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더 중한디?
구성과 컨셉, 뭐가 더 중요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교육원에서 배울 때 ,기초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구성’을 강조하셨다.
“구성은 작가에게 생명줄이다.
아무리 좋은 컨셉을 갖고 있어도 구성이 엉망이면,
결국 아이디어만 빼앗기고 완성은 남의 것이 된다.
완성도 있는 구성만이 작가의 아이디어를 지킬 수 있다.”
그 말에는 아마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직접 빼앗긴 적이 있거나, 그 장면을 목격했거나, 혹은 반대로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가져본 적이 있거나.
어쨌든 그 경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셨겠지. 흠.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계획을 바꿨다. 무모하게 써서 공모전에 내보내려던 걸 멈췄다.
기초반 시절의 나는 ‘기초’를 하나도 몰랐으니까. 그냥 멘땅에 헤딩이었다.
‘괜히 덜 익은 글을 냈다가 아이디어만 빼앗기면 어쩌지?’ 그 걱정이 먼저 앞섰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다 그렇지 않나. 누구나 자기 글이 당선될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쓰니까.)
그날 이후로 난 ‘구성’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다.
“기초반에서 완성도 있는 단막 한 편을 끝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최고의 시작이야.”
네. 선생님.
(** 이 노트는 선생님께 배운 수업내용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더한 나의 이론 정리노트이다**)
7단계 구성을 정리하기기 전에, 기본적으로 꼭 알고 되짚어봐야 할 것들을 먼저 정리해보았다.
1. 글의 구조는 처음, 중간, 끝이 있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글의 구조는 단순하다. ‘처음, 중간, 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세 가지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이다.
첫 문장을(첫 씬을) 설명으로 시작하느냐,
혹은 사건으로 터뜨리며 시작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리듬은 완전히 달라진다.
설명으로 시작하면 이야기는 천천히 쌓이고, 사건으로 시작하면 빠르게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둘 다 틀린 방식은 아니다. 다만 선택에 따라 해결의 속도가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동료들 대부분은 어느 순간 깨닫는다. “초반부엔 후킹이 필요하다.”
지루하게 사건을 설명만 했다가는 시청자들이 다 떠나가겠군.
그래서 점점 초반에 사건부터 터뜨리려는 시도를 한다.
자극적인 것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하다. 시청자들도, 배우도 마찬가지다.
초반에 흡입력이 있어야 궁금해서 대본을 계속 붙잡게 된다.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내 생각엔 단막극일수록, 장르물이든 로맨스든 적어도 5장 안에는 사건이 터져야 한다고 본다.
(근데 그러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
2. 드라마 속 대사는 현실의 대사가 아니다
사실 ‘구성’*이란 단순히 장면 배열만을 뜻하지 않는다.
드라마 안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도 구성이 숨어 있다.
그래서 드라마 속 대사는 현실의 대사와 다르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를 그대로 옮기면, 이야기는 금세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사라진다.
드라마 안에서는 평범한 대화가 설 자리가 없다. (당장 사라져!)
모든 말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곧 감정이다.
그러니 그런 대화들로 씬과 장수를 채우려거든, backspace를 과감히 눌러라.^^ (당장 사라져!)
(나도 과제 마감 전, 장수가 부족해서 의미 없는 대사를 잔뜩 늘렸다가 처참하게 한소리 들은 적이 있다.)
드라마 속 대사는 모든 게 의미가 있고, 모든 말에는 감정이 따라붙어야 한다.
이전에도 말했듯, “드라마 안에서의 모든 행동에는 감정이 있어야 한다.” 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면, ‘안녕.’ 하는 대사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한마디가 캐릭터의 관계를 드러내거나, 성격을 보여주거나 혹은 뒤에 감정이 폭발할 복선을 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니 아무 이유 없는 말은 드라마 안에서 존재할 수 없다.^^ (후...^^ 말하면서도 한숨)
(사실 이 부분이 기초반에서 완벽하게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생각보다 처절하다. 진짜다. 나 포함해서... 0명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까, “나만 못하나?” 하면서 겁먹지 말자. 우리 모두 그 과정을 겪는 중이니까.)
3. 구조를 쪼개는 이유
결국, 대사 하나에도 구성이 숨어 있듯, 드라마 전체 역시 구조라는 이름의 ‘큰 구성’ 위에 세워진다.
한 편의 대본은 결국 대사의 리듬(미시적 구성)과 시퀀스의 리듬(거시적 구성)이 서로 맞물려야 완성되는 것.
그래서 다음 단계는 ‘구조를 쪼개는 일’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유난히 재밌는 이유는, 바로 전개를 계속 쪼개는 구조 덕분이다.
처음–중간–끝 안에 기–승–전–결이 들어가고, 그걸 더 세밀하게 나누면 7시퀀스가 된다.
왜 쪼갤까? 그만큼 전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긴 전개를 단단히 붙잡기 위해 쪼개는 것이다.
모든 씬은 클라이맥스를 향한다
첫 씬부터 끝 씬까지, 드라마는 오로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야 한다.
그리고 단 한 씬도 빠지면 안 되는 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강조해도 모자라지만 우리가 자꾸만 실수하는 것.
드라마 속 모든 순간, 대사, 행동에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드라마는 도미노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특히 발단부에서 미리 부지런히 짜두지 않으면 중반부터 구성이 흐트러지고, 글은 엉망이 된다.
(노트에 적어두지만, 사실 나도 쓰다 보면 늘 잊는다. 그래서 어렵다.)
첫씬부터 끝씬까지 우리는 오로지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를 향해서 가야한다.
첫 씬부터 끝 씬까지, 드라마는 오로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야 한다.
자꾸 까먹겠지만, 명심해야한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 (후퇴하지 말아라)
그렇다면 각각 어느정도의 씬을 구성에 써야할까?
그 정도를 모를땐, 대략적으로 기준을 이렇게 잡으면 좋다고 했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발단부(1~20씬) - 1시퀀스
★전개부(21~66씬) -2시퀀스~6시퀀스
★결말부(67~ ) – 7시퀀스
이 ‘구성’이라는 말은 추상적인 단어로 들리지만,
그 구조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바로 트리트먼트다.
그러니까 트리트먼트는 말 그대로, 구성을 설계도로 바꾸는 과정이다.
트리트먼트란, 대본의 모든 씬을 ‘왜’ 써야 하는지 이유와 목적을 정리한 설계서다.
트리트먼트에서는 시퀀스 관련 해야 될 일들을 다 표시해 두면 좋다. 그럼 구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작가마다 트리트먼트를 쓰는 사람도 있고, 안 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본을 쓰기 위해선, 트리트먼트를 써서 설계를 구축해놔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드라마는 결국,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을 얼마나 오래 끌어주느냐의 싸움이니까
그 설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다음 글에선, 발단부에서 해야 될 일 여섯가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