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인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화하며, 그 변화를 나타내는 낱말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은 존재의 변화, 운동성, 과정 등과 연결된 추상적 개념이다. 시간은 추상적 개념이다 보니, 공간보다 의식의 장에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는 어린아이가 시간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만화 영화에서 등장하는 요술 지팡이,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하는 신비의 약물은 과정 없이 결과를 낳지만, 시간 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아이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그 힘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는 아이의 시간 의식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비이성적 이야기가 전혀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 의식은 ‘확장된 공간 의식’이다. 이는 인지 대상이 현재에서 과거로 확장된다는 뜻이다. 그 확장의 바탕은 기억이다. 만약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현재만을 인지할 것이다. 만약 현재만을 인지한다면 대상(사안)의 한 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마치 결과만을 보는 것이다. 대상(사안)의 결과만을 본다면 그 해석과 판단 역시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현재만이 아닌 과거로 인지 영역이 확장되면 대상(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해석 및 판단에 함께 포함된다는 뜻이다.
기억은 인지 결과이며 대상(사안)의 일부 정보만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기억의 내용물은 실제라는 인지 대상보다 상대적으로 모호하다. 그렇기에 과거를 보는 것은 현재를 보는 것보다 모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은 시간 의식 발달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시간 의식의 발달은 공동체의 역사의식과 개인의 성찰 의식으로 연결된다.
시간 의식의 발달은 공동체의 역사의식과 개인의 성찰 의식으로 연결된다. 성찰 의식은 의식 발달의 중요한 부분이며, 자기 존재감을 형성하기 위한 의식의 작용이다. 역사의식은 성찰 의식이 (국가) 공동체에 적용된 것이다. 역사의식은 국가 공동체가 올바른 국가 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 의식이다.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 과거를 잊은 국가(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는 성찰 의식이 과거만이 아닌 미래로 연결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는 지난 과거와 현재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결과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를 통해 배우고, 과거와 다른 현재의 선택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통찰은 모두 관찰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 의식은 공간 의식처럼 가치 의식과 함께 발달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치 의식이 발달했다면 타인과의 약속 시각을 지키기 위해 미래를 보는 의식이 작용한다. 이들은 시간 의식과 가치 의식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지혜 배움 명상에서 자기 과거 관찰이 중요한 이유는 시간 의식 발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