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할머니는 꽈배기 도넛도 판다.

웃다 보면 1일 1 행복

by 비단구름

할머니의 붕어빵은 천 원에 여덟 개였다. 우리 집 아파트 후문과 연결된 길을 따라 백 미터쯤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횡단보도가 나오는데 할머니는 그 횡단보도 앞에서 붕어빵을 팔았다. 집 앞 횡단보도이다 보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붕어빵을 사 먹곤 했다. 나도 좋아했지만 특히 작은 아이가 좋아했다.


작은 아이와 붕어빵 할머니 앞에 서서 붕어빵 천 원어치 주세요, 하면 할머니는 붕어빵 여덟 개를 담고 매 번 한두 개를 덤으로 주셨다.

“우리 잘생긴 아들 때문에 더 주는 거야.” 덕담도 잊지 않으셨다.


막 구워낸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하고 달콤한 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안의 팥이 뜨거워 입 안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붕어빵을 먹다 보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붕어빵을 담았던 봉지는 빈 봉지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남은 붕어빵을 입에 넣고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입 안의 붕어빵처럼 달콤했다.


아이가 아주 어렸던 네다섯 살부터 붕어빵을 살 때마다 덤을 주시니 아이도 할머니를 친숙하게 여겨 붕어빵을 사지 않는 날이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곤 했고 그러니 할머니도 아이를 더 기억하는 듯했다. 우리 옆에 다른 손님이 있어도 할머니는 우리에게만 덤을 주시곤 했으니 이렇게 우리는 또 감사하게도 세상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야 십 년 단골이긴 해도 오다가다 보면 장사가 썩 잘되는 것 같지도 않아 그런 날은 일부러 가서 붕어빵을 사기도 했다. 십 년 단골로서 할머니를 평가하자면 할머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여름에도 한 겨울에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해도 할머니는 하루도 장사를 거르지 않았다.


천 원에 여덟 개 주는 붕어빵을 팔면서 마진은 남는 건가, 싶을 만큼 겨울철을 제외하곤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손님이 있던 없던 할머니는 언제나 횡단보도 앞에 자리를 지키고 계셨고 한 번도 할머니가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예전에 할머니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할머니 붕어빵 장사 오래 하셨어요?”

“오래 했지. 내가 이거 팔아서 자식들 다 공부시켰잖아.”

“그럼 자녀분들은 지금 다 컸겠네요?”

“그럼, 다 컸지. 다들 결혼해서 잘 살아.”


할머니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할머니는 싱글벙글했다.


하루는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붕어빵 할머니가 부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그 할머니 부자래. 집도 있고 건물도 있고 다 있대.”


예전에 명동에서 술 한 잔 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껌을 건네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에게 껌을 사는 것을 본 친구가 그 할머니 건물주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저 할머니 대박 부자야. 부잔데 저렇게 껌 팔고 다니는 거야.”


붕어빵 할머니가 부자라는 소문의 진위여부는 아직 모른다. 먹고 살 걱정이 없으니 천 원에 여덟 개짜리 붕어빵을 팔면서도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거겠지, 붕어빵은 그저 소일거리일 뿐, 건물 하나 갖고 있으니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거겠지, 라는 소문이 도는 걸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부자라면서요?”라고 물으면 십 년 단골로서 짐작하건대 보나 마나 할머니는 싱글벙글하면서 이렇게 대답할 것이 뻔하다.


“부자? 그럼, 나 부자야!”


껌 파는 할머니도 붕어빵 할머니도 모두 부자라고 하니 다행이다. 일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시니 다행이고 부자라면 다행이다.


요즘 할머니는 붕어빵 대신 떡과 꽈배기 도넛과 옥수수를 파신다. 마을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수십 년 동안 할머니가 붕어빵을 찍어내던 붕어빵 틀은 흔적도 없이 치워졌고 할머니가 서있던 자리엔 마치 이곳엔 원래부터 할머니와 붕어빵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할머니를 다시 본 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할머니는 붕어빵 자리로부터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떡과 옥수수와 꽈배기 도넛을 팔기 시작하셨다.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하신 연륜으로 신중하게 떡과 옥수수와 꽈배기 도넛 삼총사를 품목으로 정하신 거겠지, 하고 생각하면 할머니가 근사한 거상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가끔 할머니가 빨간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걸으시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손 카트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을 말랑말랑한 가래떡과 뜨끈한 옥수수와 설탕 범벅 꽈배기 도넛 삼총사가 어쩌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의 알밤, 자라, 물찌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처럼 든든하게 할머니를 지켜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지나가다 할머니가 빨간 손 카트를 세워 놓고 보도블록 바닥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유심히 보아도 할머니의 떡과 옥수수와 꽈배기 도넛 삼총사가 그리 잘 팔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봐도 수익이라곤 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할머니는 붕어빵을 팔 때 그랬듯이 매일 나오셨다. 여전히 셈에는 관심이 없으신지 꽈배기 도넛을 한 팩 사면 덤이라며 꼭 한 개를 더 주시는 것도 여전하셨다.


붕어빵을 팔 때보단 할머니의 떡과 옥수수와 꽈배기 도넛을 덜 사 먹어 가끔 할머니는 나를 바로 기억해 내시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누구든 “얼마어치 줄까?” 하고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하시는 것도 변함이 없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계신 할머니를 본 것이 벌써 십 수년째다. 할머니의 모습이 어느 날 보이지 않게 된다면 아마도 어떤 바람이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할지 벌써부터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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