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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Sep 09. 2017

명상과 깨어있음

제 3 인지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명상 관련 책이나 기사를 보다 보면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책을 쓴 저자나 기사 작성자 역시 매 순간 깨어있지 못하거나, 매 순간 깨어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모르면서 글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왜 깨어있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깨어있어야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보고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 수준에서 보고 듣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의식은 감각 수준만이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 더 나아가 추상적 가치를 이해한다. 따라서 깨어있을 때 보고 듣는 수준은 추상적 수준까지를 의미한다.


한편, 보고 들으려면 보고 듣는 그 대상과 사안에 대하여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잠시 미뤄두고 온전히 그 대상과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대체로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경청하거나 관찰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생각 때문이다.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한다

우리말에 ‘오만(50,000) 가지 생각을 다 한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인간 의식의 상태를 잘 말해준다.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생각의 종류가 오만 가지라는 이야기이고,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해 보면 실제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동안에는 대체로 의식이 잠들어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능동적 생각을 하기보다 수동적 생각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잡념이라 불리는 수동적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 머릿속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유령처럼 출몰하는 생각들

만약 당신이 매 순간 깨어있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생각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생각에 담긴 내용물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구 상에 그런 능력을 갖춘 인간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인간의 의식은 그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매 순간 깨어있으려면 인지 능력이 더 발달해야 한다. 비유하면 인지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마치 며칠 동안 밤을 새운 후 물밀 듯이 밀려오는 졸음에 저항하며 졸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졸음은 유령처럼 출몰하는 잡념을 말한다. 만약 평소에 당신이 충분히 잠을 잔다면, 낮에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명상에서 매 순간 깨어있는 의식의 상태는 그와 비슷하다. 즉 인지 능력이 발달하여 유령처럼 출몰하는 마음속 생각을 바로바로 인지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사례를 통해 깨어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가끔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려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간다. 조금만 투자하면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꼬드기면 그들은 쉽게 넘어간다. 물론 사기꾼의 탁월한 능력도 있지만 말이다.

성실하게 사는 이성적 사고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기꾼들의 그러한 말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나 성실하게 사는 이성적인 사람 모두 똑같은 지구 위에서 살지만, 전자는 허황된 꿈속에서 살고, 후자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전자는 허황된 꿈을 꾸며 잠들어 있고, 후자는 현실에서 깨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깨어있으려면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이성이 발달해야 한다. 사기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말 뒤에 감춰진 진실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명상에서 언급하는 ‘깨어있음’은 의식의 발달 즉 인지 능력이 발달할 때만이 가능하다. 만약 명상이 인지 발달이라면, 명상하는 방법도 인지 발달을 돕는 방향이어야 하지 않을까?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의식은 기억과 언어를 바탕으로 한 생각을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간은 의식이 더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잡한 관계와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으며, 다양한 지식과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의식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종종 무질서의 상태로 넘어간다. 사실 잡념은 그 무질서의 상태를 해결하려는 의식의 작용이다. 잡념이라 불리는 생각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이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다. 만약 이를 해결하려면 맨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생각(잡념)을 만나 보아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만나 보지 않고서는 그 생각의 구체적인 내용물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생각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만난다는 것은 곧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며, 생각의 내용물을 안다는 것은 생각의 내용물을 구체적으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관찰을 해야 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찰을 통해 인지 능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추려보면, 명상에서 말하는 깨어있음은 인지 능력이 발달해야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기 관찰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필자가 소개하려는 지혜 배움 명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고 있다.


“명상은 가치 인지 발달을 위한 관찰형 배움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자연을 돌보는 힘을 키운다.”

물론 여기서 인지 발달은 감각 인지나 언어 인지 발달 수준이 아닌 추상적인 가치를 인지하는 수준을 뜻한다.


마음언어 강의 동영상 : 내면성장을 위한 마음언어 배우기 기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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