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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Oct 07. 2019

언어에 담긴 공간,시간 그리고 가치

마음언어

언어는 의식 구조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기는 주로 부모로부터 말을 배운다.

맘마, 엄마, 아빠, 지지와 같은 단어들을 들으며 그 뜻을 이해하는 훈련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기는 공간 의식과 가치 의식을 형성하고 점차 시간 의식을 형성한다.

필자는 인간의 의식 구조가 공간 의식, 시간 의식, 가치 의식으로 나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참고 : https://brunch.co.kr/@cloudwaveccxy/7


이번 글은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하면서 공간, 시간, 가치가 어떻게 언어에 담겨 있는 지를 살펴본다.

참고로 필자는 언어 전문가가 아니며, 이 글은 관찰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외부 세계를 설명하는데 더 초점이 맞춰져 발달하여 왔다고 보여진다.

가령 ‘아침밥 / 점심밥 / 저녁밥을 먹는다’라는 영어 표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at breakfast / lunch / dinner.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breakfast / lunch / dinner 라는 단어가 공간, 시간 그리고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세 개의 영단어는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공간적 개념을 담고 있다. 여기서 공간적 개념은 텅 빈 공간만이 아닌 물질로 존재하는 물체에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왜 물체가 공간적 개념을 담고 있을까?


그 이유는 모든 물체는 공간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는 점유된 공간의 또 다른 존재 양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간이 없다면 물체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으며, 공간은 물질의 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물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다시 완전히 분해되어 빈 공간으로 사라진다는 사실 역시 물체가 공간적 개념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물체는 공간의 또 다른 존재 양식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공간적 개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 개의 영단어는 공간만이 아닌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시간적 개념과도 각각 연결되어 있다.

영어로는 morning, afternoon, evening 의 단어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세 개의 영단어는 모두 몸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 가치를 담고 있다.

우리가 먹는 물질은 모두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치는 몸에 도움이 되는 플러스(+)일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는 마이너스( -)일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공간/시간/가치를 인식하여 뇌의 기억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곧 ‘공간 의식’, ‘시간 의식’, ‘가치 의식’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의식은 인지적 작용을 나타내며, 마음은 언어를 통해 공간 인지, 시간 인지, 가치 인지를 한다. 그리고 그 인지 결과 중 일부가 기억 속에 의식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즉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이처럼 공간 개념, 시간 개념, 가치 개념을 구분하여 뇌에 기억의 구조 체계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이렇게 표현된다.


아침(을) / 점심(을) / 저녁(을) 먹다.


여기서 아침, 점심, 저녁은 시간적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그리고 시간적 개념의 단어들은  ’먹다’라는 동사와 연결되어 다른 뜻으로 변한다. 즉 원래의 시간을 뜻하는 단어의 뜻은 아침밥,점심밥,저녁밥을 뜻하게 된다.


이에 반해 영어는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와 밥을 나타내는 단어가 각각 존재한다.

즉 morning, afternoon, evening 과 별개로 breakfast, lunch, dinner 가 존재한다.


이처럼 영어는 외부 세계에 관련된 단어들이 한국어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의 몇 가지를 가지고 필자가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일일이 모두 보여 줄 수는 없기에 또 다른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가령 ‘수염’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영단어는 얼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mustache(콧수염) / beard(턱수염) / sideburns(구레나룻)


즉 이처럼 얼굴 위치에 따라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각 단어가 서로 다른 공간적 개념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공간적 개념만 그렇게 발달한 게 아니냐고. 그런데 영어는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적 개념이 존재한다. 

바로 완료 시제이다.
알다시피 완료 시제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개념이다. 그렇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아주 쉽게 사용한다. 그 이유는 영어인 모국어를 배우면서 인식 구조를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어는 한국어보다 훨씬 더 세밀하게 외부 세계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영어보다 수준이 낮은 언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한국어는 내면세계에 관련된 단어와 표현들이 영어에 비해 훨씬 더 발달했다.

그 점에 관해서는 나중에 소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국어는 마치 레고 블록으로 다양한 형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면을 지닌다.

바로 앞에서 설명한 수염만 해도 한국어는 두 개의 단어를 결합하여 콧+수염, 턱+수염이라고 표현한다.


‘먹다’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먹다’는 다양한 단어와 연결되면서 여러 가지 뜻을 지닌다.

‘아침을 먹다’는 몸에 필요한 물질을 몸 안으로 넣는다는 뜻이다.

‘나이를 먹다’는 시간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몸의 성장과 노화 그리고 정신의 경험과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물론 이처럼 영어도 하나의 단어가 여러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영어는 한국어보다 상대적으로 더 세분되어 단어가 발달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우리가 언어를 객관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 담겨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관찰할 수 있다면 자신의 의식 구조를 알 수 있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어에 담긴 비언어적인 요소를 자각하면 자신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이는 견성 체험과 같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자신의 본질에 관하여 세밀하고도 명확한 통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언어의 이론 체계는 언어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언어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언어의 본질을 이해하면 기억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마음언어의 두 번째 핵심 주제가 기억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기억에 관한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비언어적 인지와 비언어적 관찰로 넘어갈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된 것이다.



마음언어 기초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 생활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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