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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kg이라도 만족합니다!

당신은 매력적이다!

by 비단구름

● 살 빠진 걸 사람들이 알아봐 만족스럽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살 되게 많이 빠졌어요.”


살 빠진 걸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몹시 만족스럽다. 그들은 꼭 묻는다.


“어떻게 뺐어요?”

“별거 없어요. 저녁을 안 먹었어요.”

나는 진심을 담아 내 다이어트 비법을 알려준다. 속으로 응원도 보낸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네? 저녁을 안 먹어요?”

“네. 안 먹어요.”

“하나도 안 먹어요?”

“네, 하나도 안 먹어요.”

“조금도 안 먹어요?”

“네, 조금도 안 먹어요.”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손사래를 친다.


“우린 못해. 우린 저녁 안 먹으면 쓰러져.”


나는 안타까워한다. ‘진짠데, 저녁 안 먹으면 금방 빠지는데.’

하지만 그들은 나의 안타까움을 모른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지금 몇 킬로그램 나가요?”

“60킬로그램 정도요.”

그러면 잠시 놀라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리곤 덧붙인다.


“그만 빼. 지금 딱 좋아.”


이때부터 나의 혼란은 시작된다. ‘지금 딱 보기 좋다’는 말은 진심일까, 예의일까. 그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빛과 말투로 보아 틀림없이 진실의 말이다. 인생 살 만큼 살아봤고, 그 와중에 산전수전 겪을 만큼 겼었고, 별의별 사람 다 만나본 그들은 세상엔 다이어트보다 중요한 것이 있고, 마른 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만 빼. 지금 딱 좋아.”는 아마도 진심의 말일 것이다. 그런데 50킬로그램이었던 내가 지금은 60킬로그램인데 어째서 지금이 ‘딱 좋다’는 거지?


지인들뿐 아니라 케이도 비슷한 말을 한다.


“지금 딱 좋아. 더 안 빼도 될 거 같은데.”

“정말?”


정말 모르겠다. 분명히 젊을 때는 분명 호리호리한 체형을 좋아했던 케이였는데 어느새 다른 케이가 된 것인가.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지금보다 젊을 때는 나도 호리호리한 체형을 선호했다. 그래서 49-50킬로그램을 필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지금은 어째서 나조차도 그때보다 10킬로그램이 더 나가는 튼실한 체형의 내가 만족스러운 걸까. 도대체 지난 이십 년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런 뿌듯함이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던 슈퍼 파워 엄마 유전자인가. 무던해진 것인가. 시각의 왜곡 현상인 것인가. 영혼이 질적 성장을 한 것인가.



10kg 감량한 일반식 다이어트 식단


● 몸무게 60kg인 여자 어때요?


나는 보이는 것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 체중에 비해 날씬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그러데 사진을 찍으면 실제보다 통통해 보인다. 나는 몸무게를 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누군가 몇 킬로그램 나가냐고 물어보면 "56kg이에요. 60kg 넘어요."라고 말하는데 듣는 사람들은 "예?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라며 놀라곤 한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라는 말의 의미는 ‘여자가 그렇게 많이 나간다고?’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같다.


‘60킬로그램’뿐이 아니다. 여자 몸무게가 50킬로그램이 넘으면 ‘돼지’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가 50킬로그램이 넘으면 뚱뚱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여자마다 신장이 다르고 골격이 다르고 근육량이 다른데 개인차, 전체적인 균형, ‘눈바디’를 감안하지 않고 50킬로그램이 넘으면 살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20대일 때 ‘50킬로그램이 넘는다.’고 말하면 대부분 “50킬로그램이 넘는다고?”라며 화들짝 놀랐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놀랄 만큼 내가 그렇게 뚱뚱한가?’ 의아한 한편 ‘50킬로그램이 넘으면 안 되는 걸까?’ 갸우뚱하며 뭔가 이상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50킬로그램이 넘지 않기 위해, 50킬로그램 정도는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애썼다.


‘160센티미터의 키에 45킬로그램 몸무게’를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오랫동안 여성들을 관찰해 보았는데, 45kg 이면 신장에 상관없이 마른 편이다. 160센티미터의 여자가 45kg 정도의 체중이 나간다면 살짝 마른 편이고, 160센티미터 이상의 여자가 45kg 나간다면 살 좀 찌라고 권할 정도로 몹시 마른 편에 속한다.


다행히 요즘은 50킬로그램 넘는 여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50킬로그램 대’의 몸무게가 사는데 참 편한 적정 체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60킬로그램에 대해서는 놀란다. 여전히 60킬로그램은 뚱뚱한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약간은 살을 빼야 하는 몸무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60킬로그램은 결코 뚱뚱하지 않다. 기운 넘쳐 보이고, 건장해 보이고, 씩씩해 보인다. 나는 60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하는 현재 내 상태가 몹시 만족스럽다.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 내 상태가 몹시 만족스럽다.


운동&체중변화


●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어


여자 몸무게가 60kg라고 들었을 때 대뜸 '돼지'가 떠오른다면, 몹시 뚱뚱한 여자겠군, 생각이 든다면, 60kg이라도 모두 다른 외모와 신장과 체형과 근육량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걸 고려하지 않고 나도 모르는 새 획일화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을 거라는 생각 보다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는 편이 낫다. 사람의 개성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유연한 사고는 소통, 이해, 양보, 타협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꽉 막히고 고집불통에 말도 통하지 않는 독불장군으로 사는 것보단 타인의 개성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편이 좋다. 그러려면 사람은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는 사실, 때로는 개성이 강해서 설득과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 때로는 그래서 힘으로 굴복시키기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 때로는 흐르는 대로 그냥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아야 한다.


‘제 몸무게는 60kg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어떤 이미지도 떠올리지 않고 ‘그렇군, 그런가 보군’ 하는 것이 좋다. 기존 정보를 맹신하는 선입견과 섣부른 판단은 꽉 막히고 편협한 삶을 살게 한다.


60kg이든 아니든 따뜻하고 넓은 이해심을 갖춘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60kg을 유지하든, 50kg을 유지하든’ 다이어트보단 따뜻하고 넓은 이해심을 갖춘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렵다. ‘매력적인 사람’은 ‘60kg이든, 50kg이든’, 연연하지 않을 것 같다. 선입견과 편견 없이 따스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둘 것 같다.


‘매력적인 사람’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또 보고 싶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닫혔던 마음을 열고 싶다. 나는 다행히 가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곤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훔친다면 그/그녀는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매력적인 사람'은 언제고, 어디서고 긍정의 문을 열 것이다. 긍정의 비전으로 안내할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마음을 닫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창문을 열고 햇살과 상쾌한 바람을 맞이하듯 마음을 열고 영혼들이 교류하도록 두어야 한다. 매일 새롭게 노력해야 한다. 그 사이 어쩌면 당신이 ‘매력적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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