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언어
인간이면 누구나 슬픔이 무엇인지는 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슬픈 일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슬픔에 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가 같은 건 아니다.
이는 슬픔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그 단어에 담는 내용물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뜻이다.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의 슬픔
시험에 떨어진 이의 슬픔
연인과 이별하는 이의 슬픔
직장을 읾은 자의 슬픔
사고로 친한 친구를 잃은 자의 슬픔
부모를 잃은 자의 슬픔
배우자를 잃은 자의 슬픔
자식을 잃은 자의 슬픔
나라를 잃은 자의 슬픔
반나절이면 잊히는 슬픔이 있는가 하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 장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하는 슬픔도 있다.
이 모든 슬픔은 단어 하나인 슬픔으로 표현되지만, 그 단어에 담긴 슬픔의 내용물은 다르다.
슬픔이라는 모양과 색으로 만들어진 언어의 그릇에 담긴 슬픔이라는 내용물의 양과 질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슬픔만을 담는 언어의 그릇도 있지만,
모든 생명의 슬픔을 담는 언어의 그릇도 있다.
자비(慈悲)는 사랑만이 아닌 슬픔도 함께 담긴 단어이다.
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슬퍼하는 불타의 마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