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인지 발달과 의식 구조(1)
제 3 인지
“명상은 가치 인지 발달을 위한 배움”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의식의 구조 관점에서 살펴본다. 먼저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다음은 어느 주말 딸아이를 데리고 복잡한 도심의 백화점을 가면서 겪은 한 엄마의 실제 이야기이다.
주말 도심의 백화점 주변 길거리는 매우 복잡해서 보행자들끼리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엄마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백화점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남자는 불붙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 담뱃불을 바깥으로 향한 채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함께 외출한 딸아이의 키가 성인의 허리 정도였기에, 엄마는 이 상태로 가다간 담뱃불이 딸아이의 얼굴에 닿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반대쪽으로 오게끔 하였다. 그리고 엄마는 다가오는 남자의 담뱃불을 주시하면서 거리를 두었고, 남자는 여전히 담뱃불을 바깥으로 향한 채 지나갔다. 이 경우는 그나마 엄마의 인지 능력이 작동하여 행여나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의 머리카락이 그을린 사고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었다.)
이야기 속의 그 남자는 공간 의식, 시간 의식, 가치 의식 모두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는 공간 의식이 부족하여 담뱃불을 바깥쪽으로 향한 채 걸었고, 시간 의식이 부족하니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초래할 사고를 짐작하지 못했고, 가치 의식이 부족하니 타인을 배려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명상에서의 가치 인지 발달은 인간 내면에 의식의 집을 짓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의식의 집은 세 가지 요소가 얼개를 이루는데, 바로 공간, 시간, 가치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의식의 집을 이루면서 공간 의식, 시간 의식, 가치 의식이 작동한다.
명상에서의 가치 인지 발달은 인간 내면에 의식의 집을 짓는 것과 유사
공간 의식은 공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시간 의식보다 먼저 발달한다. 공간 의식이 시간 의식보다 먼저 발달하는 이유는 공간에 존재하는 물체의 특성이 다섯 개의 감각을 통해 쉽게 인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과 청각은 공간 의식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공간 의식은 가치 의식과 함께 발달하며, 이때 가치는 주로 물질적 가치, 도구적 가치가 중심이 된다.
혹시 쇼핑센터 주차장 진출입로 벽에 긁힌 자국을 본 적이 있는가?
회전형 진출입로는 초보 운전자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운전하기 어려운 코스다. 초보 운전자는 차와 경로에 관한 공간 감각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에, 자동차 범퍼를 벽에 긁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에 작은 차를 운전하는 이가 갑자기 큰 차를 운전할 때도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는 공간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눈이라는 감각뿐만 아니라 경험이라는 기억이 함께 작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공간 의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감각과 기억 만이 아닌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다음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일상에서 유독 무언가와 자주 부딪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복잡한 길을 걸을 때 혹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몸을 움직일 때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유독 잘 부딪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성격이 급하거나 생각이 많을 경우이다. 성격이 급하면 자신의 욕구에 주로 집중하여 다른 것은 잘 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환경에서도 종종 부딪히게 된다. 이는 생각이 많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의식의 에너지가 생각에 주로 사용되므로 외부 대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부딪히게 된다. 즉 공간 의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감각과 기억 발달 만이 아닌 감성의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편 공간 의식의 발달은 지식과 기술의 발달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다음 두 개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오늘날 그림에서 사용되는 원근법은 약 15세기경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원근법은 평면에 입체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기법으로 그림의 대상을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해 주는 기법이다. 그 당시 원근법을 사용한 화가들은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린 것이 아니라 수학적 자질도 뛰어났다고 한다. 이는 눈에 보이는 대상과 배경을 보다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림 속 사물과 사람들의 상대적 크기를 계산하는 수학적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근법은 공간 의식이 느끼는 입체감을 평면 위에 재현한 것이다.
당신이 직접 음악 공연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음악 공연장과 비슷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음악 기술이 바로 스테레오 음향이다. 이 기술은 음악을 듣는 이에게 마치 자기 주위의 다양한 악기들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끼도록 해 준다. 그래서 눈을 감은 채 들으면 공연장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입체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공간 의식 발달의 결과이다.
한편 공간 의식은 가치 의식과 함께 발달한다. 즉 공간 의식은 공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대상을 감각으로 인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대상이 지닌 가치를 함께 인지한다. 앞의 스테레오 기술은 공연 현장처럼 소리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좋은 음향 기기를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다. 즉 음향 기기는 소리의 입체감을 내는 특성을 가진 가치를 지닌 대상이다.
시간 의식은 공간 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공간 의식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