어 여러모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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