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말에 울었을까

글쓰기가 주는 위로.

by 구름


속상하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참으려 해도 수돗물이 고장 난 것처럼, 눈물이 봇물처럼 흘러내렸다.

마음이 욱신거리고 속상해서 글쓰기를 바로 눌렀다.


속상한 건 알겠는데, 내가 왜 속상한지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어서.

나의 감정을 마주해야겠어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건 나니까.

그러니까, 그 이유를 생각하기 위해서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았다.



엄마와의 대화가 문제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나는 뭐에서 이렇게 '욱'한 걸까. 나의 자격지심이 있던 걸까.


나에겐 친구 A가 있다.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으며, 좋은 대학에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나의 친구.

리더십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치고 늘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난 것은 어느 모임에서다. 나와 공통된 분모가 있어서 우리는 쉽게 친해졌다.

A가 어느 날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구름아... 나를 가장 우선시해야 되는 게 맞는 거지?'

그래서 응! 맞다고, 널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해줄 만큼...

A는 늘 자신의 친구를 도와주는데 진심인 친구였다.

자신을 위한 돈은 꼼꼼히 따져서 쓰지만, 남을 위한 돈이나 남에게 무엇을 사줄 땐 돈을 아끼지 않았다.

(A가 나에게 위 고민을 털어놓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세상에나, 내가 아직 그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는 지금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아는 A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주위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위하는 친구다.

나는 사람이란, 가끔씩은 가식일 수도 있고, 허례의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는 아니었다. 정말 내가 힘들 때나 고통스러울 때 정말 진심으로 날 걱정하고, 달려온다.

신기했다. 타인을 위해 진심으로 힘쓰며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니.

A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친해지면서 이 친구가 신기하고 대단했다.


물론 지금까지 A가 살아온 환경을 다 모르고,

알 수 있는 건 내가 함께 겪은 몇 년뿐이니 다 알 순 없다.

그렇지만 난 그냥 A가 도움을 베푼 사람들이, A에 대한 고마움을 알길 바랄 뿐이다.

물론 A는 그걸 바라고 한 게 아니지만, A도 아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그 고마움 정도는 안다고.

그래서 A가 힘들 때만큼은 내가 다 내려놓고 달려가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한 번도 이 친구를 질투한다던지, 부러움을 넘어서 시기하고 안되길 바란적이 없다.




엄마랑 나는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당연히 A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해준 것 중 가장 고마운 것은, 나를 '댄스학원'에 등록시켜 준 것이었고.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집까지 와서 그 아침에 나를 운동등록도 시켜준 그 친구를

신기해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묻기 시작했다. A라는 친구를 어떻게 만났는지.

나는 근데 모임에서 만났다고 하면 아직 보수적인 우리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 친구와 나와 공통분모 중, 같이 아는 동생이 있는데 나와 겹치는 게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에

과 후배가 운동하라고 소개해줘서 그렇게 해서 만났다고 했었다.


어쩌면 거짓말이니까 버벅거렸을지도, 매번 말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나쁜 걸 숨기는 것도 아니었고... 하다 보니 더 이상 그냥 묻지 않길 바랐다.

왜 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까지, 이 나이가 되도록 계속 알아야 하는지

한편에는 답답하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자취를 꿈꾸지만 돈이 없어서 하질 못하는 현실도 답답했다.


오늘도 사실 울 정도는 아니었다.

아침부터 나는 스위치온 다이어트로 몸이 가벼워져서 들떠 있었고, 기분이 좋았는데.

A가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고 그래서, 다음 주 화요일 놀러 가서 하룻밤 자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그러겠다고 말을 했더니, 집이 어디냐고 물어서 위치를 말해줬다.

나는 괜히 들떠서 말했다. 친구 집에서 자는 게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남자친구랑 외박할 때 쓰던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엄마가 오해할까 봐 디테일하게 말했다.


"고층 아파트인데 뷰가 되게 좋다 그래서, 나는 그런 집 잘 안 가봤으니까 구경도 해보고 싶고! "

그런데 내 말을 듣더니 엄마가 갑자기, 또 묻는다.


"근데... 어떻게 알게 된 친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또 묻는다.

물론 엄마는 나이가 드셨으니 기억력이 퇴화되거나, 까먹어서 물었을 것이다.

