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아니지만, 웹툰도 드라마에 큰 영향을 주는 콘텐츠다.
그래서 좋은 웹툰을 봤다면 후기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 글을 쓸 때면 종종 휴식 겸 침대로 다이빙한다.
그 짧은 쉬는 시간 동안 유튜브 숏츠를 보거나, 웹툰을 보거나, 책을 읽는다.
어제도 그런 순간이었다.
처음 보려고 했던 건 <이기적 이기론>이었는데,
지인이 “<이상형은 아닙니다>는 볼 때마다 운다”라고 추천했다.
몇 번을 정주행 했다는 말에 도대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이길래,
혹은 얼마나 절절한 로맨스이길래 심금을 울렸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나도 결국 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림체가 내 스타일이기도 했다.
노래는 가사보다 음을, 웹툰은 내용보다 그림체를 먼저 보는 스타일이라서
요약하자면
20대를 화려하게, 열정과 진심으로 살아온 늘 '예쁘장하고 화려한' 여자 차은태.
그리고 그 시절을 조용하게, 자기 세계 속에서 버텨온 '패션테러리스트 모쏠' 남자 김진현.
같은 대학교를 다녔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두 사람은, 옆집 이웃으로 다시 만나며 시작되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다. (30대인 줄 알았는데 27살이더라, 30대로 하면 더 좋았을지도?)
개인적인 감상평
1. 그림체
특히 여자 주인공의 패션과 헤어, 표정 연출이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주의 전 남자 친구가 **내 스타일(?)**이라 초반엔 그 이유로도 몰입했다.
(웹툰은 내용보다 ‘그림체’로 먼저 빠지는 타입이라 그런지도!)
2. 대사 톤
여자와 남자의 시선 차이가 뚜렷해서 현실감이 굉장히 높았다.
‘아, 진짜 저런 이유로 싸우지’ 싶은 공감 가는 다툼의 이유들.
그리고 연애의 **‘타이밍’**이라는 게 얼마나 잔인한 지도 절실히 느껴졌다.
댓글 중에는 전개가 느리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템포가 딱 좋았다.
조급하지 않아서 감정의 여운이 오래 남았고, “다음 장을 빨리 넘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3. 공감 포인트
나도 의도치 않게 모쏠이던 남자를 만난 적이 좀 많았다.
그래서 진현의 어설픈 말투나 행동을 보며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마치 “그 사람도 진현처럼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싶었다. 너도 최선을 다했던 거였을 텐데.
여주가 전 남자 친구가 된 남자 친구의 생일파티를 정성껏 준비하는 장면에서
“아, 저렇게까지 힘들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저러다 싸우게라도 된다면
결국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나한테 이래?”로 이어지는 서운함이 되니까.
그건 나도 예전에 해봤던 실수였다
예전 연애 때부터 남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싸울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내가 연애를 계속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난, 당신이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계속 확인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여주인공의 이 내레이션에서,
문득 나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냥 당신이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받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근데 이렇게 된 것이었다. 이게 누구의 잘못일까.
무엇보다 놀라운 건 —
웹툰을 보는데도 내가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기분이었다는 것.
남자친구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래, 여주도 잘못했네”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남자가 바람을 핀 상황이었는데....
그리고 상처받아 우는 여주에게 진현이 위로해 주고, 너는 잘못이 없다고 해주는데
거기에다 대고 나는
너도 지금은 그래 보일 거다. 근데 너도 제삼자라서 그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네가 남자입장이면 여자주인공이 잘못을 하긴 했지... 이러고 있더라니까...
그러다가 나중엔 “아니야, 여주도 충분히 노력했잖아!” 하고 혼자 반박하는 나를 봤다.
연락을 계속 읽씹? 갑자기 사라져? 어라 회피형 특징인데? 회피형아냐? 하면서 캐릭터들을 보는 나 자신...(최근에 회피형에 데임)
결국 느낀 건
사랑이란 건 ‘누가 잘못했는가’보다 ‘서로의 타이밍이 어긋났는가’의 문제라는 것.
하필이면 그때 은태가 인스타를 봤고, 하필이면 그때 남자는 바빴으며, 핸드폰이 금이 갔고...
여자를 부축하는걸 하필이면 이웃이 보았고... 하필이면 이웃남자의 절친이 여주 절친의 상사이고...
자, 둘의 관계는… 그렇게 ‘하필이면’이 쌓여 어쩔 수 없이 끝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라서. 웹툰이라 그런 것 같지만
현실도 그렇다. 웃기지만 정말 그렇다.
4. 인상 깊은 장면
“그렇게 따뜻하고 완벽할 줄 알았던 우리가, 한 번의 다툼으로 이렇게 이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주인공의 이 독백 내레이션이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별 후에도 상대의 연락이 다시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해서가 아니라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서라는 말 — 너무 공감됐다.
그리고 진현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서도 전 연애의 잔해가 계속 남아 있는 여주의 모습.
‘지금 이 사람이 아무리 잘해줘도, 혹시 또 예전처럼 변하지 않을까’
지레 겁먹는 그 심리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사실... 지금의 내가 딱 그렇기 때문이다.
그때 그 사람이 보여줬던 그 열정은 분명 사랑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터무니없이 한순간에 식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나 또 직접 느껴버렸으니까.
“이제 연애 안 할 거야, 너무 힘들어…”
그랬던 은태가 또다시 사랑 앞에 서게 되는 장면이, 참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그래도 나는 생각했다.
만약 은태가 20대 때 진현의 고백을 받아들였다면,
이 둘은 이렇게 좋은 결말을 맞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때의 은태는 그 고백을 받지도 않았을 테고.)
은태는 수많은 연애를 거치며 성장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것,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착한 남자,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꿈꾸게 된다.
이젠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든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그 사람 그대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여자로 자라났다.
사랑은 그러니까, 결국 '타이밍'이 맞는 것이다.
은태가 성장하지 않았을 때 둘이 연애를 했다면
이렇게 잘되지 않았을 거니까.
제목부터 아이러니로 시작한 《이상형은 아닙니다》는 단순한 로맨스같이 풀어냈지만
결국,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이상형’이라는 말이 얼마나 덧없는가. 그럼에도 우린 '이상형'을 꿈꾼다.
나 역시 은태의 친구 라희가 진현의 친구, 키가 작은 남자를 만나며 망설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저렇게 키 작은 사람은 못 만날 것 같은데 대단하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도 여전히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구나.
은태가 성장했듯, 나도 아직 성장 중이라는 걸.
이 웹툰은 결국엔 ‘맞는 사람’이 아니라 ‘맞춰가는 사람’ 임을 보여준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현실적이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웹툰!
보면서 나의 긴 연애사와, 최근의 연애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은 무너지고, 조금은 치유되는 이야기였다.
멈추지 못하고 또 새벽까지 봐버려서 오늘 하루를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이 웹툰의 해피엔딩을 보며 ‘내 연애도 다시 꽃 피울 수 있겠구나’ 하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