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언어
제목의 ‘비언어 능력’이라는 표현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비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자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모국어)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온종일 언어를 사용한다.
대화하거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혹은 생각을 할 때...
이 모두가 언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언어가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언어에 집중한다.
그 결과 언어 사용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은 매우 미약하다.
사실 우리의 일상은 비언어 능력과 언어 능력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지금부터 일상 속의 비언어 능력 몇 가지를 살펴보자.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능력은 비언어 능력이다.
아기가 걷기를 시작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자연스럽게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다시 수년이 걸린다.
젓가락질은 비언어 능력이다. 11자로 젓가락질을 할 수 있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한국 의사의 섬세한 수술 실력의 비결이 젓가락질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포도주 감별사인 소믈리에가 되려면 매우 섬세한 감각과 기억이 필요하다. 포도주의 맛과 향 그리고 빛깔 등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비언어 능력이다. 물론 포도주에 관한 산지 정보를 기억하려면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소믈리에는 비언어 능력과 언어 능력 모두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는 능력 역시 비언어 능력이다.
어릴 적에 배웠던 자전거 타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자전거를 타면 금세 익숙해지는 것은 비언어 능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능력 또한 비언어 능력이다.
축구나 야구 혹은 수영이나 골프를 하는 능력 역시 비언어 능력이다
우리가 가진 언어 능력과 비언어 능력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바로 비언어적 경청과 관찰(이하 비언어적 관찰)이다.
아기는 몇 년에 걸쳐 엄마와 아빠 그리고 환경을 비언어적으로 관찰한다.
그러면서 아기는 점차 언어 능력과 비언어 능력을 습득한다.
그런데 언어 능력을 습득하면서 점차 아이의 비언어적 관찰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비언어적 관찰은 더욱 약해진다.
그것도 비언어적 관찰의 대상이 외부 세계의 대상과 자신의 몸에 거의 국한된다.
그리고 마음은 언어를 중심으로 늘 움직이다.
우리가 내면을 관찰할 때 비언어적 관찰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