근데 나는 왜 그게 '믿기지 않아서' 또 되묻는 것처럼 들릴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스스로 이루어놓은 게 없어서 예민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엄마의 그 질문이 나의 신경을 건드렸다.


"... 말했잖아, 후배가 소개해줘서 알게 된 친구라고."

"후배 누구?"

"아는 동생. 같은 과. 어린이집."

"걔가 소개해줬다고?"


몇 번을 되묻는 거야? 의도가 뭐야?

단 몇 초 만에 내 머릿속은 이미 발끈 스위치가 눌려지고 있었다.

째깍째깍.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래. 나 운동하는데 , 후배가 같이 운동하는 언니라 소개해줬다고, 왜?"

"무슨 운동을 해?"

"아니 근데 왜 자꾸 맨날 물어봐? 몇 번째 물어봐?"


엄마는 지금 나를 의심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내 안의 스위치가 터졌다.

나는 결국 터뜨렸다. 굳이 굳이. 말릴 새도 없었다.


“왜? 나는 그런 친구랑 어울릴 ‘급’이 아니라서?”


그러자, 엄마도 민망했는지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 그건 아닌데.. 네가 어떻게 그런 친구를, "


엄마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았다.

난 위아래로 훑으며, 난 되려 엄마를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엄마가 나를 '저급'이라 생각하네. 그렇지? 엄마가 나를 저급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친구랑 어떻게 친구가 되느냐 하고 지금 무시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나를 느끼게 한 엄마를 한심하다는 듯 여겨버리는 듯. 그렇게 따지며 말했다.

급으로 나누는 엄마가 잘못된 거니까.

나를 그렇게 저급으로 판단하는 엄마가 실수한 거니까.

그래서, 난 엄마는 말을 이어서 하고 있는데 내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때부터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한 건.

소리 없이 우는 바람에 엄마는 내가 우는지도 모르고 부엌에서 계속 말을 하고 계셨다.


"그게 아니라,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너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 어떻게 그런 친구를 만나나 싶어서"


우리 엄마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 엄마는 사실 학벌을 따지는 것 같다.

맨날 남자친구를 사귄다고 해도, 대학교는 나왔느냐 묻고...

친척들 이야기,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해도 걔는 학교 00을 나와서~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내가 그런 친구랑 갑자기 35살이 돼서 알고 지내게 된 게 신기했나보다.

그래, 내 주변에 그렇게 좋은 대학 간 친구가 없는 건 맞다. 근데 나도 못 갔으니까 그렇지.

내가 갔으면 있겠지. 그니까 엄마의 그 말은 마치, 날 탓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물론 엄마가 계속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물만 흘렀다.

엄마는 내 눈물을 보고,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조용히 물어보신다.


'뭐... 필요한 건 없고?'

'없어'


왜 우는지는 묻지 않았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엄마의 태도가 속상해서일까.

아니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 것을 애써 무시하고 살았는데 들어서일까.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 한 이유는 나를 무시해서가 맞을까?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사기를 당할까 봐 걱정돼서 한 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고층 아파트 뷰를 말하면서 들떠있는 내 모습을 보고

해주지 못해서 그 미안함에, 괜히 이렇게 모든 것들이 비롯됐을까?


몇 분도 안 되는 대화였고, 한 순간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한순간에 나는 눈물을 봇물 쏟듯 쏟아냈고,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몇 분 동안 나는 최대한 내 속상한 감정을 토해냈다.

그렇게 나는 오늘 글쓰기의 힘을 또 한 번 느꼈다.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과 다른 것은,

내가 스스로 나의 자기 보기를 하면서 깨닫는다는 것.

결국, 나는 오늘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봤다.
신기하게도 친구에게 털어놓는 위로보다 더 깊은 위로였다.

다소 차분해진 이 감정의 변화를...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좋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도 좋다.

근데 지금의 내가 해야할 것들은 내 감정들을 넘어가지 않고 발견해내는 거다.

왜 기분이 나빴을까, 왜 속상했을까. 내가 어떤 거에 건드려지는걸까. 나를 알아내는 것.


이제는 엄마한테 가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몇시간 뒤쯤?

“엄마, 아까 그 말 때문에 나 속상했어.”

이 문장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웹툰 후기 <이상형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