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대에게 좋은 사람일까
인생
때론 무서운 이를 드러내는
어두운 동굴도 만나기도 하고
아무리 몸으로 부딪혀도 꿈쩍 않는
돌 장군도 만나고
바람결에 날아오는 꽃잎도 만나고
그리고 또.....
어릴 때부터 노트에 사람 그리기를 좋아했다.
필기해야 할 종이에 온통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를 많이 그렸다.
다음날 헤어스타일이 바뀐 친구에게 머리스타일 바뀌었냐며 금세 알아보기도 했다.
관찰력이 있으면서도 조용했고 예민한 축에 속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만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했다.
사람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이 3명 이상만 모여도 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작다고 무시할게 못 되는 것이 그 안에서도 각종 트러블이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나를 많이 낮춘다. 만남이 소중해서 굿즈 제작한 거라던지 작은 문구류도 선물로 드리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라는 것이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듯 알아감에 따라 말이나 제스처로 위에서 아래로 누르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철없을 시절에 나도 같은 회사 동기에게 그렇게 행동했다가 동기가 화를 내서 얼른 숙이고 들어간 기억이 난다.
어느덧 중년인데도 같은 패턴의 모임이 형성될 때
지레 짜증이나고 지쳐서 발을 빼버리곤 한다.
이제는 인간관계에서 위아래의 관계보다 평행선의 관계로 서로 돕고 돕는 관계, 그러니까 내가 그에게 귀인이 되면 상대도 내게 귀인이 돼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에는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내가 별로여서 그랬을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기본적으로 가장 1순위가 아닐까?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다 보면 나를 계속 낮추기만 하고 자기 사랑은 없어진다. 나를 높이기만 하면 또 거만해진다.
중도를 지키기란 참 어렵기만 하다.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깐깐하게 굴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니 말이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사람을 좋아하되 그렇다고 온전히 믿지 말 것이며 내가 베푼 만큼 그 사랑이 다 오지 않는다 하여 상대를 비난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람을 통해 불행이 올 수 있지만 사람을 통해 복이 올 수 있으므로 너무 남 탓만 하며 사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남 탓을 많이 하면 마음의 아픔을 겪는 건 결국 나 자신이 되는 것을 알고 나니 이제는 '내 탓이요'라고 내려놓는 게 맘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